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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으로 간 ‘십자군’

‘매브니 프로그램’으로 육군 보급병 돼 한국 파병가는 한인 목사

“남들은 마지못해 가는 군대지만 나에겐 군대가 천국이었습니다. 피상적으로만 알던 하나님을 깊이 만났던 은혜의 자리였죠. 그래서 앞으로의 사역도 그곳이 주 무대가 되기를 원했는데 그 꿈이 비로소 이뤄졌어요.”

지난 20일(일) 저녁 6시 포트워스에 위치한 사우스 클리프 교회(South Cliff Baptist Church)에서는 어느 한인 신학도의 목사 안수식이 있었다. 포트워스 휼렌 몰(Hulen Mall) 부근 백인 밀집 타운에 위치한 이 교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게 된 그는 군복 차림이었다. 지난 봄 육군(U.S Army)에 입대해서 수개월간의 기초 군사훈련을 끝내고 2년간 한국 미 8군의 보급병으로 파병되는 김민 목사다.

타인종들에게 열린 사고와 선교 사역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사우스 클리프 교회의 캐롤 마(Dr. Carroll Marr) 담임 목사는 이날 안수식에서 “김민 목사는 훌륭한 미국의 군인이며 동시에 열방을 향한 선교의 사명을 가진 선교사다. 한국으로 파병된 기간동안 그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을 잘 담당하고 앞으로 많은 민족들에게 복음을 증거하는 선한 일군이 될 것이라 믿는다”면서 김 목사의 사역을 축복했다.

이어서 목사 안수식에 참석한 모든 교인들과 축하하기 위해 온 한인 사역자와 가족들이 한 사람씩 앞으로 나가서 김민 목사를 격려하고 축복하는 세리머니가 있었다. 한 명 한 명의 성도들이 김 목사를 포옹하며 진심으로 기도해주는 모습에 감동스런 순간이었다.



과거 신학생 시절 김민 목사가 부교역자로 사역하던 한인교회에서 왔다는 한 부부는 “김 목사는늘 헌신적으로 교회를 섬겼고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사랑을 나누었던 참 목회자였다”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자신의 일을 뒤로하고 손해보는 일을 감수하면서까지 앞장서서 도와준 경우를 많이 보았다. 당당한 미 육군으로 이렇게 목사 안수를 받게 되니 너무 기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우스웨스턴 침례신학대학(Southwestern Baptist Church)에서 M.Div 과정을 마치고 사역지를 위해 고민하던 김민 목사는 미 육군에서 외국인 지원자들에게 실시하는 ‘매브니(MAVIN) 프로그램’에 대해 듣고 자신의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신앙관이 확립되고 결국 미국에서 신학 공부를 하게 된 계기가 바로 한국에서의 군 생활이었기 때문에 그는 군대에서 복음을 증거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다. M.Div를 졸업하고 비자 문제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던 차에 매브니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신분확보를 통해 북한처럼 한국인으로서 제한적인 선교현장까지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 시민권을 얻은 그는 북한 선교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남자의 인생 중에서 정말 철두철미하게 외롭고 소외된 시기가 바로 군에 입대한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세상과 고립된 채 엄격한 규율속에 자신을 맡긴다는 것은 어쩌면 지옥과 같은 상황일 수도 있죠. 미국 군대도 마찬가지로 처음 신병 훈련소에 입소하면 대부분의 신병들이 교회를 찾습니다. 찬송만 불러도 눈물을 흘릴 정도로 마음이 약해지고 낮아지는 때죠.”

매브니 프로그램으로 입소한 신병중에는 한국을 비롯해서 베트남, 중국, 심지어는 북한 출신의 청년도 있었는데 신병들 대부분 주일마다 교회를 찾았다고 한다. 거기서 김민 목사는 복음을 전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할 수 있는 대로 마음껏 복음을 증거했다.

뿐만 아니라 김민 목사는 훈련 기간동안 성실하고 책임감있는 모습으로 직속 상관의 신임을 얻었다. 그래서 가족들과 생활할 수 있는 주택을 공급받았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미국에서 타고 다닌 승합차까지 한국에 무료로 운송할 수 있는 특혜를 받았다. 물론 이런 지원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선임 지휘관의 신뢰와 지원을 통해 주어지는 혜택이다.

보급병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보직이 아니다. 힘든 보병부터 시작하는 미국인들도 많은데 그에 비해 김목사처럼 매브니 프로그램 출신의 우수 인력들에겐 곧바로 군대 물자 공급 및 관리를 담당하는 보급병 같은 좋은 보직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미군의 국방비 예산 축소로 미군의 전체수는 줄어드는 상황속에서도 매브니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미군모병은 확대일로에 있다. 신분확보를 위한 수단의 일환으로 고학력 이민자들이 지원하는 까닭에 육군의 지적 수준이 높아지고 효율적인 군대관리가 가능하다는 소리가 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두 딸과 최근에 얻은 아들까지 세 자녀를 둔 가장인 김민 목사는 지난 22일, 가족들이 기다리는한국으로 출국했다. 육군에서 시민권이 나오기 전, 신학교 졸업과 동시에 비자가 만료된 가족들은 먼저 한국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한국 용산에 위치한 미8군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게 될 김 목사와 가족들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낮고 연약한 사람들을 보듬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2년간의 한국 파병 후에는 또 어떤 자리에서 그를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된다.

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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