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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푸념(데스크 칼럼)

들린다. 푸념이 들린다. 그러나 잔소리가 아니라 사실이다. “변했다. 이민 오기 전에는 나 없으면 못살았다. 그런데 이민 후 크게 달라졌다. 하루에도 같이 만나는 시간이 별로 없다. 다른 미국 친구와 더 가깝다. 심지어 2세, 3세들은 아예 잊어버렸다.”

우리와 같이 미국으로 이민 왔지만 우리가 크게 달라졌고 자신을 소홀히 한다고 불평하는 이 말은 사람이 아닌 ‘한글’이 하는 것이다.

10월9일은 한글날. 한국처럼 쉬는 날은 아니지만 새삼 다시한번 이민생활에서 한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날이 되었다. 568돌을 맞은 한글은 우리 한민족의 자랑스러운 유산 1위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 이민사회에서 한글은 어느 정도 자리하고 있을까?

많은 한인들이 이민생활이 오래될수록 한국말과 한글이 잊혀져간다고 아쉬워한다. 지난번 이민생활이 50여년이 넘은 70대 한인이 자서전 쓰는 것을 도왔는데 원고에는 틀린 옛 맞춤법이 많았고 영어들도 많았다.



미국에서 공부해 오히려 영어가 더 편한 이분이 이처럼 자서전을 낼정도로 한글을 잊지 않고 쓴다는 것이 오히려 반가웠다.

영어권 미국사회에 살다보니 대부분 한인들은 일터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영어 TV를 보고 자녀들과도 한국말과 영어가 반반 섞이는 대화를 한다.

한글을 읽는 시간은 한국 신문이나 인터넷, 카톡 등인데 특히 카톡으로 몇 글자 보내는 외에는 한글 쓰는 일도 적고 한글 문학 작품을 쓰는 것은 더 더욱 어렵다.

더구나 현재 카톡이나 이메일, 인터넷 댓글에는 맞춤법도 무시한 글들이 마구 올라와 오히려 아름다운 우리의 한글 세계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멀리하게 만든다.

지난번 중앙일보 본국지에는 요즘 젊은이들이 카톡에서 쓰는 셤, 쌤, 썸이란 단어를 아느냐는 글이 있었다.

문학을 전공하고 매일 한글을 쓰고 있는 나로서도 처음 듣는 단어였다. 알고보니 셤(시험), 쌤(선생님), 썸(연애 탐색전) 이라는 이상한 단어들이었다.

이처럼 순 우리글과 순 우리말이 크게 훼손되고 있는 지금이기에 한글날을 맞아 다시 한번 쉽고 아름다운 순 우리글과 순 우리말을 써야한다는 사명감을 글쓰는 사람으로서 다시 다져본다.

특히 이민사회에서도 시와 수필 등 일부 문학 작품들 중에도 한자가 있고 어려운 한문 단어들이 많은데 이제는 이해하기 쉬운 우리 한글을 쓰기를 바란다.

현재 한국어의 70퍼센트가 한자어여서 모든 말을 순한글로 쓰기는 어렵지만 되도록 알기쉽고 아름다운 한글을 골라 쓰면 좋겠다. 어려운 한자어를 써야 유식하고 고상하다고 생각하는 시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쉬운 한글을 써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내용을 알릴 수 있다.

미국 땅에서 우리 2세, 3세들은 한글조차 잘 모르는데 어려운 한자까지 신문이나 문학지에 있다면 더욱 우리 한글을 멀리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더 놀라는 것은 최근 한국에서 온 젊은이들조차 어렵지도 않은 한자도 잘 아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재 한글로 된 대부분의 성경들도 예전 중국 성경을 번역해 이해 못하는 단어들이 많다. 다행히 이제는 이해하기 쉬운 현대어 한글 성경들이 나왔는데 당연하다고 본다.

뒤돌아보면 30여년전 이민왔을 때까지도 한국 신문들은 한자를 많이 쓰고 세로 편집을 했다. 그러나 중앙일보가 오래전에 한글 가로쓰기 신문을 만든 것처럼 현 시대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해서도 한글 전용을 해야 한다.

특히 이민생활에서 한글 지킴이로서 좋은 작품을 내고 있는 문인들은 아름다운 한글의 시와 수필을 만들어 우리 한글과 우리말 순화운동뿐만 아니라 이민사회에 소망과 용기를 지펴주는데 앞장서야 할 사명이 있다.

이민생활에서 고생하고, 심지어 잊혀지고 있는 한글의 푸념을 더 이상 듣지 않도록 우리 모두 한글을 더 사랑하면 좋겠다.(이동근 편집국장)


이동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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