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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하는 들판

꽃향기. 돋아나는 새싹, 꽃망울 터지는 소리. 2월인데 벌써 시애틀의 봄이 시작되고 있다.

우리 집 화단에도 예쁜 꽃들이 올라왔다. 보라색, 분홍색, 흰색 등 여러 색깔의 조그만 꽃들이 피어났다. 제일 먼저 봄소식을 알리는 꽃들인데 한 달이나 이른 것 같다.

지난 주말 모처럼 스카지트 벨리를 다녀왔다. 봄 향기를 더 많이 맡고 봄 소리를 더욱 가까이 듣고 싶었다.

시애틀에서 북쪽으로 한시간 거리인 스카지트 벨리는 이날도 곳곳에 볼 것이 많았다. 평원 한쪽에서는 하얀 백조들이 긴 목을 수그리고 먹이를 찾고 있었다.



한 넓은 밭에서는 시금치를 바쁘게 따고 있는 여러 한인들이 보이고 농부들이 농기구들을 손질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 한곳에서는 수만 마리의 하얀 스노우 구스 새떼들이 먹이 찾기에 분주하였다. 이 철새들을 볼 때마다 시베리아에서 이곳까지 3000마일을 날아왔다는 것에 감탄을 한다.

항상 가는 조류보호지에는 마침 하얀 머리 독수리가 빈 나무 가지 둥지 옆에 도도하게 앉아 있었다.

그런데 이곳이 이제는 ‘Talking Fields’ 라고 사인판이 달라져 있었고 디스커버 패스 10불을 내도록 설명되어 있었다.

이 지역에는 이같은 ‘터킹 필드’ 8곳이 있는데 이곳을 찾아가면 이 들판의 특징을 스스로 알 수 있다고 한다.

나는 그곳에서 스카지트 벨리 들판이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나 귀를 기울여봤다. 들판은 먼저 우리에게 인내심을 이야기 했다.

겨울이면 차갑고 비오고 바람까지 심한 텅 빈 들판이지만 그 모든 것을 참아내면 봄철에 꽃피고 여름, 가을이면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 춥고 어두운 겨울을 지내니 이제 곧 4월이면 형형색색의 튤립들이 만발에 수십만명이 이 들판에 몰리는 축제로 유명해진다.

여름과 가을이 되면 밀과 오이 그리고 수많은 옥수수 밭과 붉은 호박 밭으로 풍성하다. 우리 삶도 현재 겨울처럼 삭막할지 모르지만 인내하면 삶에서도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고 풍성한 열매들을 맺을 것으로 확신한다.

또 다른 들판의 이야기가 들린다. 이곳이 현재처럼 연간 3억불어치 농작물을 생산하는 옥토가 되기 위해서는 그동안 농부들이 거친 땅을 일군 후 씨앗을 뿌리고 가꾸는 피 땀 흘리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 전국적으로 유명한 튤립 밭도 70여년전 초기 네덜란드 이민자들이 거친 광야를 피와 땀과 눈물을 뿌리며 기름진 옥토로 가꾸고 튤립 벌브를 심었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 우리 한인1세들이 언어와 문화차이로 고생하고 있지만 우리가 이 미국땅에 흘린 땀과 피가 밑거름이 되어 이제 우리 자녀, 후손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다는 소망과 용기를 주고 있었다.

스카지트 벨리 들판은 또 이야기한다. 이곳 농부들은 자신이 애써 고생한 농작지이지만 자신뿐만 아니라 남을 위하고 멀리서 날아오는 철새들에게까지 배려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있다고.

그래서 봄철 시금치를 따는 것부터 오이, 호박 등 그들이 남겨놓은 것들로 작은 기쁨을 누리는 한인들은 이같이 따뜻한 마음으로 베푸는 이곳 농부들을 향한 감사함과 그들의 사랑을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일찍 찾아온 시애틀 봄기운 속에서 스카지트 벨리의 아름다운 풍경들과 철새들을 보며 이곳에서 들판이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 감사했다.

현재 이민생활에서 실망과 좌절 속에 있다거나 혼자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은 이 들판에 나와 꽃향기와 풀냄새, 바람 소리, 새소리 등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들판의 이야기들을 직접 들어보면 좋겠다.(이동근 편집국장)


이동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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