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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종은 위기감…온라인 시장은 쾌청

코로나 이후…달라진 한인경제 (1)제조·판매

팬데믹을 거치면서 의류·봉제로 대표되는 한인 제조업계는 혁신 요구에 직면했고, 소매업종은 디지털로 전환이 한층 가속화됐다. 사진은 한인 의류업체들이 밀집한 자바시장의 모습. 김상진 기자

팬데믹을 거치면서 의류·봉제로 대표되는 한인 제조업계는 혁신 요구에 직면했고, 소매업종은 디지털로 전환이 한층 가속화됐다. 사진은 한인 의류업체들이 밀집한 자바시장의 모습. 김상진 기자

전면 재개방으로 팬데믹 이전과 같은 일상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어떤 부분에서는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달라졌거나 새롭게 적응해야 될 점도 적지 않다. 거래 등 경제 활동에서도 분명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남가주 한인사회의 대표적인 경제 업종에서는 팬데믹 전과 후로 어떤 변화가 있고 또 어떻게 바뀔 것으로 예상하는지 현장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살펴 본다. 제조·판매, 식당·마켓, 여행으로 구분해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팬데믹 '절반의 종식'을 맞아 한인들의 관심은 이제 '어떻게(How to)'로 쏠리고 있다. 경제에서는 어떻게 만들고, 옮기고, 판매할 것인가에 대한 초미의 관심으로 달라진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갈구이기도 하다.

15일 한인사회 대표적인 제조업종인 의류업 종사자들은 다시 한번 중대한 변화의 갈림길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이날 가주는 경제 전면 재개방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제조업은 난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수십 년 이어온 위기를 가속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인의류협회의 리처드 조 회장은 "심각한 구인난, 공급망 붕괴, 최저임금 인상, 각종 노동법 이슈 등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라며 "개인적으로 '메이드 인 USA'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한계에 다다르면서 언제, 얼마나 가격을 올려야 할지 큰 숙제를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 자바시장 업주들이 직면한 과제는 어이없게도 옷걸이 부족이다. 납품하면서 옷걸이까지 완벽하게 갖춰야 하는데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수입도, 제작도 부족한 상황이다. 기본형 500개 한 박스의 가격이 팬데믹 이전 18달러에서 지난해 22달러, 34달러에 이어 올해 40달러로 고점을 찍은 뒤 요즘은 돈을 더 줘도 필요한 만큼 구할 수 없다.

자바시장에서 2대째 의류 사업을 하는 한 업주는 "이제 직접 제작은 접고 수입으로 돌리거나 멕시코로 이전해야 하는 결정을 강요받게 됐다"며 "제조업은 현실적으로 업주가 직원을 '부릴 수' 있어야 돌아가는데 실업수당부터 노동법까지 무엇 하나 업주에게 친화적으로 바뀌는 게 없다"고 전했다.

올해로 36년째 봉제업에 매진하며 천직으로 삼고 살았다는 쟌 리 미주한인봉제협회 회장은 자부심이 두려움으로 바뀌었다고 요약했다. 의류 소비가 되살아났고 일감을 찾아 떠돌던 팬데믹 이전과 달리 요즘은 제조사들이 먼저 연락을 취해올 정도지만 이를 소화해낼 묘안이 없다는 이유다.

이 회장은 "기술자 수급이 안 돼 이전에는 2~3일이면 끝냈을 일을 요즘은 일주일씩 끌고 간다"며 "재촉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고령화된 직원들을, 그것도 일하는 데 힘이 부친다는 이들을 마냥 밀어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회사는 평소 25~30명의 직원을 두고 운영됐지만, 현재는 16명으로 크게 줄었다.

실제 노동부 통계에서도 섬유 생산업의 평균 주급은 지난해 2월 747달러에서 올 4월 880달러로 올랐지만, 종사자 숫자는 10%가량 줄었고 현재 채용 중인 규모는 팬데믹 이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한 파티복 생산 업체 대표는 고정비 감축으로 활로를 뚫었다. 그는 "12명 직원을 6명으로 줄이고 매장도 정리하면서 고정 지출을 크게 줄였다"며 "인터넷 판매 비중을 늘리면서 수익성도 높아졌는데 여전히 해외 수입 사정이 좋지 못한 것은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수입 차질은 한인 트러킹 업체들도 공감하는 부분으로 이제 한인 종사자들은 찾기 힘들어졌다고 밝혀왔다. LA 항에서 하역 위주로 운영되는 한 물류회사 관계자는 "험한 직업이라는 고정관념으로 외면당하면서 한인들은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며 "트럭 드라이버 부족 문제는 계속해서 제기됐지만 사실은 높은 이직률과 장거리 운전 기피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소매업계의 온라인 시장 진출은 대면 영업이 가능해진 현재 이후로도 그 속도가 줄지 않을 전망이다. 세일즈·마케팅 업체 '애드센스'의 정재윤 대표는 "요즘 프리웨이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기 위한 제품을 나르는 트럭 행렬이 점차 늘고 있다"며 "회사는 물론 판매사원들도 개인 웹사이트나 소셜미디어를 통한 판로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 마케팅 전문업체 '인텔리시스템'의 윤필홍 대표 역시 "복잡한 소셜미디어, 유튜브는 모르겠다고 했던 한인 업주들도 디지털에 속속 도전하는 등 팬데믹 이후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었다"며 "경제가 전면 재개방됐지만, 과거 아날로그 방식으로 회귀할 수 있는 무모한 업주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정일 기자 ryu.jeongi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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