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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희망을 쏜다-LA] 한인 비보이 그룹 '올 스타 브레이커스 크루(ASBC)'

'최고의 댄스무대' 꿈을 향한 무한도전
변변한 연습장소 없지만 동영상 유튜브 스승삼아 하루 3~4시간 '의기투합'

"춤춘다고 다 노는 건 아니랍니다. 우리의 문화를 한번만이라도 즐겨보세요!"

시끌벅적한 교회 세미나 실 한 곳에서 친구들이 둘러보는 가운데 청소년 한 명이 머리를 바닥에 박고 몸을 한바퀴 휙 돌리고 있다. 친구들끼리 모여 싸움하는 모습이 아니다. '올 스타 브레이커스 크루(ASBC)'라는 다소 긴 이름을 가진 한인 청소년 비보이(B-Boy) 그룹 멤버들의 연습 장면이다.

이들의 연습실은 한인타운에 있는 한 교회의 1층 입구의 넓은 복도 로비. 연습 환경은 정말 열악하다. 연습하는 곳이 교회이다 보니 시끄러운 댄스 음악을 크게 틀어놓기가 힘들다. 벽에 거울이 달려 있는 연습장이나 간식은 꿈꾸지도 못한다. 특별히 정해진 춤 스승도 없다보니 세계 최고의 비보이들의 춤을 담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가 유일한 교재다.

그럼에도 리더인 마크 장(14)군을 포함해 조셉 신(14) 앤드류 옥(15) 마틴 서(14) 윌리엄 장(15) 잭 권(13) 션 김(15) 에드워드 박(13) 이한성(13) 사무엘 이(13)의 얼굴에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오히려 부모님의 반대가 없는 게 "얼마나 천만다행인지 모른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추운 바람이 부는 길거리를 피한 것만도 감사하다"고도 말했다.



지난 해 말 13살~15살의 또래 친구들 10명이 뭉쳐 그룹을 결성했다는 이들은 그룹 이름에 대해 "별 뜻 없이 지었다. 그냥 얘기하다가 좋아하는 단어를 모아 그냥 팀 이름으로 만들었다"며 씩 웃는다.

비보이 그룹은 힙합 음악을 들으며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흑인 남학생들을 가리킨다. 하지만 이들은 과격하지도 헐렁하지도 않다. 친구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또는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열심히 춤출 뿐이다.

결성한 지 일년 밖에 안 돼 공연 5번이 이력의 전부임에도 기죽지 않고 "미래를 위해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는 이들은 내일에 대한 기대를 모아 연습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의 연습시간은 하루 평균 3~4시간. 거의 매일 모이다시피 만나 연습하다보니 그만큼 부상도 잦다. 하지만 춤추다 입는 부상은 이들에겐 훈장이다. 리더 마크의 경우 양손의 엄지 손가락뼈가 뿌러진 경험이 있고 에드워드는 왼팔의 근육이 찢어져 한동안 고생해야 했다. 하지만 부상 당시를 떠올리는 팀원들은 '다치는 것에 대한 무서움'보다는 '춤을 출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만 가득했다. 마크는 "좀 무섭기도 했지만 그것보단 춤을 못 춘다는 게 가장 속상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이들이 갖고 있는 '춤'에 대한 열정과 진지함은 '그냥' 단순하지가 않다. 춤이 자신들에게 주는 가치와 즐거움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팀에서 가장 먼저 춤을 추기 시작했다는 윌리엄은 "처음엔 못하던 동작을 연습을 통해 성공하면 정말 기분이 좋다. 한 가지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춤을 통해 배웠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조셉은 "춤을 추면 공부나 시험 등에 대한 스트레스가 날아간다"며 "힘들지만 친구들과 같이 하다보면 재미있다. 함께 하는 즐거움을 배웠다"고 말했다.

윌리엄은 "다른 친구들처럼 좋지 않은 것에 빠지기보다는 춤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어서 좋은 것 같다"며 의젓하게 설명했다.

"친구 따라 아무 생각없이 그룹에 합류했다"는 잭은 "이제는 춤을 출 때가 바로 최고로 즐거운 순간이라는 걸 느낀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해 기쁘다"며 다른 친구들을 둘러봤다.

듣고 보니 ASBC가 이들에게 특별한 이유는 춤 뿐만이 아니다. 팀원들에게 ASBC는 '내'가 아닌 '우리'를 확인하는 공간이었다.

비보이의 춤추는 모습이 멋져 ASBC에 가입했다는 션은 "모두가 하나가 돼 춤을 추고 서로를 돕는다는 점이 가장 좋다"며 "춤이 아니더라도 모두들 팀에 끝까지 남아 서로 지켜주고 도와주는 관계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올해에는 더 좋은 실력을 갖춰 공연을 많이 하겠다"고 희망차게 말하는 ASBC 멤버들의 눈동자에는 2010년 한인사회가 꿈꾸는 희망이 반짝거리고 있다.

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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