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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의보개혁과 어머니

[LA중앙일보] 발행 2009/12/01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09/11/30 19:58

모니카 류/카이저병원 방사선 암 전문의

아열대성 기후라 사계절이 분명치 않다는 로스앤젤레스지만 엷어지는 햇볕 단풍 든 가로수가 겨울을 알리고 있다. 엊그제 추수감사절을 막바지로 11월도 기울어가고 있다. 가톨릭에서는 11월을 '위령의 달'로 정하고 미사 때마다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기도한다.

오래 전 오늘처럼 빛 바랜 11월 어느 날 어머니가 암에 걸리신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때 나는 가랑잎 처럼 가벼워진 어머니를 안아보고 너무 놀랬었다. 아프고 힘든 조직 검사를 거치지 않는 간접적 방법만으로 암이라는 진단을 받으셨다. 그리고 12월 한 달을 앓고 세상을 뜨셨다.

생각해 보면 어머니야말로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신 분이었다. 어렸을 때는 어머니를 그대로 카피하면서 어머니처럼 되고 싶었던 때도 많았다.

비록 나는 어머니가 사셨던 것처럼 살고 있지 않지만 오늘의 나를 만든 토대가 이 여인을 통해서 다져진 것이 아닌가 싶다.

현명하셨던 어머니가 임박한 죽음을 모르실리 없었겠으나 우리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서 직접적인 대화를 피하고 있었다. 내가 죽음에 대해서 어머니와 했던 대화는 "엄마 엄마가 먼저 우리를 떠나면 아버지랑 큰 오빠 큰 올케 다시 보겠지?" "엄마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말 해 줘"라고 했던 것이 전부였다.

나와 나의 형제들이 어머니에게 가졌던 연민과 죄의식에 초점을 맞추었더라면 우리는 어머니가 괴로워하시던 말던 하루라도 어머니의 수명을 늘리려고 백방으로 치료를 요구했을 것이다. 못 다한 이야기를 어머니와 나누고 못 해드린 것을 해 드릴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서 말이다. 그러나 어머니도 우리도 암암리에 항암 치료를 받으려 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호스피스의 도움을 받기 전에 별세하셨다. 당시 호스피스는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았다. 현대의학의 발전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는 호스피스 프로그램은 고대부터 있었지만 이것이 체계화 되는 데는 환자와 의사들을 계몽하는 시기가 필요하였다고 볼 수 있다.

'죽음'을 대해야 하는 의사들은 환자와 그의 가족들이 겪는 것과 다름없이 그 과정이 힘들고 아프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의무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막바지에 이르른 환자라도 살고 싶은 것이 사람의 본성이어서 준비되지 않은 임박한 죽음에 대한 논의는 설익은 살구보다 더 쓰게 느끼게 되기 싶다.

현대의학은 내가 결정을 내릴 능력을 잃을 경우를 대비하여 나를 대신해서 나처럼 생각하고 나처럼 일을 해줄 자신의 대변인을 임명하고 지침서를 미리 만들어 차트에 첨부해 놓으라고 권한다.

비록 어머니가 수술이나 항암제 또는 방사선 치료를 받지 않으셨어도 어머니 생애의 마지막 두 달 동안 들어간 비용은 어머니가 미국에 사시며 지불하신 건강 보험료를 다 합친 것보다도 많았을 것이다.

1980년에 25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국민의 질병치료 및 진단에 쓰여졌다.

27년 후인 2007년에는 그 때보다 여덟배나 되는 2조 달러 이상이라는 기하 급수적으로 증가한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국민 한 사람이 일년에 740 달러 정도를 썼다는 말이 된다. 약 30%는 입원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쓰였고 10%는 약물 처방에 그리고 6%가 양로치료에 들어갔다.

지금 정부에서 골머리를 앓으며 단행하려는 의료보험 개혁이 경제적인 면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국민들의 삶의 지침과 삶의 마감에 대한 계몽이 첨가되어야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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