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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고 김영삼 대통령과 시애틀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22일 서거한 대한민국 제14대 김영삼 전 대통령. 젊은 모습으로 시애틀에서 뵌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22년이 지나 88세가 되셨고 하늘나라에 가셨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며 민주화 투쟁 끝에 첫 문민정부 대통령이 되어 역사에 남을 큰 개혁을 이룩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새삼 시애틀에서의 고 김 대통령의 모습이 생생히 떠오른다.
시애틀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부터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말년에 모두 방문했지만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1993년 11월 시애틀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 (APEC)로 참가해 더욱 인상이 깊다.
당시 APEC 정상회담은 시애틀 앞 바다에 있는 블레이크 아일런드에서 열렸는데 클린턴 대통령과 김대통령, 중국 강택민 주석 등 여러 정상들이 참가했다.
11월 18일 김대통령은 시애틀 컨벤션 센터에서 수백여명이 참가한 교민 간담회를 가졌다. 발 디딜 틈도 없이 많은 인사들과 돌아가며 악수하는 김대통령 취재에는 경호원들이 몸을 부딪치며 막아 경호가 너무 심하다는 불평을 사기도 했다. 부인 손명순 여사는 시애틀 한글학교 교사들을 접견하기도 했다.
뒤돌아보면 고인은 취임 후 부정부패 척결과 공직자 재산 공개, 금융실명제 등 정말 획기적인 개혁을 실시했다. 특히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역사 바로 세우기’로 감옥에 보내고, 하나회를 해체하는 등 조국 민주화와 개혁으로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시애틀을 방문했을 때 이같은 개혁으로 교민들로부터도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그후 아들 김현철의 비리 구속과 특히 임기 말년인 1997년 12월 국제 통화기금(IMF) 사태로 하루아침에 모든 영광이 사라지고 국가 관리위기까지 초래했다.


이로 인해 원화 가치가 곤두박질 1700불까지 연일 올라 국가 부도위기까지 이르자 시애틀 총영사관에서도 교포들에게 달러보내기 운동을 부탁하고 본국에서도 금 모으기 운동까지 벌어져 우리 한인들에게 큰 수치를 주기도 했다.
부끄러운 IMF 사태로 김대통령의 업적이 크게 손상되었지만 이번 서거로 인해 다시 더 귀중한 민주투쟁과 개혁의 역사들이 다시 부각되어 반갑고 이같은 좋은 점들이 역사에 더 기록되길 바란다.
시애틀 APEC 정상회담 후 얼마 되지 않아 회담이 열렸던 블레이크 아일런드 틸리컴 빌리지를 가본 적이 있었다. 이곳은 시애틀 항구에서 40분간 유람선을 타고 섬에 도착하면 맛있는 연어 식사와 함께 전통적인 인디안 춤을 볼수 있어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정상회담 회담장에는 대통령들이 앉았던 의자들이 있었고 함께 찍은 여러 사진들, 대통령들의 서명이 있는 액자들이 걸려 있었다. 대통령 서명 액자를 살펴보니 Kim Young Sam Korea 큰 글씨 서명이 있어 반가웠다.
그러나 2년전 이곳을 오랜만에 다시 가보니 회담장을 찾을 수도 없을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역사적으로 귀중하게 보존되어야 할 회담 장소는 생일잔치 룸으로 꾸며져 있었고 한 구석에 대통령들이 찍은 사진 액자가 밑에 놓여 있어 이곳이 그곳인 것을 겨우 확인 했다.
이 회담장소에서 환하게 웃으며 사진 기자들에게 클린턴 대통령과 함께 포즈를 취하던 김영삼 대통령도 세상을 떠났다. 그때 전 세계 주목을 집중시켰던 시애틀 APEC 정상회담 장소도 이제는 세인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있다. 김대통령뿐만 아니라 역대 대통령들의 권력과 명예도 잠시였다.
불과 20여년 동안 달라진 많은 것들을 보며 우리가 추구해야 할 영원한 것이 무엇이고 또 우리가 영원히 남겨야 할 것은 무엇인지 다시 겸허하게 생각해본다. 고인이 된 전 김영삼 대통령에 대해서 잘못된 점들은 잊어버리고 이제는 민주 투쟁과 개혁, 그리고 시애틀에서의 좋은 추억만을 간직하고 싶다.(이동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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