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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눈물없는 새해

모니카 류/카이저병원 방사선 암전문의

연초에는 크고 작은 행사가 많다. 서로에게 덕담을 나누고 한해의 행복을 기원하기도 한다.

이런 행사중에는 음악회도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아베 마리아' 한두 곡쯤은 모임에서 연주된다. '아베 마리아'란 천사가 마리아에게 예수의 잉태를 부탁하러 와서 했던 인사의 첫 마디 말로 '기뻐하라 마리아' 라는 뜻인데 많은 작곡가들이 이 기도문에 곡을 붙여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표현해 왔다.

'이 아베 마리아는 들을 때마다 어쩐지 아프게 느껴진다.' 샤를 프랑수아 구노의 '아베 마리아'를 들으며 남편이 하는 말이었다.

이 곡은 구노가 바흐가 작곡한 '평균율 피아노 곡' 1권 중 전주곡 C장조를 100여년 지난 후인 1859년에 변형해 붙인 작품이다.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이 곡이 쓰여진 데에는 한국과 관련된 사연이 있다고 한다.

조선말기에 천주교인들을 학살하고 탄압한 기해박해와 병인박해가 있었다. 프랑스 외방 선교 신학교 출신 신부들이 이 두 박해 당시 10명이나 순교했다. 한 때 신학생이었던 구노는 그의 친구 신부들을 위한 기도 곡으로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시기적으로 이 두 박해기간 중간 쯤에 쓰여진 셈이다. 영을 하늘에 올리는 슬프고 아름다운 기도곡이라고 느껴진다.

울음. 나는 의사로서 많은 울음을 보고 들었다. 열 아홉살 동생이 백혈병으로 운명하는 것을 보며 '삶은 너무나 불공평하다' 절규하며 나를 붙들고 울던 환자 형의 울음. 암 진단을 받고 잊었던 삶의 멍에가 갑자기 너무나 무겁게 느껴져 몸부림 치는 울음. 아빠의 커다란 어깨에 기대어 칭얼대며 힘 없이 흘리는 눈물.

또 이런 눈물도 보았다. 엊그제 있었던 일이다. 유방암 치료를 잘 끝낸 것이 6개월 전인데 원인이 규명되지 않는 통증 때문에 다시 나에게 보내진 환자였다. 유방암 진단 때부터 몸의 일부가 아팠고 또 모든 치료가 끝나니까 더더욱 심해져서 장기병가를 받고 있다고 했다.

상담중에 그녀는 눈물을 주루룩 흘렸다. 얼굴은 빨개졌다.

진찰을 해보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단정하고 예쁜 모습을 보이기 위해 하루에 몇 시간씩 운동을 하며 살아 온 완벽주의자였다.

"당신은 당신이 완벽하다고 생각합니까?" 내가 질문했다.

"예 저는 그렇게 일평생을 살아 왔을 겁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아니요 그래서 정말 힘들어요."

나는 그 완벽 집착성이 아버지 때문에 생긴 것이냐고 물으면서 50이 넘었으니 그 벽을 깨라고 조언했다.

그 말에 그녀는 어떻게 깨야 하는지 모른다고 했고 나는 '정답은 당신이 알고 있고 다만 알고 싶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환자들의 울음은 나에게 삶의 여러 부분을 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게 했으며 또 삶을 진지하게 살아 갈 것을 가르쳐 왔다.

우리들의 울음이 희망의 새로운 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잠깐 돌아서 가고 있는 이 길은 새로운 다른 길로 우리를 인도할 것이다. 이러한 삶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아파하며 절규했던 구노였지만 그는 200여년을 거쳐 자신이 승화시킨 아픔과 기도를 후세의 우리들과 함께 나누지 않았던가.

눈물이 없는 삶은 없다. 우리들의 눈물이 의미가 있고 소망을 불러오는 새해를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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