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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하나님의 나라는 오늘의 은혜입니다”

김요한 목사
순복음반석위에교회
yohankim73@gmail.com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는 말이 있다. 어릴 적 방학이 시작되면 시골 외할머니댁에서 일주일을 지내곤 했다. 대부분의 시골 마을이 많이 개발되었지만, 그때는 정말 시골 중에 시골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외할머니댁은 송아지를 한 마리 키우셨는데, 외양간 벽이나 기둥에 머리와 몸을 자주 문지르곤 했다. 송아지가 왜 저러냐고 여쭤보니, 가려워서 그러는 것이라고 알려주셨다. 뿔이 나거나 몸이 가려우면 소꼬리로는 해결할 수 없으니까 여기 저기 문지르는 것이라고. 그때 어렴풋이 들었던 속담이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는 말이었다. 무슨 일을 하기 위해 의지할 곳을 찾아 의지한다는 의미다. 자기를 도와 줄 수 있을만한 사람에게 찾아가 도움을 청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통한다.

아이들과 함께 길을 걷다보면 가끔 아이들이 뭔가에 걸려 넘어지는 일이 생긴다. 막내 녀석이 한동안 자주 넘어졌다. 내 성격상 아이가 넘어지는 모습을 보면 얼른 가서 일으켜 세우고 아픈 곳을 살펴준다. 그러면 별일 아닌데도 세상 떠나갈 듯 서럽게 운다. 아내는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그냥 내버려두면 알아서 일어난다면서 무시하라고 핀잔을 준다. 하루는 집밖에서 무슨 일을 하느라 막내 녀석을 돌보지 못하고 있었는데, 집에 들어갈 때 보니까 무릎이 빨갛게 되어 있었다. 직감적으로 넘어진 걸 알고 무릎은 왜 그러냐고 물으니까, 갑자기 울먹이면서 ‘아침에’ 넘어졌다고 말했다. (막내에게 과거 사건은 무조건 ‘아침에’ 일어난 일이다.) 방금 전까지 웃으면서 장난치던 녀석인데. 아마도 내가 돌보지 않는 사이 넘어졌는데 아무도 옆에 없으니까 그냥 털고 일어난 것 같다. 뒤늦게 내가 알아봐 주니까 서러움과 아픔이 한꺼번에 몰려왔던 모양이다.

그때의 기억들이 몰려오며 조용한 묵상이 시작되었다.

그리스도인들은 정말 좋은 비빌 언덕을 가지고 있다. 내 손이 닿지 않는 곳, 내가 해결 할 수 없는 일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그 때, 우리 곁에 있는 부드러운 반석을 찾게 된다. 아무리 비벼도 상처가 나지 않는, 상처가 날리 없는 좋은 반석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떼를 쓰고 필요할 때만 찾아가 비벼대도 항상 반겨주며 속시원하게 긁어주는(?) 든든한 반석이 있다.



하지만, 비빌 언덕이 생기면 다시 게을러지고 의지가 약해지기 마련이다. 옛말에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는 말이 있다. 급할 때는 급한 볼 일을 위해 모든 것을 약속하지만, 급한 불이 꺼지면 나 몰라라 하는 마음을 일컽는 말이다. 우리 신앙생활이 여기에 속하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딱 이 모습과 같다. 눈 앞에 급한 문제들, 해결되지 않는 기도의 제목들을 놓고 기도할 때는 금식도 하고, 성경통독도 하고, 철야기도도 하고, 작정기도도 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다. 그러나 일단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간절함은 식어지고 점차로 주를 멀리하게 된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조금만 긴장이 풀어지면 금새 게을러지고 나태해지기 마련이다. 너무도 잘 아는데 이러한 신앙생활의 패턴이 반복되면 신앙은 성숙하지 못한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기도의 본을 가르쳐 주셨다.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창고에 가득히 쌓아놓고 풍성히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날 그날에 필요한 양식과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게 하셨다. 그래야 더욱 주님을 의지하기 때문이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른 변덕스런 우리의 마음을 꿰뚫어 보셨기 때문일까?

이스라엘이 광야를 지날 때 하나님은 광야 40년 동안 만나와 메추라기를 내려 주셨다. 그때도 하나님은 ‘오늘 일용할 양식’, 꼭 하루치만 허락하셨다. 일주일 치는 커녕 내일 것도 미리 거두지 못하게 하셨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말 안듣는 백성들은 꼭 있기 마련이다. 내일을 위해 더 거둬들인 사람들은 벌레가 생기고 냄새가 나서 자신이 거둔 것을 먹지 못했다. 만나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나 불순종하나 보시려고 내리신 시험이었다.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해야만 전적으로 순종할 수 있다. 순종한 사람만이 하늘의 양식을 제대로 먹을 수 있었다.

하나님은 하루 하루 주님이 공급하시는 은혜로 걷게 하신다.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라 거기는 좀과 동록이 해하며 도둑이 구멍을 뚫고 도둑질하느니라” (마 6:19). 이세상에 쌓아 둬봐야 소용없다. 쌓아둘수록 그에 따른 고민과 두려움만 커져간다. 오늘 주님이 그 영혼을 부르시면 더이상 내 것도 아니다. 주님은 하늘에 쌓아두라고 말씀하신다. 하루하루 필요한 것을 구하며 하나님을 의지하고 순종하면 하늘에 그 보물이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하나님 나라는 그런 곳이다. 내일을 염려하며 오늘 쌓아두지 않는 곳이다. 이미 모든 것에 넘치도록 주의 은혜가 풍성한데 쌓아두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나님의 나라는 오늘 우리에게 임했다. 하나님의 나라는 오늘 우리에게 충만하게 부어주시는 오늘의 은혜다. 그 은혜는 내일을 위해 쌓아두는 것이 아니고, 오늘, 그리고 오늘 나와 함께한 사람들과 이 땅에서 누리는 충만한 복이다.

김요한 목사
현) 순복음반석위에교회 담임목사
순복음세계선교회 북미총회 소속
여의도순복음교회 국제신학연구원 교육연구소(교육팀장), 교회학교 교감, 마포대교구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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