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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진정한 부모의 사랑

[LA중앙일보] 발행 2009/12/11 미주판 23면 기사입력 2009/12/10 19:32

수잔 정/카이저 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

2세들에게 알려왔다. 미국에서 자라며 이 곳의 문화에 젖어있는 그들에게 자신의 부모님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정서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두뇌 깊이 배어있는 삶의 가치관 아니면 살아가는 도리이리라. '정' '한' '눈치' '팔자' '체면' '멋' 등등이다.

예를 들어 '눈치'란 주의 환경의 분위기에 맞추어서 직접 말로 표현되지 않더라도 직감적으로 필요한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배운 것과는 대조적이다. 주위의 의견이 나와 다르더라도 소신껏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끝까지 본인의 의사를 관철시키는 용감함이 있어야 똑똑하고 믿음직한 사람으로 존경받는 이 곳 문화가 아닌가.

또한 타인이 나에게 요구하는 사항이 나의 의견과 맞으면 적극적으로 행동에 옮긴다. 물론 내가 동의하지 않으면 반대 의사를 정확하게 밝히고 소신대로 움직인다.

이것이 자신을 존중하는 성숙한 인간관계라고 이곳에서는 가르친다. 그러다보니 '눈치를 보며' 아니면 '눈치 빠르게' 자라났던 이민 부모님들은 가끔 눈치없게 구는 자식들 때문에 어이가 없어진다.

문제는 부모님들 자신이 이런 정서나 가치를 특별히 생각해 본 적이 없다가 자녀를 기르면서 의견 대립이 초래될 때이다. 특히 독립된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고 실습해야 되는 청소년기에 말이다.

'정'은 우리 민족이 가장 사랑할 만한 끈끈하고 아름다운 정서이다. 서양인들의 사랑이 좀 더 적극적이고 행동이 따르며 행복감과 기쁨을 표현한다면 우리 민족의 정은 간접적으로 은근하게 나타나며 댓가 없이 주는 어머니의 모정과도 비슷한 것이다.

서양 문화가 개인의 독립과 자주성을 중시하는데 비해서 동양(우리 한국인을 포함)인들이 '원만한 인간 관계' 즉 은근한 정이 밑에 깔린 서로 돕는 관계를 중시하는 점도 가끔 자녀들과의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 자녀가 대학에 가는 과정에서 나는 가끔 이 가치관(또는 정서)의 차이 때문에 오는 혼란을 보게 된다. 많은 부모님들은 잘 보호해주고 옳은 길을 인도하며 걱정없이 아이가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심신의 노력을 기울이신다. 그리고 본인들이 그토록 참고 희생하며 열심히 일하는 것이 자녀를 사랑하는 길이라고 굳게 믿으신다. 그리고 대부분의 자녀들은 이러한 굳은 정의 테두리 안에서 씩씩한 사회의 첫걸음을 내딛는다.

그러나 간혹은 이 테두리 안에서만 살아오다가 자신의 세계를 혼자서 개척하기가 너무나 힘든 젊은이들이 있다. 엄마와 나와의 경계선이 확실히 구분되지 않은 마치 갓난 아기와 젖 먹이는 엄마 사이와도 같은 정의 세계 속에만 익숙해진 탓이리라. 게다가 희생하는 정을 쏟아 부었던 부모님들은 무의식적으로 그에 대한 보상이나 의리를 자녀에게서 기대한다.

대학 생활도 바쁘고 서투른데 꼭 정해진 시간에 매일 전화를 해야하고 행여나 거르면 추궁을 당하는 자녀. 그러다가 불안하고 우울해지면 주위의 상담기관이나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서 치료를 받을 것을 권하는 대신에 당장 집에 오라면서 집안의 수치를 바깥세상에 알리지 말라는 부모님들.

서양에서 살면서 맹목적으로 고집하는 정이 가져올 수 있는 단점이기도 하리라. 정이나 멋 등은 귀중한 정서들이다. 그 토대 위에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자주성을 길러주고 필요하면 정을 떼는 방법도 가르쳐 주는 것이 진정한 부모의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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