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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연극… 잊고 살던 꿈 찾아가는 여정

연극 ‘돼지와 오토바이’ 여주인공, 시를 쓰는 연극배우 김미희

“연기는 자신의 재능만 가지고는 할 수 없는 분야입니다. 나와 다른 사람과의 약속이요 호흡이죠. 글쓰는 작업 또한 혼자 해야 하는 외로운 일인 동시에 함께 하는 사람들의 힘으로 꾸준히 지탱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마도 저는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살 수밖에 없는 인생인가 봅니다.”

추석 시즌에 맞춰 무대에 올려지는 연극 ‘돼지와 오토바이’에서 1인 9역을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는 연극인 김미희씨는 이번 연극으로 다섯 번이나 무대를 서게 되는 베테랑이다. 자신을 언제나 아마추어라고 부르는 그녀는 연극무대는 평범하기만 한 자신의 일상에서의 첫 탈출이라고 말한다.

“1985년 온 가족이 휴스턴으로 이민을 왔어요. 부모님은 패션업체의 하청을 받아서 옷을 제작하는 바느질 공장을 운영하셨고 전 공부를 시작했지만 여느 이민생활이 그렇듯이 생활에 쫓겨 결국 공부를 포기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죠. 달라스로 이주해서 결혼, 육아와 더불어 정착하기까지 일과 집밖에 모른 채 지냈습니다. 그러던 내게 달라스 연극협회는 한줄기 빛과 같은 거였어요.”

39세의 나이에 본업인 수선집을 운영하면서, 또 아직 한창 손이 가야 할 나이의 아이들이 있던 형편에서 김미희씨는 뭔지 모를 열망에 이끌려 연극을 시작했다. 사람들과 시간을 맞추고 호흡을 맞추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것과는 다른, 어떤 마력이 그녀를 강력하게 끌어당겼다.



무대 위에서 현실의 내가 아닌 다른 삶을 연기하는 것이나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의 박수를 받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무대를 올리기 위해 단원들과 어우러져 연습하는 과정이 못 견디게 즐거웠다.

그렇게 연극에 발을 내디딘 지 어느새 10여년이 되었고, 그 동안 네 차례의 공연을 했다. ‘돼지와 오토바이’로 다섯 번째 무대에 서게 되는 그녀는 요즘 막바지 연습 때문에 바쁘고 피곤하지만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 설렌다고 한다.

“올 1월 첫모임을 가진 뒤로 8개월여동안 거의 매일 이 연극과 함께 살아왔어요. 아직도 부족하기만 하지만 온 몸과 마음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무대를 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일과 집밖에 모르던 평범한 주부 김미희씨의 일탈은 연극 외에 또 다른 분야에서도 생겼다. 우연한 기회에 달라스 문학회 회장이었던 친구의 권유로 쓰게 된 시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고 결국 2005년 미주문학에서 ‘하얀 봄’외 한 편의 시를 통해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데뷔하게 된 것이다. 또 지난해부터 달라스 문학회장을 맡아 활동해 오면서 동료 작가들과 교류하며 다양한 문학강연 행사 등을 주관해오고 있다.

“삶의 모습은 참 우연한 일들이 계기가 돼서 바뀌는 것 같아요. 이민자의 삶을 살아내느라 다른 걸 찾아 볼 여유가 없던 저였지만 의도치 않은 만남들을 통해 어느새 마음속에 갖고 있던 꿈들을 찾아가고 있는 것을 바라보게 됩니다.”

올해 절반 이상의 시간을 온전히 쏟아 부은 연극무대가 끝나면 김미희씨는 본격적인 문학공부에 돌입할 계획이다. 20대에 못다한 공부를 이제 막 쉰이 된 나이에 다시 출발하는 것. 꿈을 향한 열정은 나이와 환경을 뛰어넘게 하는 힘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열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또 하나 있다. 그녀를 믿고 지지해주는 가족의 후원이다. 전직 미술교사 출신이자 이젠 사진작가로 활동중인 남편(김선하)의 외조가 없었다면 시인으로, 연극인으로 살아가는 김미희는 존재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시를 쓰는 연극배우 김미희씨의 열정과 만나보니 꿈은 환경 속에 매몰되지 않고 주변에 널린 작은 기쁨과 보람을 쫓아가는 사람에게 찾아와준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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