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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소혓바닥 내장고기에 열광하는 뉴요커

[조인스] 기사입력 2009/12/01 08:47

어린 시절, 나는 농촌 출신의 여느 아이들처럼 혓바닥 고기를 뭔지도 모르고 맛있게 먹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누군가로부터 그 것이 어느 부위 고기라는 얘기를 듣곤 까무러칠뻔했다. 그 뒤로 내 식성은 지나치리만큼 까다롭게 변했다. 햄버거 고기는 바싹 구워 먹고 동물의 모습이 남아 있는 음식은 뭐든 꺼리던 길고도 불행한 시절이었다.

성인이 돼서 유럽에서 살면서 그 충격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났다. 파리에서 아일랜드산 생굴과 생고기 스테이크 타르타르(마요네즈 소스), 그리고 로마에서 ‘거시기’ 튀김의 묘미를 깨달았다.

그러나 원형이 보존된 동물의 부속고기(offal)엔 약간의 공포가 남아 있었으며 성난 작은 주먹처럼 위협적인 양 심장이나 왠지 퀴퀴한 냄새가 나는 순대 소시지를 대할 땐 나로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곤 했다. 그러나 최근엔 뉴욕에서도 그런 겁나는 별미 요리를 피하기가 어려워졌다.

곳곳에 닭간 파르페(과일·시럽·아이스크림 등을 섞은 디저트)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돼지 족발이 맥줏집(brasserie)을 탈출했으며,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한 메뉴에도 소 볼살이 오른다. 오랫동안 가장 후진 메뉴로 취급됐던 부속고기가 갑자기 인기만점의 요리로 각광받는다.

그래서 올가을 초, 그 유행을 취재하면서 동시에 아직도 남아 있는 나의 거부감을 극복할 수 있을 지를 알아보기로 했다. 부속고기는 동물의 도정과정에서 ‘떨어져 나오는(fall off)’ 고기조각을 뜻하는 옛 말이지만 지금은 모든 창자, 장기, 그리고 꼬리·다리·머리 같은 사지를 일컫는다.

그런 부위가 정확히 어떻게 다시 인기를 끌게 됐는지 증명하기는 어렵다. 가장 잘 알 만한 요리사들이 의외로 답변을 회피하기 때문이다. ‘코부터 꼬리까지 요리’의 대부인 퍼거스 헨더슨은 1994년 런던에 식당 세인트 존을 열면서 브론(headcheese, 송아지나 돼지의 머리고기·혀·골 등을 섞어 치즈 모양으로 만든 식품)과 돼지 귓살 샐러드 같은 ‘별미 고기’를 처음 선보이기 시작했다.

“동물에 예를 다하려는 의도일 뿐”이라고 그가 말했다. “한 번에 도살하고, 버리는 부위 없이 활용하려 한다.” 그러나 그런 색다른 도전이 분명 매력적인 측면이기도 했다. “모든 부위를 활용하는 일, 보통은 먹지 않는 부위를 취급할 때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퍼거슨이 말했다.

1998년 뉴욕에 음식점 배보를 연 뒤 부속고기를 주로 취급하는 마리오 바탈리는 단순히 자신의 입맛을 따랐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도 그런 도전을 즐겼음이 분명하다. 그는 “이런 고기가 다른 부위보다 요리하기가 특별히 더 어렵지는 않다”고 다소 허풍을 떨면서도 “불판 위에 고기를 올려놓는 일은 누구나 한다.

이것은 다소 도전정신을 자극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졌든 그와 헨더슨이 시작한 운동은 한 세대의 젊은 요리사와 도축업자(최근 요리계에서 새로 뜨기 시작한 스타)가 때로는 놀라운 열정으로 이어받았다.

이런 열정은 여러 가지 추세의 종합판으로 해석될 듯하다. 먼저 90년대 중반 ‘남성적 식사(macho eating)’의 유행으로 스테이크와 마티니가 다시 각광 받았고, 그 뒤 앤서니 부르뎅 같은 잡식성 스타 덕분에 극한 식사(extreme dining)로 발전됐다(용기가 있다면 구글에서 ‘고급 태반 요리’를 검색해 보라).

