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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진리는 다수결이 아니다

조모세
2017년 텍사스 중앙일보 한인 예술대전
문학부문 가작

주정부 인스팩터인 나는 직업상 알캔사 주를 자주 방문한다. 2015 년 10월 어느 날, 리틀락 학군에서 인스팩션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나는 온 몸의 피가 역류하는 듯한 게시물을 보았다. “다케시마는 누구의 땅인가?”.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힌 후 교장실을 찾아갔다. 간단히 나를 소개한 후, 그 행사가 강연인지 토론 인지를 물었다. 교장이 교사학부모 모임에서 주최하는 자유토론이라고 대답하자 나는 차분하게 설득했다. “ 토론이라면 쌍방이 필요한 것 아니냐, 다케시마는 한국과 일본의 문제이다, 나는 한국대표로 발언을 하고 상대방도 발언한 다음 자유토론을 해야 공평하지 않느냐, 무례한 행동이나 말은 하지 않겠다”. 내 말을 들은 교장은 “일리가 있다” 고 말한 후 1 주일 후에 이메일로 연락해 주겠다고 했다.

이메일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독도에 관한 자료들을 준비했다. 한국 역사에서 독도를 지킨 사람들, 일본 정부에서 발표한 담화, 18 세기와 19 세기에 일본정부가 발간한 지도, 러일 전쟁을 핑게 삼아 독도를 비롯한 한반도 전체를 군사기지화 했던 사실, 양심적인 일본 단체들의 선언문, 2013 년 미국 죠지 와싱던 대학에서 열렸던 학술회의 발표 내용들, 한국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사진들, 일본 자원탐사선이 독도를 방문한 사진 등을 복사해서 폴더를 만들었다. 토론이 끝난 후 이 폴더를 열람용으로 도서관에 기부할 예정이었다. 3-4 일 후에 연락이 왔는데 모든 사람들이 찬성하므로 나의 참석을 허락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즉시 나의 발언내용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혼자서 스피치 연습도 하고 사용할 단어들도 신중하게 선정했다. 이메일 답신에서 나는, 내가 먼저 발언하고 싶다고 간곡히 부탁했다. 왜냐하면 이런 종류의 토론에서는 먼저 발언한 사람이 유리하고 나중에 발언한 사람은 구차한 변명과 지루한 설명으로 자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교장은 이것도 허락했다.

약속된 장소로 가는 날 아침, 쌀쌀한 공기가 피부에 상쾌했다.
“권총 한 자루 차고 홀홀단신 하얼빈 역으로 갔던 안 중근 의사도 이런 심정이었을까?”
다음 순간 가소로운 생각에 서둘러 이런 생각을 지웠다. “무슨 대단한 일을 한다고”.



토론 장소에 도착하니 50 여 명이 모였는데 대강 10 명이 백인, 30 명이 흑인, 10 명이 동양인 이었다. 사회자의 소개가 끝나고 나의 발언이 시작되었다. 먼저, 러시아와 중국과 한국과의 영토분쟁을 일삼는 일본 정부를 이해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즉, 환태평양 화산대에 위치한 일본은 지진이 없는 안전한 거주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그렇다고 남의 땅을 탐 내는 것은 은행강도와 다를 게 뭔가 라고 하자 동양인들 사이에서 수근거림이 일었다. 동시에 동양인들의 눈길이 차가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준비한 폴더를 증거 삼아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증거를 차분하게 제시하기 시작했다. 또한 일본이 왜 독도를 탐내는지 세 가지 이유를 부연했다. 즉, 첫째는 독도 해저에 미래의 에너지인 메탄 하이드레잇이 무한정 매장되어 있다는 점 둘째는, 중요한 관광자원 이라는 점 셋째는, 전략적 위치 등이다. 할당된 발언시간이 15분이었지만 30 분이 지나도록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 발언이 끝난 후 난생 처음 기립박수를 받았다. 미국인들이야 원래 기립박수를 잘 치는 사람들이라서 큰 의미는 없지만 나라와 관계된 일에서 박수를 받아 기분은 좋았다.

상대방의 발언 차례가 되었다. 영어 액샌트로 봐서 영락 없는 일본 여자 였다. 액샌트가 있으면 말이라도 천천히 하면 될 것을 뭐가 그리 바쁜지 땀 까지 흘려가며 열변을 토했다. 준비한 자료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독도가 원래 임자 없는 땅이며 러일 전쟁 이 후에는 국제법 상 일본 영토라고 주장했다. 나는 즉시 어느 국제법 어느 조항이냐고 질문했다. 그 여자는 사과를 하며 자료를 안 가져왔다고 했다. 이런 모든 상황은 논리적인 미국인들을 전혀 설득할 수 없었다. 심지어 어떤 미국인들은 일본인의 발언 도중 문자나 이메일을 보내고 있었다. 그 날의 모임은 말이 토론이지 시간이 부족하여 2 명의 발언 이후 끝났다. 일본인의 발언이 끝난 후 어느 일본 남자가 돌발적인 질문을 했으나 그 마저도 미리 예상했던 5 개 질문 중 하나였으므로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토론이 끝난 후 나는 일본인들을 하나하나 찾아가서 악수했다.

무섭도록 끈질긴 일본 정부는 독도 문제를 교과서에 기재하여 이 논쟁을 다음 세대로 미루고 있다. 그들은 냄비가 식기를 기대하며 가끔 우리를 떠보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그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은근과 끈기의 상징인 무쇠 가마솥이 있다는 것이다. 이 무쇠 가마솥이 열 받는 날에는 무슨 일이 벌어 질지 아무도 모른다. 섬나라 미개한 민족에게 문명을 전달하여 개화시켰더니 돈 좀 벌었다고 이제는 자기를 낳아준 어미를 물어 죽이는 살모사 새끼들이 되었다. 받은 도움을 망각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민족에게 어떤 미래가 있을까?

주권국인 우리가 강대국들의 결정에 나뭇잎처럼 흔들리지 않으려면 경제적인 성장과 함께 우리의 국론이 통일되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있다면 일본 같은 나라가 감히 대한민국 영토를 넘 볼 수 있겠는가?
베트남 전쟁 당시, 남부 베트남은 엄청난 수의 연합군과 훌륭한 무기가 있었으나 국론이 분열되고 부정부패가 창궐하여 결국 자멸하였다. 현재 대한민국은 비록 수출주도형이기는 하나 눈 부신 경제성장을 이뤄가고 있다. 이제 우리 개개인이 하나되어 여러 면에서 한 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되었다. 경제 성장과 함께 통일된 국론을 가질 때 영토수호 뿐 아니라 우리의 안보를 강대국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다. 지구상에 어느 나라가 자국의 안보를 남에게 의존하고 있는가?

진리는 다수결이 아니다. 다수가 거짓말을 하더라도 진리를 따르는 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싸움은 외로울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하나되어 통일된 목소리를 낸다면 이는 미국 주류사회의 정책 입안자들에게 한국인의 위상을 높이고 더 나아가서 훌륭한 정치인들과 경제인들을 수 없이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

조모세
2017년 텍사스 중앙일보 한인 예술대전
문학부문 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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