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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정전 속 촛불

바람. 무서운 바람. 정말 비바람이 무섭게 불었다. 지난 토요일 린우드 동네에도 생전 처음 일 정도의 거센 비바람이 몰아쳤다.

집 앞의 커다란 나무가 한쪽으로 완전히 휩쓸리는 모습을 보고 저러다 부러지지 않을까 염려되었다. 이미 조그만 가지들은 많이 부러져 수북이 떨어져 있었다.

집을 나서니 길에도 떨어진 많은 나뭇가지들이 바닥에 깔려있어 차가 못 다닐 정도였고 또 다른 도로에는 전선주가 쓰러져 전깃줄이 땅바닥에 떨어져 급하게 다시 돌아가야 했다.

나무와 전봇대가 쓰러진 위험한 곳들이 많아 도로 곳곳이 차단되었다. 린우드에서 25년 한집에서 살아왔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엎친데 덮쳐 비바람 속에 정전까지 되더니 그날과 다음날 오후에 까지 불이 들어오지 않아 많은 불편을 겪었다. 밤에는 여러 사거리들의 신호등이 작동되지 않아 경찰이 모두 바리케이드를 치고 통행을 금지시키기도 했다.

집에서는 전기가 없으니 TV도, 컴퓨터도 소용없어 일도 할 수 없었다. 스마트 폰마저 배터리가 나가니 무용이었다. 어두운 집에서 할 수 없이 촛불을 밝히고 식사도 휴대용 가스버너로 간신히 해결 할 수 있었다.

집 유리창을 흔들며 무섭게 부는 바람 소리만 들렸을 뿐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었지만 그 속에서도 아내와 평소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TV 대신 밀린 신문기사를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비바람으로 전기 한번 나가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리의 모습을 보며 다시한번 우리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지 깨달았다.

최첨단 과학 문명의 디지털 시대라고 자랑하고 이젠 옛것들이 다 사라지고 외면당하고 있지만 막상 정전이 되니 집에 있는 초와 성냥을 찾아 불을 밝혀야 하는 것을 보면서 비록 불편한 시간이었지만 많은 교훈도 배운다.

그중에서도 어둠을 밝히는 빛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새삼 깨달았다.

특히 정전만 되면 사라지는 빛이 아니라 우리 삶속에서 영원히 꺼지지 않는 빛을 우리가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실감했다.

그 빛은 우리의 죄악을 밝히고 밝은 길로 인도하는 생명의 참 빛이다. 특히 현재 동성결혼, 총기 범죄, 마약, 갱단 등으로 어두워가고 있는 이 미국 세상에서 이같은 참 빛이 절실하다고 믿는다.

정전이 되자 새삼 촛불에도 감사함을 느꼈다. 평소에는 밝은 전등 빛으로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초이지만 정전이 되자 집안을 밝히는 큰 가치를 보였다.

이틀 동안이나 촛불을 켜서 초들이 거의 다 녹아내린 것을 보며 자기의 몸을 태워 남을 돕는 빛을 밝히는 촛불처럼 우리도 어둠에 있는 사람들을 빛으로 인도하는 삶이 되어야 할 것이라는 것을 다시 새겨본다.

이같은 아름다운 촛불이 빛을 밝히고 있는 곳을 다시 보게 되었다. 지난 2일 라스코 장학재단 설립자 리아 암스트롱 세계국제결혼여성총연합회 (World-KIMWA) 상임고문이 올해에도 인종 초월 가정 형편이 어려운 16명 싱글 부모 칼리지 학생들에게 1500불씩 총2만4000불의 장학금을 전달한 것이었다.

그녀는 이미 13년째 장학재단을 운영하면서 141명에게 20만4000불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한인사회 유일한 이같은 선행은 어두운 이 세상에서 조그만 촛불일지 모른다. 그러나 장학금을 받은 어려운 싱글 부모들이 눈물을 흘리며 감사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그 사랑의 촛불은 절망의 어둠속에서 이들에게 행복을 밝혀주고 앞날을 희망의 빛으로 인도하는 귀한 것이었다.

암스트롱씨가 켜놓은 촛불이 비록 작을 지라도 한인사회에 아름다운 촛불이 더 많이 밝혀지고 모여질 때 이세상의 미움과 갈등의 어둠은 물러가고 따뜻하고 행복한 빛들이 모두에게 가득할 것으로 믿는다.(이동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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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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