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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명까지

오소(OSO). 너무 작은 타운이었다. 시애틀에서 1시간 거리. 3월22일 산사태로 43명이 숨지는 큰 참사가 일어났다. 오바마 대통령까지 찾아왔을 정도로 워싱턴주뿐만 아니라 미국인 모두에게 충격과 아픔을 주었고 한국 등 전 세계에 보도되었다.

7월4일 독립기념일 휴일에 산사태 현장을 직접 찾아가봤다. 그곳으로 가는 530번 도로는 딸기 농장에 유픽 가거나 고사리를 따러 한인들이 많이 가던 곳이었다. 알링톤과 달링톤 사이에 있는 오소는 사인도 없어 그냥 지나칠 정도로 아주 작았다.

산사태로 폐쇄되었다가 다시 열린 530번 도로를 가다보니 갑자기 산사태 현장이 펼쳐졌다. 왼쪽에 있는 산 반쪽이 떨어져나가 무너져 내린 진흙더미가 강을 넘어 주택들을 덮치고 도로까지 휩쓴 후 반대쪽까지 넓고 크게 번져 있었다.

폭 1.5마일, 깊이 20피트 이상의 진흙더미라는데 실제 보니 정말 크고 넓었다. 인근 숲과는 달리 마른 진흙더미와 부서진 집 잔해들, 송두리째 뿌리 뽑힌 많은 나무들 그리고 43명의 인명을 앗아간 잔인한 폐허 위에 성조기를 단 중장비 들이 있었다.



도로는 새로 포장해 말끔했고 차량들이 다니고 있어 산사태 비극이 마무리 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곳을 지날 때 아직도 찾지 못한 43번째 마지막 희생자가 떠올라 마음 아팠다.

운전해 가는 도로 밑이나 바로 옆 땅속 진흙 속 어딘가 묻혀 있는 희생자가 ‘살려 달라’고 소리치는 것 같아 안타깝고 마음 착잡했다.

7월22일 산사태 발생 만 4개월 만에 마지막 희생자 한명이 드디어 발견되었다. 시신 발굴은 공식적으로 지난 4월에 끝났는데 작업반원들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잔해들을 파헤쳐서 44세 몰리 로젤브러기 여성의 시신을 찾아냈다.

그녀의 유품을 찾아낸 후 땅 속 18피트 밑에 묻혀있던 차고에서 그녀를 발견했다. 그녀와 남편 잔 부부는 집에 있다가 산사태에 휩쓸려 숨졌으며 남편의 시신이 먼저 발굴되었다.

수색대원들은 그녀를 찾는 마지막 희망을 놓치지 않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수색대원의 노력에 감사하고 지난번 산사태 지역을 방문했을 때 느꼈던 안타까운 나의 마음도 풀렸다.

마지막 희생자 발굴은 그동안 애타게 기다렸을 가족들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전체에도 안도를 줄 수 있고 상처와 아픔들을 치유하며 다시 새롭게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 또 다른 안타까움이 있었다. 본국 세월호 참사 100일이 되는데 아직도 실종자 10명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였다.

사랑하는 가족이 돌아올까 봐 아직도 텅 빈 진도 체육관에서 매일 시신이 수습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은 마음 아팠다. 기다림 속에 가슴까지 새까맣게 타버렸다는 한 유가족의 말처럼 시신이라도 찾지 못한다면 이들의 고통과 슬픔은 영원히 계속될 수 있다. 당국은 마지막 한명이라도 수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랑하는 가족을 저 차가운 바다에 버려두지 않고 집으로 돌아오게 해 가족들이 마지막 작별인사라도 할 때 유가족들의 아픔도 치유되고 회복되어 다시 새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오소 산사태는 사망자들을 모두 찾았지만 다 끝난 것이 아니다. 유가족들이 소송을 제기했고 당국이나 과학자들도 원인 조사를 철저히 하고 있다.

그러나 세월호는 아직도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요구가 묵살되고 총체적 국가 개조도 말로만 떠들었지 변한 것이 없어 유가족들에게 또 다른 아픔을 주고 있다.


오소 타운 여러 집에는 아직도 '오소 스트롱' 배너가 걸려 있었고 "오소 주민들은 모두에게 감사한다"는 사인판도 있었다. 특히 오소 옆 달링톤에서는 독립기념일을 맞아 다양한 축하 퍼레이드도 벌어지고 있었다.

우리 조국도 하루빨리 남은 세월호 10명의 시신을 모두 수습해야 한다. 앞으로 관련자 처벌, 법제정, 유가족 소송 등 많은 일들이 계속되겠지만 현명하게 모든 것이 처리되어 언젠가 오소 주민들처럼 참사를 극복하고 감사하며 다시 단합하고 발전하는 조국이 되길 기원한다.(이동근 편집국장)


이동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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