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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오늘은 무엇을 배울까?

사람을 만날 때 무슨 생각을 하게 되나요? 사람을 만나면서 우선 이익을 생각한다든지 하는 건 왠지 가벼워 보입니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점을 찾는다는 게 왠지 약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냥 마음을 열어놓고 기쁘게 만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만남에는 예기치 못한 이익이 있기도 합니다. 이익을 경제적인 면으로만 국한하여 생각하지 않는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우리에게 좋은 게 바로 이익이겠죠.

류시화 선생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라는 책에서 감명 깊게 읽은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인도의 어떤 여관집 주인이 매일 류시화 선생에게 오늘은 무엇을 배웠냐고 물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짜증도 났지만 계속 듣다 보니 오늘은 무엇을 배웠나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하루하루가 늘 배움의 연속이죠. 류시화 선생처럼 다른 나라에 갔다면 특히 배울 것이 많았을 것입니다. 함부로 상대를 판단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저는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 할 일을 생각해 보다가 문득 류시화 선생의 글이 생각났습니다. 오늘 만날 사람을 떠올리다가 오늘 나는 무엇을 배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종종 우리는 그저 형식적으로 사람을 만납니다. 때로는 귀찮다는 생각을 하면서 억지로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만나면 정말로 귀찮아집니다. 괜히 약속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당연히 사람과의 관계는 더욱 형식적이 됩니다. 이런 만남에서는 도대체 배울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저는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는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 편입니다. 인터뷰(interview)는 말 그대로 그 사람의 속을 들여다보는 말하기입니다. 그래서 인터뷰에서는 그 사람의 속 이야기를 잘 이끌어내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인터뷰 내용을 듣다 보면 정말이지 훌륭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마다 살아온 길이 참 고달프고, 그러면서도 참 행복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통을 이겨내고, 선한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웁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누구를 인터뷰해도 배울 점이 많겠다는 느낌도 듭니다. 누구에게나 말 못 할 사정이 있고, 안타까운 고통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것을 어렵게 극복하거나, 이겨내려고 애썼던 하루하루가 있을 겁니다. 우리는 겉모습만 보고, 형식적으로 그 사람을 대하지만 한 사람 속에는 하나의 세상이 담겨있는 겁니다. 사람이 다르기에 세상도 다릅니다. 달라서 반갑고, 달라서 배웁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깨달음을 줍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뿐만이 아닙니다. 길을 걸으면서도 많은 것을 배웁니다.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도 그대로 가르침이 됩니다. 새소리는 어떤가요? 곤충의 움직임에도, 동물이 함께하는 모습에도 배울 일이 가득합니다. 배울 일이 많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입니다. 모르는 게 많으면 내가 점점 커집니다. 모르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날마다 새로 태어나게 되는 겁니다.

오늘도 집을 나섭니다. 오늘은 무엇을 배울까 기대가 됩니다. 내가 몰랐던 세상을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서 한껏 부풀어 오릅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세상을 만나는 것도 다 좋은 일입니다. 그래서 기쁩니다. 오늘 나는 무엇을 배울까요? 어떻게 달라질까요?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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