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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한국 스포츠에 부는 '개인의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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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0/03/02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0/03/01 19:11

안유회/전국 에디터

조직의 역량을 넘는 개인의 질적 성장이 올림픽의 기적 일궈
묘한 일이다.

대개 개인의 역량은 시스템의 역량을 넘지 못한다. 중국이 수소폭탄을 자체 개발했을 때 미국은 중국에 조사단을 보냈다. 어떻게 개발했을까? 조사단은 시골 도서관에 하버드 대학 동창회보까지 있는 걸 보고 그냥 돌아왔다. 당시 중국은 새 책을 발간하면 전국 도서관 숫자만큼 찍어 모두 배포했다. 더 볼 것이 없었다.

그러니 더 묘한 일이다.

최근 한국의 스포츠를 보면 시스템의 법칙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박세리와 양용은 박태환은 성장의 일반 법칙으로 도저히 설명 불가능이다.

일본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일본은 아시아인은 불가능하다고 굳어진 종목에서 세계 1등을 배출하려 노력해왔다. 일종의 '탈아입구'(脫亞入歐)다. 그런 일본이 유럽연합의 시장을 뚫기 위해 10년간 국가적 차원에서 치밀하게 준비한 2002년 월드컵의 주인공은 한국팀이었다.

시스템의 법칙은 2010년 동계 올림픽에서 또 깨졌다. 일본은 30년을 겨울 스포츠에 투자했다. 하지만 스피드 스케이팅 500m와 1만m에서 우승한 것은 한국이었다. 일본이 우승을 그토록 갈망한 종목이다.

아사다 마오가 김연아에 완패한 피겨는 스케이트 기술 뿐 아니라 도약하고 회전하는 체조의 요소 음악 무용 안무가 종합된 종목이어서 더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 이것도 한국은 예외였다.

이걸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1984년 올림픽 남자 피겨 우승자이며 NBC 피겨 해설위원인 스코트 해밀턴은 방송에서 "어쩌다 이런 선수가 나온 걸까요? 한국에는 피겨 역사라고 할 만한 게 전혀 없었는데 말이죠"라며 김연아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논리적인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사다의 코치이며 세계 챔피언을 9명 길러낸 러시아 출신 타티아나 타라소바는 2007년 러시아 방송에 출연해 김연아의 경기를 해설하며 답 비슷한 것을 내놓는다. "한국은 스케이트 지원이 별로 안 좋다는데 어떻게 이런 선수가 나왔죠?"(아나운서) "천재는 어느 나라에서나 태어날 수 있죠."(타라소바) "능력을 타고 났다 해도 코치 아래에서 배우고 터득해야 좋은 거 아닌가요?"(아나운서) "좋은 코치 능력을 가진 사람도 어느 선수에게나 갈 수 있죠."(타라소바)

흔히 발전은 계단식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일정 기간 양적인 축적이 이루어지면 어느 순간 질적으로 폭발하며 한 단계 올라선다. 시스템을 잘 갖추면 질적 폭발 주기가 짧아진다.

요즘 한국 스포츠는 그렇지 않다. 시스템 없이도 양적 축적 없이도 질적으로 폭발한다. 개인이 조직을 압도하는 것이다. 이상화는 1만m 경기에 딱 3번 출전하고 금메달을 땄다.

이유는 뭘까? 한국 특유의 가족주의? 개인의 약진이 가능한 사회 전반의 수준 향상? 외국 코치를 찾아갈 수 있는 글로벌리즘 덕분? 그도 아니면 누구 말대로 국운 상승?

어쨌든 그들은 당당하고 눈부시고 아름답다. 다시 해밀턴의 찬사를 보자. "(김연아가) 얼마나 특별한 선수인지 제대로 이해하려면 현장에서 봐야 합니다. 얼음 위를 날아다녀요…더 놀라운 것은 아사다 마오가 클린한 뒤에 나왔는데도 (김연아는) 마치 '나 이제 나가는데 넌 곧 2위로 내려갈 거야'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개인의 질주가 스포츠를 넘어 전 분야로 확산될지 개인적 차원으로 끝날지 시스템으로 연결돼 지속력을 가질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건 분명하다. 때로 개인은 시스템을 능가한다.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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