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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귀있는 자여 들을지라!

원불교 교무인 필자는 20대 중반 원불교 교학대 학생 시절에 스승님이신 정타원·이정은 종사님을 종종 찾아뵈었습니다. 교학대 예비교역자의 기숙사는 원불교 중앙총부에 내에 있었고, 정타원님께서는 이미 퇴임한 상태로 총부 구내에 있는 수도원에 계셨기에 찾아뵙기가 수월했습니다. 필자는 원불교 대학원 재학 중 출가식을 6개월을 앞두고 출가 후 어떤 방면에서 일할까 한 번씩 생각해 보곤 했습니다. 당시에 원불교 총부 구내를 자주 산책했고, 소태산 대종사(원불교 창시자) 성탑 앞을 지날 때는 그 앞에서 잠시 서서 기도를 올리곤 했습니다. 성탑 앞에 합장하고 있으면 “이 세상 모든 종교인이 화합하고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라는 기도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이러한 기도가 자연스럽게 6개월 이상 나오자 어느 날부터는 ‘내가 원불교에서 보은할 일터는 아마 종교연합 쪽의 방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번은 정타원님 방에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우연히 제가 성탑 앞에서 기도하면 이런 기도가 저절로 나온다고 이야기를 했고, 이것으로 보아 나의 교무로서의 진로는 아마 종교연합 쪽이 아니냐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종교연합은 원불교에서 세계평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일하는 활동분야입니다. 정타원님께서는 가만히 들으시더니 “아니다” 하시며 아주 조용히 간단히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정타원님께서는 가능한 한 제자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시고, 최소한의 지도만 해 주시는 분인데, 너무 간단하고 단호하게 “아니다!” 하는 말씀을 듣고 필자는 그 순간 너무나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을 듣는 순간에 필자는 본인이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 무명(無明)이었고, 잘못된 판단임을 ‘즉시’ 알게 되었습니다.

정산 종사님(원불교 2대 종법사)께서는, 대종사님을 만나기 전에 이런저런 구도 과정에서는 많은 고민을 하다 대종사님을 만난 후 그 고민이 ‘일소’가 되었다 하셨습니다. “나는 8, 9세 때부터 보통 인간의 길을 벗어나 모든 것을 다 알고 살 수는 없을 것인가 하고 마음 고통이 심하여, 혹은 집을 뛰쳐나와 이인을 찾기도 하고 혹은 하늘에 축원도 하여 9년간을 여기저기 방황하다가, 다행히 대종사를 뵈온 그 날부터는 그 모든 고통이 일소되고…”

일소(一掃)의 사전적 의미는 ‘한꺼번에 싹 제거됨’입니다. 한 일(一), 빗질한 소(掃)입니다. 즉 어떤 것을 한 번에 빗질을 해서 단박에 없어진다는 뜻입니다. 그날 정타원님의 “아니다” 라는 말씀을 들었을 때 필자의 마음속의 여러 생각과 갈등이 바로 그 순간 ‘일소’ 되었습니다. 필자의 마음속에서 성탑 앞에서 세계 종교인의 연합과 세계평화에 관한 기도가 나온 것은 이것이 대종사님의 염원이라서 그런 것이지 이것이 필자의 진로와 관계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같이 우리가 어떤 일과 판단에 있어서 어떤 확신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이것이 잘못된 판단과 방향일 수 있습니다. “너희는 삼가 너 생각을 믿지 말지니라”라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정산 종사님께서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한국 속담을 인용하며 사람들의 잘못된 판단을 경계하셨습니다. 아무리 좋은 나무라도 정원사의 손질을 받으면 더 멋지고 더 건강한 나무로 성장하듯, 우리도 지도인의 지도를 받으이 더 바르게 잘 성장할 수 있습니다. 자기가 자기 뒷모습을 볼 수 없듯 우리는 ‘자아’라는 상(相)에 갇혀서 자기를 객관적으로 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유도성 / 원불교 원 다르마 명상센터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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