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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희망을 쏜다-샌프란시스코] '티페트 스튜디오' 김승장 모델링 수퍼바이저

'뉴문' 늑대 캐릭터, 제 손에서 태어났죠
실력과 성실로 입사 1년만에 초고속 승진
"올해 한인끼리 일할 수 있는 회사 만들 것"

요즘 영화의 성공여부는 '컴퓨터 그래픽(CG)'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땅이 갈라지고 건물들이 무너져 내리고 집채만한 파도가 휩쓸고 지나가는 모습이 관객들에게 얼마나 실감나게 다가가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관객들의 눈높이도 점점 높아지다 보니 이제는 CG에 들어가는 예산이 영화 전체 제작비용의 40~50%를 차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비중이 커지고 있는 CG 분야의 정상을 향해 달리고 있는 한인이 있다. 주인공은 전세계 영상 효과부문의 선두 회사 '티페트(Tippett) 스튜디오'에서 모델링 파트의 총책임을 맡고 있는 김승장 수퍼바이저(36).



모델링은 영화 컨셉이 나오면 캐릭터를 제작하는 초반 작업으로 외모와 표정 등 눈에 보이는 겉모양을 컴퓨터 3D로 만드는 작업이다. 이때 캐릭터의 모양 컬러 성질 등 외적인 모든 부분이 결정된다.

김씨는 지난 2000년 도미 샌프란시스코 아카데미 오브 아트유니버시티(AAU) 대학원을 졸업했다. 학부 학생때부터 이미 컴퓨터 그래픽 실력으로 이름을 날렸던 김씨는 학생이나 교수들 사이에서 그를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또 재학 당시 만들었던 작품을 전 세계 CG사이트 중 가장 큰 CG월드 소사이어티에 올리면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3D로 제작한 이 작품으로 그는 CG 회사들의 주목과 함께 러브 콜을 받게 됐다.

당시 만들었던 작품이 AAU 공식 홈페이지에 아직도 올려져 있을 정도다. 피에타를 CG로 재해석한 이 작품으로 2004년 중견 CG회사인 오퍼니지에 입사했다. 그리고 2006년 현재의 티페트 스튜디오로 자리를 옮기게 됐었고 1년만에 모델링 수퍼바이저가 됐다.

이 회사에서 수퍼바이저가 되려면 평균 7년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실력은 물론이고 김씨 특유의 근면.성실성 거기에 사람을 끌어들이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까지 보태진 결과였다.

"너무 똑똑하고 센스가 있다면 이 분야 일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자기 자신에게 당할 수가 있거든요. 한 작품에 들어가면 최소 8개월에서 1년이 걸리기 때문에 조금은 우둔하고 뚝심도 있고 참을성이 필요합니다. 이런 것들을 견디는 사람이 최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씨는 '캐라비안의 해적 2''해리포터 4''아이언맨''골든 컴퍼스' 등 제목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 영화들의 모델링을 담당했다.

특히 지난 11월말 개봉해 흥행 대박을 기록한 '트와일라잇-뉴문(이하 뉴문)'에 등장하는 늑대 캐릭터도 김씨의 작품이다.

김씨는 이 늑대 캐릭터 연구를 위해 모하비 사막에 있는 늑대 보호소에서 한동안을 지내는 등 지난 1년간 늑대에 빠져 살았다.

그 결과 300개 이상의 늑대 표정을 만들어 냈고 입 모양 눈빛 걸음걸이와 방향에 따라 움직이는 털과 근육의 떨림까지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아냈다.

"피를 말리는 작업이지만 그만큼 캐릭터에 모든 애정과 열정을 담습니다. 이렇게 한 캐릭터를 탄생시키고 걷게 만드는 등 생명을 불어넣다 보면 살아있다는 착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자식을 키우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이처럼 애정을 담은 완벽주의를 고집하면서 CG그래픽 분야에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김씨지만 처음부터 CG를 선택한 건 아니었다.

강원도 산골에 틀어박혀 10년 동안 조각가로 살았다. 그가 진로를 수정한 것은 정적인 조각과 동적인 CG를 접목해 보자는 의도에서였다. 이같은 특이한 출발과 노력이 합쳐져 그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김씨는 지금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첫 프로젝트로 2010년 회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CG 분야에 있는 한인들이 모여서 마음껏 기량을 펼치고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한인은 다른 민족에 비해 특유의 섬세함을 지녔고 작업 속도도 빠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CG분야에 미국내 아시안중 한인들이 가장 많이 일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한국식 시스템을 접목한 회사를 설립한다면 미국 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이 분야에 최고가 돼 한국 CG발전에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요즘 그는 시간을 쪼개서 회사 설립에 쓸 데모를 만들고 있다.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가진 김승장씨에게 2010년은 도전과 희망의 한 해가 될 것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김씨는 오클랜드 피스토스 장로교회에서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10년 경력의 CG 베테랑 정유진씨와 만나 2006년 결혼에 골인했다.

■티베트 스튜디오는?
영상 효과의 전설 필 티페트가 설립
80년대 '로보캅' 시리즈로 명성 시작
'주라기 공원'으로 아카데미상 수상


샌프란시스코 인근 버클리시에 위치한 ‘티페트 스튜디오’는 영화속 영상효과(Visual Effect)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 이 분야의 전설로 불리는 필 티페트와 부인인 줄리스 로먼이 지난 1984년 설립했다.

티페트는 1978년부터 스타워즈 시리즈로 유명한 영화 감독 조지 루카스가 설립한 ILM(Industrial Light & Magic)에서 스톱모션 모델들을 제작, 지휘하면서 명성을 쌓았다.

80년대 ‘로보캅’시리즈의 로봇 캐릭터 및 미니어처로 이 분야 최고의 특수효과를 선보였다. 이후 미니어처 모델과 스톱모션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컴퓨터 그래픽(CG)을 시작하게 됐고 현재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쥬라기 공원(1993)’으로 영상 효과 부문에서 아카데미상을 거머쥐었다.

이외에도 거의 매년 티페트 스튜디오는 아카데미, 에이미 등 유명 영화제에 단골 수상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고스트 바스터즈 2’‘쥬라기 공원’‘스타쉽 트루퍼스’‘아마게돈’‘블레이드’‘맨인블랙 2’‘매트릭스-리볼루션스’‘헬보이’‘콘스탄틴’등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다.

한국 영화 ‘괴물’의 캐릭터도 티페트 스튜디오의 작품이다.

연간 매출액은 1000만달러로 사원 수는 200여명에 달하며 ‘창의성 아니면 죽음(Creative or Death)’이 회사의 모토다.

글.사진=김판겸 기자 pankkim@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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