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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고래'는 춤추면 안 된다

김석하/로컬 에디터

#. 밴쿠버 겨울올림픽의 '꽃'은 피겨스케이팅이다. 김연아의 금메달이 유력해 국민들의 기대는 하늘을 찌른다. 그러나 개인적인 속 마음은 걱정과 불안이다. 유리알 같은 빙판에서 고난도의 점프와 회전을 해야하는 피겨스케이팅 종목은 한 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이 끝장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회까지 김연아는 최고의 기량을 보였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메달 색깔이 바뀔 수 있다.

#. 미국을 달궜던 프로풋볼(NFL) 시즌이 막을 내렸다. 수퍼보울의 영광은 세인츠가 창단 43년 만에 챙겼다. 이날 경기는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팽팽했다. 최고 수준의 경기에서는 단 한 번의 실수가 승패를 가른다. 그 실수는 최고의 쿼터백 패이튼 매닝(콜츠)이 저질렀다. 그리곤 끝이었다.

#. 의미있는 우스갯소리. 공룡 중 최강은 티라노사우루스다. 큰 키에 커다란 머리 냉혹한 눈빛과 날카로운 이빨은 보기만 해도 섬뜩하다. 이 티라노사우루스를 잡아서 죽이는 방법은 무얼까. 티라노사우루스의 몸 구조를 보면 앞발은 매우 짧은데 비해 뒷다리는 유독 길고 강력하다. 한 번만 넘어뜨리면 버둥거릴뿐 다시 일어나기 어려운 몸구조다. 어떻게든 뒷다리를 걸면 승산이 있는 것이다. 특히 빨리 달릴 때는 뒷다리가 허공에 떠있다시피해 훨씬 쉽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은 여전히 인기다. 책 제목은 인간관계를 보다 원할하게 하고 자녀나 직장 선.후배의 숨은 능력을 끌어내는 경구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결코 '고래'를 칭찬하면 안 된다. 또 '고래'는 절대 춤추면 안 된다.

고래는 '거대한 덩치' 또는 '최고.최강'의 상징이다. 고래에게 있어 칭찬은 '엉뚱한 실수'를 유발할 뿐이다. 그 덩치나 그 위치 때문에 단 한 번의 실수는 치명적일 가능성이 높다.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것이다.

'실수'는 여러 가지를 포함한다. 말 그대로 무엇을 잘못하는 것이 있고 기회를 놓치는 것이 있다. 또 과욕을 부리는 것이 있고 너무 소극적인 것도 들어있다.

상대방의 움직임을 모르는 것도 있고 예측을 잘못하는 것도 큰 실수에 속한다.

제국이라고 불리던 도요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불과 2~3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수년 전 TV에 방송된 도요타 광고가 기억난다. 황량한 프리웨이 갓길에 한 차량이 앞 후드가 열린채 연기를 내뿜으며 서있다. 픽업트럭을 몰고 가던 두 남성이 고장 차량을 보고 '도와주자'는데 의견을 모은다. 화면은 픽업트럭이 고장 차량에 근접했다가 (범죄대상이 될까봐 황급히) 다시 질주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고장 차량에는 도요타 로고가 선명했다. 두 남성이 주고 받는 말이 압권이다. "도요타는 고장날 일이 없다." 그 광고에 누구나 공감했을 정도로 도요타는 당시 '고래'였다.

높은 위치에 서고 덩치가 커지면 항상 위험하다. 작은 부분이 잘못돼도 규모의 관성으로 굴러가기 때문이다. 세세한 실수는 그 무게에 눌려 나타나지 않는다. 거기에다 칭찬으로 '붕 뜨게' 되면 가속도로 인해 실수를 바로잡을 시간적 여유마저 없어진다. 삐거덕 소리가 들릴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허다하다.

사람이나 조직이나 기업이 치명적인 실수를 줄이는 방법은 칭찬보다는 비판.경계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이다. 칭찬은 서로의 기분만을 좋게할 뿐 그 결과적 실효성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고래는 담담한 항해를 한다. 고래는 결코 칭찬에 춤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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