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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진정한 스포츠맨 '박대용 선수'

김동필/통합뉴스룸 에디터

스포츠는 어떻게 보면 잔인한 면이 있다. 반드시 승자와 패자를 가려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장 내에서 타협이란 있을 수 없다. 이기든 지든 둘 중 하나다. 승자에겐 영광이 돌아가지만 패자에겐 국물도 없다. 정글처럼 '승자독식'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승부 세계의 묘미 때문 만은 아니다. 어차피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기 때문이다. 그 보다는 다른 '무엇'이 있어서다. 그것은 이기고 지는 차원을 넘어서는 것 즉 감동이다.

지난 달 28일 폐막한 밴쿠버 동계올림픽도 예외는 아니었다. 많은 선수들이 각본 없는 드라마로 세계를 감동시켰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만미터 경기도 그중 하나였다.

한국의 이승훈 선수가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한 종목이다. 당연히 열광했다. 하지만 더 가슴 뭉클한 장면은 시상식에서 나왔다. 은메달을 딴 러시아의 이반 스코브레프 선수와 동메달을 획득한 네덜란드의 밥 데 용 선수가 이 선수를 무등태운 것이다.

당시 상황을 재연하면 이렇다. 우승국인 한국의 애국가 연주가 끝나자 밥 데 용 선수가 스코브레트 선수에게 뭐라고 속삭였고 잠시 후 두 선수는 거사(?)를 감행했다. 새로운 스타 탄생을 축하하기 위한 세레머니였던 셈이다. 이런 모습은 올림픽에서도 보기 드문 것이었다. 더구나 이승훈은 밥 데 용과 같은 네덜란드 출신인 소벤 크라머의 실격으로 금메달을 딴 상황이라 조금 어리둥절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나는 18년이나 장거리 선수를 했지만 이승훈은 어린 선수인데다 쇼트트랙에서 종목을 바꾼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올림픽에서 우승을 했다. 이를 축하해 주고 싶었다"고 간략하게 말했다.

그의 스포츠맨 정신에 한국의 네티즌들은 '박대용'이라는 한국식 이름까지 붙여주며 친근감을 나타났다.

한국의 어느 정신없는 TV 해설자는 그를 "있으나 마나 한 선수"라고 폄하했지만 사실 밥 데 용은 대단한 선수다. '밥 요하네스 카롤루스 데 용'이라는 긴 이름의 그는 직전 올림픽인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1만미터에서 금메달을 땄고 세계 선수권대회에서도 3번이나 우승했다. 그런 대선수가 올림픽 무대에 갓 데뷔한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하자 아낌없는 축하를 보낸 것이다. 만약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면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우리는 치열한 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다. 어려서부터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이에 집착한다. 그리고 이기는 것에만 지나치게 가치를 부여한다. 그러다 보니 항상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강박증에 얽매인다. 금메달이 아니면 메달을 따고도 아쉬움을 나타내는 한국 선수가 유독 많은 것도 이런 이유다.

승리를 향한 치열함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경쟁심이 허용된 틀과 규정 내에서 작동한다면 자기 발전의 동력이 되지만 무조건적일 때는 문제가 된다. 목적의식은 상실한 채 경쟁 자체에 쉽게 매몰돼 버리기 때문이다. 노력하는 과정 자체에도 충분한 의미가 있지만 이는 간과된다.

무조건 경쟁자를 깎아내리려는 것도 이런 심리다. 경쟁자의 흠집을 들춰내면 자신이 돋보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결국은 나와 경쟁자 모두를 하향 평준화시키는 꼴 밖에 안된다.

'박대용' 선수는 비록 경기에서는 동메달에 머물렀지만 금메달 보다 소중한 것을 보여줬다. 진정한 경쟁이란 어떤 것인지 그에게서 한 수 배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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