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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마리솔의 우울증 극복기

[LA중앙일보] 발행 2009/12/19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09/12/18 20:55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27세의 라티노인 마리솔이 갓낳은 아기를 데리고 나를 찾아왔다.

"그간 열심히 저를 도와주셔서 고마워요. 이제 직장에 다시 나가려니까 저의 상관이 선생님의 소견서를 꼭 가져와야 된데요. 제가 정말로 다 나아서 나오는지 걱정이 되나봐요."

마리솔은 산후 우울증세가 심해서 3개월간 병가를 받아야 했다. 쉬는 동안 나와 함께 우울증 치료를 열심히 했다. 그녀는 아기를 낳은지 며칠이 지나자마자 아무 이유도 없이 감정이 슬퍼지고 불안하며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과거에 우울증을 심하게 앓아 본적이 전혀 없었다는데….

공연히 남편에 대한 분노가 쉽게 끓어올랐다. 잠 못드는 자신의 옆자리에서 마음 편하게 쿨쿨 수면을 즐기는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문제는 낮에도 계속됐다.

잠자리에서 일어날 기운도 없고 몸이 무겁고 피곤했다. 매사에 흥미가 없어지고 눈물만 흘렀다. 주의집중도 어렵고 어떤 결정도 내리기가 힘들었다. 평상시에는 직장 동료들의 리더 노릇을 하며 삶을 그토록 즐기던 마리솔도 자신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아무도 그녀를 도와주지 못했다. 갓 태어난 아기를 키울 자신도 없었다. 가끔은 죽음도 생각해봤다. 그녀의 산부인과 의사는 즉시 마리솔에게 산후 우울증 치료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나에게 보냈다. 중증의 우울증상을 보이는데에도 마리솔은 도대체 어떤 영문인지 믿기 어려워했다.

"제가 왜 우울해졌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어요. 옛날에 한 번도 그런 적이 없거든요."

나는 임신기간이나 출산 후에는 호르몬의 변화가 생긴다면서 에스트로젠이라는 여성 호르몬은 다른 뇌전파 물질에 영향을 주어 심한 우울 증세를 유발시킨다고 설명했다. 특히 출산후의 우울 증세가 심각하고 우울한 엄마는 자신을 미워하거나 아기에게 죄의식을 느끼며 괴로워 한다고 말했다. 사실 죄의식이나 자신에 대한 분노도 모두 우울증이라는 병의 일부 증상이다.

10여년전에 한 환자가 자신의 아이를 권총으로 쏘아 살해한 적이 있다. 나처럼 못난 엄마에게서 키워지느니 차라리 아이가 죽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병이 치료된 후 그 환자는 나에게 우울해지면 자신감을 상실하고 앞날이 막막하고 헤쳐나갈 기운을 잃으며 외로워진다고 했다.

산후 우울증은 주요 우울증에 속해 있는 병이다. 치료하면 대부분 호전된다.

임시로 아기를 돌보아 줄 친척을 구하면 아이에 대한 죄의식과 불안을 줄일 수 있다. 정기적으로 집을 나와서 동네나 공원 주위를 걷고 가능하면 혼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체육관 등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하면 운동 중에 세로토닌 도파민 엔돌핀 등이 두뇌에서 분비돼 환자의 몸과 마음이 치유된다. 취미생활을 하거나 교회나 행사등에 참가해 혼자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나는 환자에게 아기의 수유를 중지시키고 자세한 치료효과와 부작용을 설명한 후 항우울제를 처방해 주었다. 항우울제를 두달간 복용하며 그녀의 증상은 많이 좋아졌다.

"이제 다시 직장에 나가고 싶어요."

마리솔의 활기찬 음성 속에는 출산이전의 자신감이 넘쳐난다. 그녀가 캐시어로 일하는 인근 마켓에 어느날 찾아가 보리라. 지난 10년간 일할 때처럼 친절하고 활기에 넘친 마리솔을 만날 기대에 벌써 내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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