곧 극히 전통적인 요리를 강조하는 슬로 푸드 운동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흘러 들어왔다. 이어 더 최근 들어 관심이 커진 ‘지속가능한 음식 관행’은 동물을 통째로 남김 없이 소비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이어 요리에서 전통과 정통성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내장 요리는 이 모든 유행의 결정판이다.

무엇이 이보다 더 모험적이고 책임감 있고 전통적이고 남성적이겠는가? 뉴욕 허드슨 밸리의 지속가능 정육점 ‘플라이셔스 그래스-페드 & 오거닉 미츠’의 제시카 애플스톤의 말마따나 부속 고기는 “어떻게 보면 섹시하다. 서민적이고 기본에 충실하며 말 그대로 피와 내장까지 포함한다.”

이론은 그 정도로 해두자. 순대 맛은 어떨까? 그리고 비위가 약한 사람도 먹을 만할까? 나는 한 달 전쯤 바탈리의 배보에서 별미 고기 순례를 시작했다. 친구 한 명과 함께 메뉴에서 가장 겁나는 요리를 모두 주문했다. 밀라노풍 돼지 족발, 파르마풍의 익힌 소 위장 고기, 배 절임을 곁들인 테스타(또 다른 종류의 헤드치즈), 양의 골을 채운 파스타, 그리고 혓바닥 고기 등이 있었다.

접시를 내려다보면 정말로 무시무시한 요리가 나를 노려보는 듯한 기분이 들면서 흥미로운 현상이 벌어진다. 살갗에 소름이 돋기 시작하면서 터널 안에 들어선 듯 시야가 좁아진다. 오로지 요리만 눈에 들어온다. 죽음, 세금, 언론매체의 쇠퇴 등 다른 모든 걱정이 마음 속에서 눈 녹듯 사라진다.

이어 하느님에게 속죄를 구하고 한 점을 집는다. 그러면 순식간에 두 가지 일이 일어난다. 첫째, 씹히는 느낌이 이상야릇하고 생김새가 불쾌하긴 해도 뭐를 먹든 그것을 먹고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오히려 맛이 기묘하다. 바탈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맛이 좋지 않다면 사람들이 먹을 리 있겠나?” 또는 퍼거슨의 말마따나 부속고기는 “기름기가 많고, 끈적거리고, 감칠맛이 나고, 먹을 게 많다.” 나는 거기에 냄새 나고, 야생동물의 맛이 나며, 약간 자극적이고, 대단히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설명도 덧붙이고 싶다.

둘째로 일어나는 일은, 적어도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면 덜 꾸며진 상태로 더 많이 먹고 싶어진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맨해튼에 흔치 않은 스코틀랜드 음식점 세인트 앤드류스를 찾아가 해기스(양의 창자에 오트밀·심장·간·콩팥을 채운 요리)를 주문하게 됐다. 그뒤엔 뉴욕 퀸즈의 플러싱에 위치한 약간 좁고 어두침침한 시추안 음식점 리틀 페퍼를 찾아갔다.

거기서 매콤한 소스를 친 쇠고기 힘줄 요리(양배추 절임처럼 아삭아삭하다)와 돼지 피에 살짝 튀긴 황소 위장 요리를 앞에 두고 두 번째 깨달음을 얻었다. 첫째, 자신이 거의 무엇이든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날아갈 듯한 해방감을 얻으며 다시는 황소 위장을 주문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맛있게 먹으리라는 점이다.

음식값을 치르면서 부속고기가 요즘 이렇게 뜨는 또 다른 이유 그리고 다른 유행보다 더 오래 지속될 만한 이유를 알아냈다. 음식값이 정말로 너무 싸다는 점이다(배보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차이나타운과 정육점에서). 내장고기가 한 때 ‘엄블(umble)’이라고 불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humble pie(내장파이, 굴욕)’라는 표현도 거기서 유래됐다. 우리 부모 또는 조부모 중 다수도 그런 이유로 고기 내장을 즐겨 먹으면서 자랐다. 우리의 자녀들도 계속해서 그런 전통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큰 듯하다(적어도 우리가 아이들에게 어느 부위인지 말해줄 때까지는).

JONATHAN TEPPERMAN 기자 / 번역·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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