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문학칼럼> 소통과 정신건강

제1회 텍사스 한인예술공모전 우수상 수상자
정신심리클리닉 원장
정평수

천둥소리에 잠이 깨었다.

토요일이면 푹 자야지 생각하고 눕지만 막상 쉬는 날은 더 일찍 일어나게 된다. 성격상 오래 누워 있질 못한다. 이른 새벽, 밖에는 바람이 세차게 불고, 천둥을 동반한 번개가 늦여름 더위를 몰아내려는 듯 번쩍거린다. 식구들이 잠든 집안은 고요하다. 새 집으로 이사한 덕에 새 침대를 장만했다. 새 침대에 누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어제 저녁 일이 떠올라 입가에 웃음이 그려졌다.

이번에 대학에 가는 18살 된 둘째 아들과 5학년이 되는 딸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데 아내가 혼잣말로 “밥이 심심하네.”하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딸이 걱정스럽게 “엄마, 외로워.”하고 걱정스럽게 물으며 엄마를 위로 했다. 듣고 있던 둘째 아들이 동생에게 훈수를 두었다. “심심하다는 것은 외로운 것이 아니고 지겹고 스트레스가 많다는 말이야.”

어제는 일이 늦게 끝났다. 아내와 아이들이 미구를 데리고 근무지에 왔다. 미구는 우리 집에서 기르는 한 살 된 강아지다. 요즘은 애완견이 상전이라 아이들과 아내로부터 내가 왠지 뒷전으로 밀려 난 느낌이다. 시간이 늦어서 저녁을 먹고 들어가려 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미구 때문에 식당에 갈 수 없었다. 그래서 음식을 사다가 집에서 저녁을 먹게 된 것이다. 항상 잡곡밥을 먹다가 흰 쌀밥을 먹으니 아내는 심심하다고 표현 한 것인데, 이를 두고 엉뚱한 의미가 전달되고 말았다.



요사이 대학 다니던 큰 아들이 자기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면서 아내의 마음이 편치 않았다. 큰 오빠 때문에 속이 상한 엄마가 걱정되었는지 막내 딸은 심심하다는 표현을 엄마가 외롭다는 쪽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7살 위인 둘째 아들이 엉뚱한 말을 하는 딸에게 한 수 두었다. 자기도 엉뚱하다는 것은 모른 채 말이다.

실은 딸이 오빠보다 한국말을 더 잘 읽고 잘 쓴다. 한국 마켓에 가면 딸이 오빠에게 간판을 읽어 보라고 하면서 더듬더듬 읽는 오빠에게 어떻게 읽는지를 가르쳐 준다. 집안에서 자주 이런 류의 소통의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서로 설명하느라 한글과 영어를 섞어 설명 해 보지만 영 신통치 않았을 때가 있다.

몇 년 전의 일이다. ‘Wheel of Fortune’이라는 TV 프로그램을 가족과 함께 보고 있었다. 단어를 맞추는 게임인데 상금이 꽤 많다. 그 당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큰 아들이 답을 잘 맞히기에 기분이 좋아서 ‘너도 저기 한 번 나가 봐라’했더니, ‘아빠, 앞문으로 나갈까? 뒷문으로 나갈까? 하는 게 아닌 가. 옆에 있던 아내가 답답하고 엉뚱했는지, “아이고, 참말로”한탄하니, 그 무슨 뜻이냐고 다시 물었다. 설명을 장황하게 했지만 나도 내 설명에 대해 공감하는 바가 없다. 미국에 살면서 하루하루 소통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산다.

소통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끈이다. 자녀 문제, 부부 문제, 인간관계 그 모든 관계는 소통을 통해 서로 좋아하고, 싫어하고, 때론 분노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주치의의 의뢰로 중년의 우울증 문제를 상담치료 받은 여성이 있었다. 우울증의 출발은 만성스트레스였다. 소통이 문제였다. 이분은 교회를 여러 번 옮겨 다녔고 그 때마다 마음의 상처가 깊어갔다. 교인들로부터 받은 상처였다. 그분은 교회를 탓했다. 교회가 사랑이 없다고. 다른 교회로 옮긴 초기에는 사람과의 관계가 원만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전 교회에서 겪었던 같은 문제로 또 다시 갈등을 하게 되었다.

“세상 교회가 ......”라고 탓을 하면서 다른 교회로 옮기는 과정에서 사람들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받아 피해의식과 대인기피 증상을 갖게 된 분이었다. 상담을 하면서 왜 그렇게 교회를 옮겨 다니고 타인과의 갈등관계로 대인 피해의식이 있었는지 깨닫는 것은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원인은 교회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 가정에서 남편과 아이들과의 관계도 서원했다. 남편은 아내가 자주 교회를 옮기는 것과 짜증과 분노로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멀리하게 되었다. 이 분은 소통 문제가 비현실적인 피해의식을 강화하고 자기 스스로 잘못된 해석을 하게 되므로 사람 관계에서 피해의식이 깊어져 조그만 문제에서도 두루 분노가 생긴 경우다. 세상 사는 재미가 없다고 하였다.

6개월간의 상담을 진행하는 동안 이 환자는 갈등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을 타인과 소통을 하는 동안 말과 행동을 어떻게 받아 들이고 해석하는 것이 본인의 부정적 생각의 틀에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일주일 내내 일터에서 꾹 참아 왔던 감정을 하루 쉬는 일요일 날 표출하다 보니 상대방의 감정을 살피지 못하고 상처를 주었고, 여기서 발생하는 갈등이 피해의식으로 자라났던 것이다. 피해의식이 심해 질수록 본인을 더 고립시키고 힘든 나날을 보내다 보니 우울증으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경우였다. 다행히도 그분은 문제를 잘 해결하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부정적인 생각으로 하루를 보내면 모든 것이 짜증스럽다. 그래서 정초가 되어서 세운 계획 중 하나가 ‘많이 웃자. 웃으면서 말하자’였다. 의식적으로 그것을 되새기면서, 사람들을 만나면 헛웃음도 지어보고, 밝게 살려고 노력 중이다. 많이 웃으면 얼굴이 화사해진다고 하기에 거울을 보고 혼자 웃음을 지으며 이마와 눈가의 주름살이 얼마나 없어졌는지 세어본다. 유치해 보이지만 기분이 좋다. 어쩌면 소소한 작은 행동의 실천이 기분 좋은 소통으로 가는 통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