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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Let‘s Go Yankees

지난 25일 보스턴 펜웨이 구장에서 열린 양키스-레드삭스 게임. 양키스는 7회 말까지 4대0으로 이기고 있었다. 양키스 팬들은 라이벌 삭스에 당연히 이길 것으로 생각했다. 도밍고 헤르만은 이날 7회까지 노히트, 근래에 보기 드문 호투였다. 8회 2루타를 맞자 감독은 믿을만한 구원투수에게 공을 주었다. 그는 연속 안타를 맞았고, 양키스는 5대4로 역전패했다. 아나운서는 올해 시즌 ‘최악의 패배’라고 말했다. 나는 무척 실망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의 가능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양키스가 이기고 지느냐는 나의 무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나는 40년 양키스 팬이다. 어렸을 때 철도 가에 살았는데 이웃 형이 야구광이었다. 글러브를 가져와 기차가 오지 않으면 우리는 철길에서 공을 던지고 받았다. 그때 직구, 커브, 체인지업이 뭔지 알았다. 이민 3~4년 후 양키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던 해부터 팬이 되었다. 당시에는 선수의 대부분이 백인이었으나 요즘은 라티노가 절반은 되는 것 같다. 어떤 팀은 3분의 2 정도가 마이너리티이지만 팬들은 잘 던지고, 잘 치면 환호할 뿐 인종은 상관치 않는다.

양키스타디움을 찾은 것은 한두 번이고 TV 중계를 본다. 게임 시간은 일과를 맞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10여 년 전에는 3~4시간을 보다가 얼마 전부터 몇 시간 마음 졸이는 것이 ‘억울해’ 1~2회 보다가 잠자리에 들고 중간에 깨면 스코어를 체크한다. 메이저리그가 주자를 2루에 두고 연장전을 시작하고, 더블헤더를 7이닝으로 한 것은 아주 잘한 것 같다. 선수 부상에 대비한 불가피한 조치였겠지만 팬들의 시간 절약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사람들은 왜 양키스와 메츠에 열광하는가. 길거리에 메츠, 양키스 모자를 쓰고, 비싼 유니폼을 사 입고, 그 교통지옥을 감수하고 구장을 찾는 극성 팬들, 그 열정, 젊음이 부럽다. 양키스 구장에는 일 년에 몇만 달러를 들여 패밀리티켓을 사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어린 손자 손을 잡고 입장하고, 아이는 글러브를 들고 파울볼이 날라 오기를 기다린다. 카메라는 적나라한 팬들의 표정을 순간적으로 보여 준다. 상상의 세계가 아닌, 실제 일어나는 드라마다. 팬들은 잘하는 선수를 사랑하지만, 슬럼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결정적 순간에 더블플레이 당하는 선수를 ‘미워할 수는 없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항상 잘할 수 없다. 찬스를 놓치고 머리를 푹 숙이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선수들의 심정을 이해한다.



양키스나 메츠는 엄연히 구단주가 있지만, 팬들은 ‘내 팀’, ‘뉴욕팀’이라고 생각한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뉴욕시가 경기장을 소유하고 있고, 세금 감면 혜택을 준다. 대도시에는 대개 두 팀이 있으나 대부분은 이 중 한 팀의 팬이다. 야구팬이 아니고 메츠 팬 아니면 양키스 팬이다. 그들의 마음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팀에 좋아하는 선수가 있다. 짝사랑이다. 내 막내딸은 구장에는 안 가면서 전설적 양키스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 팬이다. 나는 양키스 3루수 지오바니 어셀라를 좋아한다. 게임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심판에게 대들고, 방망이를 집어 던지고, 욕설하는 하는 사람보다 실수의 고통을 감내하는 ‘착해 보이는 선수’를 좋아한다. 사람들은 게임을 게임 이상으로 받아들인다. 양키스가 이기면 기분이 좋고, 지면 한참 동안 기분이 나쁘다. 다 이긴 게임을 놓치면 악몽까지 꾼다. 7월 말은 트레이드 마감 시한, 양키스가 좋은 선수를 적당한 가격에 사와 전력을 보강하기를 바란다. 뉴욕 두 팀 모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면 좋겠다. Let’s Go Yankees! Let‘s Go Mets.


최복림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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