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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녹생영토' 유쾌한 상상

[LA중앙일보] 발행 2009/11/12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09/11/11 21:40

이종호 / J-퍼블리싱 본부장

인도양에는 1192개의 산호섬으로 이루어진 몰디브라는 나라가 있다. 그림같은 풍광으로 아름다운 이 나라는 연간 수십 억달러의 관광 수입을 올릴 만큼 세계적인 휴양지다.

그러나 국가적인 고민이 있다. 가장 높은 지점이 해발 2m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수십 년 내에 국토 전체가 바닷물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외국에 땅을 사서 나라 전체가 이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엔 인도네시아와 구체적인 협상에 들어갔다는 보도도 있었다.

역사적으로도 국가간에 영토를 사고 파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었다. 대표적인 것이 알래스카다. 미국 본토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이 땅을 1867년 당시 국무장관이던 윌리엄 스워드는 단돈 720만달러에 매입했다. 매도자는 제정 러시아. 1에이커에 고작 2센트 꼴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러시아로서는 땅을 칠 노릇이었다.

토머스 제퍼슨이 1803년 프랑스로부터 사들인 루이지애나도 마찬가지다. 당시 프랑스령 루이지애나는 지금 미국 중남부 15개주가 포함된 전체 미국 영토의 23%에 해당하는 광할한 땅이었다. 이 땅을 매입하는데 미국은 겨우 1500만 달러를 나폴레옹에게 지급했을 뿐이다. 에이커당 가격은 3달러 수준이었다.

요즘은 아프리카나 중남미의 땅들이 다국적 기업들에게 헐값에 대거 팔리고 있다. 가나.에티오피아.마다가스카르.수단 등지에서 최근 5년간 해외 국가에 팔린 땅은 영국의 전체 경작지 규모와 맞먹는 250만 헥타르라고 한다.

글로벌 기업 네슬레는 혼자서 이탈리아 국토 절반에 해당하는 1500만 헥타르의 토지를 사들였다는 통계도 있다.

한국 기업들도 뛰고 있다. 지금까지 매입한 땅은 러시아.멕시코.인도네시아 등지에 여의도 면적의 1천배가 넘는 3만헥타르 정도라고 한다.

이들 땅은 목재나 펄프를 얻기 위한 조림사업 바이오 에탄올같은 대체 에너지를 얻기 위한 작물 재배에 주로 이용되고 있다. 당연히 영토확장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도 일각에선 신식민지 제국주의라는 비난은 계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출국의 입장에선 나라의 지경을 해외로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는 크다.

그저께 중앙일보 본국지는 한국 정부가 중남미 우루과이나 파라과이에 대규모 땅을 매입해 조림지를 조성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산화탄소 배출권 확보를 위한 장기 포석으로 이른바 '녹색영토' 를 만든다는 것이다.

지금 세계는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이 절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나라는 이산화탄소 배출 자체를 줄이거나 배출량이 적은 국가로부터 여분의 권리를 사야 한다. 이것이 이산화탄소 배출권이며 국가간 거래가 이뤄지면서 무형의 국가자산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해외에 녹색영토를 만들겠다는 것도 바로 이러한 국가 자산을 미리 확보하자는 장기 투자인 것이다.

그 동안 한국이 모든 정책에 얼마나 근시안적이고 조급했던가를 생각하면 이번 프로젝트는 20~30년을 내다본 장기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한국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될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중남미 지역에 사실상 한국 영토가 생기는 것이니 더욱 고무적이다.

대한민국은 대단한 나라다.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만들어 내는 나라다. 그런 점에서 중남미 녹색영토 사업을 단순히 나무만 심는 조림사업에만 머물게 할 것 같지는 않다.

누가 알랴. 100년쯤 뒤의 세계지도엔 중남미에도 대한민국 영토가 당당하게 표시되어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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