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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붙고도 학자금 막막···"공부하고 싶어요" 불체 학생 '눈물의 합격증'

아버지 노점서 신발 팔아…어머니 한국서 병 치료중

아버지는 잠깐 웃었다. 그리고 가슴을 때리며 울고 있다.

딸이 건넨 대학 합격 통지서 한장에는 삶의 단맛과 쓴맛이 배어 있었다. 자랑스럽고 미안하고…부끄럽다고 했다.

꼬맹이 막내딸은 아무것도 해준 것 없는 데 혼자 알아서 잘 크고 성실히 일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단번에 명문대학에 철썩 붙었다.

신발 노점상인 김호영(54)씨는 "수고했다"고 딸을 토닥였다. 합격 두글자위로 눈물이 번졌다.



기쁨 끝자락에 한숨이 나오는 건 맘 놓고 기뻐할 수만은 없는 현실 때문이다. 부녀는 합격증을 가운데 두고 '겉으로만' 웃는다.

서로 말하지 않지만 뜯어보기 싫은 고지서 처럼 피하고 싶은 현실이 합격증에는 덕지덕지 붙어 있다. 가난 질병 가족간 생이별도 넘어섰지만 또다른 벽에 막혔다. '슬픈 아메리칸 드림'.

김씨는 LA동부 지역 한 스왑밋 앞 길거리에서 돗자리를 깔고 신발을 판다. 아버지는 "하루 10시간 꼬박 일해도 하루 40불 손에 쥐기 어렵다"고 했다.

딸 줄리는 지난달 말 UCLA(생물학 전공)에 붙었다. 고교시절 교내신문 편집장에 마칭밴드 활동까지 하면서도 전과목 'A'를 받았다.

"정말 열심히 했는데 속상해요. 학비를 낼 수 없을 것 같거든요. 장학금을 탈 수 있나 해서 여기저기 부지런히 알아보고 있는데 쉽지가 않아요. 신분이 안되거든요."

지난 2001년부터 줄리에게 '불법 체류자'라는 신분은 족쇄가 돼버렸다. 줄리는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학교에서 주는 장학금과 정부 융자를 받을 수 없었다. 아버지 또한 직장을 구하는데 신분 문제 때문에 막힌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줄리의 가장 큰 아픔은 엄마와의 생이별이다. 엄마는 한국에서 심장치료를 받고 있다. 거액의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어쩔수 없이 엄마만 한국행을 택했다가 불체자 신분이 드러나 10년간 입국금지를 당했다.

줄리도 갈 수 없다. 한국에 나가면 돌아오지 못한다.

그렇게 이산가족이 된 지 벌써 7년째다. 가족이 다 함께 살려면 아직 몇 년 더 기다려야 한다.

줄리는 대학 합격소식도 엄마에게 전화를 통해 알릴 수 밖에 없었다. 엄마는 그저 울먹였다.

"함께 사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렵죠? 남들은 다 그렇게 사는데…. 전 반드시 의사가 되어야 해요. 제 꿈을 위해서도 가족을 위해서도요."

줄리의 학비 1차 등록일은 이달 25일부터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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