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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 닥터'

며칠 전 한 독자로 부터 두툼한 우편물을 받았다. 그 속에는 본국 사설 등을 오린 것이 25장이나 있었는데 기사마다 외래어 단어에 빨간 줄이 있었다.

"빨간 줄로 그은 외래어들은 한글이 있을 텐데 왜 외래어를 써야 되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영어 원문을 써놓으면 사전이라도 찾아볼 텐데, 어떤 때는 이해를 못하니까 황당할 때가 있습니다."

그분의 요점은 '우리말 사용하기, 외래어 바로쓰기' 운동을 좀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다른 신문이나 방송등도 마찬가지 이지만 중앙일보만이라도 조금씩 변화하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먼저 이처럼 기사를 철저히 읽고 밑줄까지 칠정도로 열성적인 중앙일보 애독자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같은 생각이기에 다시한번 나부터라도 외래어나 어려운 한자보다 쉽고 아름다운 한글로 기사를 쓰는 것을 다시 다짐했다.



지적한 외래어들 중에는 일상 단어가 된 것도 있지만 어떤 것은 생소한 단어들이 있어 나는 표시해준 35개 단어의 뜻을 바로 찾아 답장해 주었다.

그런데 11일 본국지에 나도 몰랐던 외래어가 큰 제목으로 떠 있어 예전에는 무심히 넘겼겠지만 또 빨간 줄을 그을 그 독자가 생각났다.

성형수술 기사 제목에 나온 '섀도 닥터' 단어란 미국에서 오래 산 나도 모르는 것이었다. 기사를 읽어보니 섀도 닥터란 대리 의사라는 뜻으로 유명 병원장이 수술할 것처럼 상담해놓고 정작 환자가 마취로 잠이 들면 다른 의사가 들어가 수술 하는 경우를 말한다고 한다.

그러나 섀도 닥터(Shadow doctor)에 대해 검색해보니 '그림자 의사'라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인 'shadow a doctor'의 잘못된 외래어였고 그 뜻도 의대 지망생들이 진로를 결정하기 전 수술실 등에서 의사의 생활을 직접 보는 것이었다

좋은 뜻의 외래어가 한국에서는 잘못 사용되고 있고 더구나 이런 불법 행위가 성형업계에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는 대한성형외과 의사회의 양심선언까지 나왔으니 정말 충격적이다. 불법 수술이 성행하는 이유는 국제 미용성형수술협회 2011년 통계에서 한국은 인구 1000명당 13.5건의 성형수술을 할 정도로 세계 최고여서 그만큼 부작용도 많기 때문이다.

지금은 만성이 되었지만 오래전 오랜만에 한국 TV 연속극을 보니 거의 모든 여자 배우나 남자배우들까지 코를 세우고 쌍꺼풀 수술을 해서 한국 사람인지, 외국인 인지 모를 정도였다. 정말 지나치게 표시 나는 인공 미인들을 볼 때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할 정도로 딱한 생각마저 들었다.

한국이 성형 수술 천국으로 변한 이유는 잘못된 한국 세태 탓도 있다. 한국 사회의 미인 기준이 서구식으로 눈 크고 코가 높아야 하는 것으로 바꿔져 이젠 젊고 예뻐야 취직이 되고 결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애틀의 주류사회 TV 들의 경우 인기 여성이나 남성 앵커들은 흰머리를 자랑할 정도로 나이 들어 오히려 경륜을 자랑하고 있다.

섀도 닥터 기사가 나온 날 우리가 추구해야 할 한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여성을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그분은 82세에 수필집을 출간한 이필순 권사님이었다. 권사님은 얼굴 모습도 전형적인 한국 여성이었지만 우리 어머니 세대들이 겪었던 파란 만장한 과거 풍파를 겪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글을 쓴 것에 큰 감동을 받았다.

국회의원이 된지 6일 만에 6.25가 터져 납북된 아버지, 빨치산이 집에 불을 지르는 등 재앙의 연속, 남편을 기다리다 13년 만에 돌아가신 어머니, 납북 56년째야 북한에서 확인한 아버지 묘지, 한평생 함께 했던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이민생활 12년...

이제는 80이 넘었지만 6대째 기독교 가정 신앙으로 기죽지 않고 열심히 이민 생활을 하며 선조부터 자식, 손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의 글을 쓰고 있는 이필순 권사님은 정말 성형수술이 필요 없는 안과 밖이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우리 한국 여성이었다.


이동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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