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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기도와 과학

[LA중앙일보] 발행 2009/11/18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09/11/17 18:51

모니카 류/카이저병원 방사선 암 전문의

"여기에서 무엇을 합니까?" 헨리 키신저가 물었다.

"기도합니다. 그러니 기도하십시오." 골다 마이어가 대답하였다.

"기도는 어떻게 합니까?" 키신저가 반문하였다.

이 이야기는 1973년부터 1977년까지 미국 국방부 장관을 지낸 헨리 키신저가 국방부 장관 자격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골다 마이어 당시 이스라엘 수상과 '통곡의 벽'에서 주고받은 대화다.

골다 수상이 이스라엘 민족에게 성지로 알려져 있는 '통곡의 벽'으로 미국의 국방장관을 유인(?)했던 것은 어쩌면 이스라엘의 입지를 미국에서 굳히는데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유대인 후손으로 유럽에서 태어났다. 키신저는 독일 골다 마이어는 러시아에서 태어났고 둘 다 10대에 미국으로 이주하여 미국 교육을 받았다. 골다는 결혼 후 이스라엘로 영구 이주했고 '시오니즘'을 강화한 '철의 여수상'으로 불린다.

'통곡의 벽'이 유대인들의 화려한 역사를 상징하던 솔로몬 성전 벽의 일부라는 것을 키신저가 모를 리가 없었다. 단지 그는 남아 있는 성전의 초라한 벽으로 순례자들이 모여 들고 거기에서 기도한다는 것은 몰랐을지도 모른다.

나는 지난 주 16년 만에 다시 '통곡의 벽'에 다녀왔다. 지난 번 방문 때 사람들이 종이에 적은 기도를 반들반들하게 달은 회색 화강암 벽 틈새에 꽂아놓고 가는 것을 보았기에 이번에는 주위의 친구들에게 기도 배달과 대리 봉헌을 미리 자청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숭고하게 보일 정도로 집중하여 기도하고 있었다. 떨어지지 않게 벽 틈새에 종이를 꽂고 나도 벽에 손을 얹고 나를 통해서 기도를 보낸 사람들의 기도를 들어주십사고 기도하였다. 왠지 분심이 많이 들어 힘이 들기는 했지만 기도는 하느님에게 전달되었을 것이라 믿고 그 곳을 물러나왔다.

'기도'란 우리 삶에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나 같은 문외한이 감히 기도에 대해서 논한다는 것은 무리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든다. 기도란 우리 삶에서 일상의 쳇바퀴를 멈추는 순간이다. 그러므로 기도하는 삶은 정도 차이가 있겠지만 삶의 포커스를 맞추는데 더 없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꼭 전능하신 분에게 무엇을 해 달라고 청한다기보다는 오늘을 숨쉬고 있는 나 상대적으로 미소(微小)한 내가 거대한 우주를 품에 안으며 하루를 살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도가 병의 치유에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인가. 의학잡지의 리포트도 이를 놓고 엇갈린다. 가끔 '저 높은 곳에 계신 분이 나를 치유하실 것이므로 방사선 치료 안 받겠습니다'하는 환자를 만날 때가 있다. 그럼 나는 이렇게 얘기한다. "당신의 믿음에 대한 확신이 100%가 아닐 때 하느님을 시험해 보지 마십시오. 의사도 치료 약도 기계도 하느님이 허락하신 일이라고 봅니다."

통계적으로 아무리 악성인 암이라도 치료 종류와 상관없이 약 5% 정도는 살아 남는다. 어떤 암의 완치율은 95%까지도 간다. 모든 암이 치명적인 것이 아니기에 나로서는 그 자리에 잠깐 머물 수 밖에 없다.

기적이라는 것은 전능하신 분이 좋은 의사를 만나게 하고 치료 효과를 좋게 하고 또 소수의 생존 그룹에 속하게 하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기도를 벽 틈에 꽂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기도 내용이 이루어 질 수 있게끔 믿음과 확신을 갖고 끊임없이 노력할 수 있는 능력과 지혜를 부탁하자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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