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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카드(데스크 칼럼)

핑크빛 집. 지붕도 핑크색이고 벽과 거실도 핑크색이다. 집안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고 선물을 기다리는 양말들이 벽에 여러 개 걸려있다. 토끼와 원숭이가 선물을 꺼내고 있다.

며칠 전 조그맣고 귀여운 핑크빛 집이 우리 집으로 왔다. 크리스마스 카드다. 납작한 카드를 펴니 입체감 있는 조그만 집이 되었다.

그 카드의 주인공은 30년전 이민왔을 때 알았던 일본인 친구다. 일본에 돌아간 후 지난 30년 동안 다시 만난 적이 없지만 한번도 빠지지 않고 크리스마스 때면 카드와 함께 소식을 제일 먼저 보내고 있는 고마운 친구다.

아들이 은행에 취직하고 딸은 대학 준비를 하고 아내는 요리학교를 다닌다며 새해에는 일본이나 미국에서 한번 보기를 원한다는 소식을 전해와 반가웠다.



나도 매년 그에게 성탄 카드를 보내고 있지만 카드를 받으니 언젠가 늦은 가을에 산에서 버섯을 따왔다며 전해주던 그의 모습 등 여러 추억들이 떠오른다.

두번째 카드가 왔다. 이 분은 지난해 돌아가신 사모님과 가족 등 여러 사진들이 인쇄된 카드에 가족이야기 등 정성 담긴 글들을 보내오셨다.

부부 사랑이 깊었던 분이어서 아직도 하늘나라에 계신 사모님을 잊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또 단란한 가족사진을 볼 때마다 우리도 살아 있을 때 더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하루를 지나고 나면 더 즐거운 하루가 오고, 사람을 만나고 나면 더 따스한 마음으로 기쁘고, 좋은 일이 생기면 더 행복한 일을 만들 수 있는 가내 다복한 새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이분이 보내주신 글귀처럼 우리 모두 행복한 새해가 되길 기원한다.


세 번째 카드는 워싱턴주 태평양 해안 타운에 사시는 분이다. 그곳에서 큰 꿈을 이룩하려 했으나 지난번 공황으로 어려움을 겪으셨는데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신 분이다. 어려운 가운데도 오히려 우리 가정을 위해 기도해주신다는 내용에 감사했다.


크리스마스 카드들이 오고 있다. 다양한 카드를 받으면 보낸 분들이 다시 생각 나 감사가 일고 그분들을 위해 기도도 올리게 된다.

지난해는 집이 차압되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계셨고 암치료를 받는 분들의 카드도 받았는데 올해에는 경제가 나아지고 건강도 다시 회복되었다는 카드를 받으면 좋겠다.

크리스마스 카드들은 카드그림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주고 있어 활력소가 되고 기쁨이 된다. 카드 중에는 여러 종류가 있어 느끼는 것도 다르다.

가장 기쁜 카드는 친필로 꼬박 꼬박 정성껏 글을 써서 안부와 함께 근황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카드는 상업적으로 인쇄한 것들도 있다.

친필 사인이라도 있으면 다행인데 어떤 것은 사인도 없다.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 그렇겠지만 이런 것은 받아도 별 기쁨이 되지 못한다.

종이 카드를 보내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어떤 분들은 이메일을 통해 전자카드를 보내는데 이런 카드는 사절하고 싶다.

이분은 편리하게 수십명, 수백명에게 한꺼번에 이메일로 쉽게 보내서 좋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냥 지워버린다. 정말 성의가 없기 때문이다.

더 받고 싶지 않은 카드가 있다. 아무런 인사도 없이 카톡으로 보내는 카드이다. 지난번 추수감사절이나 추석에는 카톡으로 많은 카드들이 왔다.

이것은 새로운 것들이어서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크리스마스는 종이 카드를 보내는 것이 전통이고 몇 마디라도 직접 써서 안부를 묻고 함께 성탄의 기쁨을 나눔으로 받는 사람들을 기분좋게 만든다고 본다.

나는 지금까지 크리스마스 카드만은 항상 카드에 친필로 꼭 글을 써 보내고 있다. 카드에 상대방의 이름을 쓰고 즐거운 성탄과 새해를 기원하고 안부를 물을 때면 다시한번 상대방의 모습들을 감사함으로 기억하고 간직한다.

이번 성탄절에는 우리 시애틀 한인사회에서는 이메일나 카톡 카드 대신에 정성이 담긴 종이 카드에 따뜻한 사랑의 마음들을 담아 함께했던 고맙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보내자. 그럴 때 더욱더 즐거운 성탄과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지 않을까?(이동근 편집국장)


이동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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