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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한인 미술가들-92] 끊임없이 진화하는 생명체 그려

신체 기관 일부 등을 강력한 색상으로 표현
30피트 되는 두루마리 이용…착시효과 이미지

스카이 김씨는 서울에서 태어나 미술 공부를 하다 미국으로 유학 와 1996년 뉴욕 프랫인스티튜트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뉴저지주 저지시티에 거주하면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그 동안 한국과 미국에서 7차례 개인전을 가졌고, 수십회의 크고 작은 그룹전에 참가했다. 오는 9월에 거버너스아일랜드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에 참가할 예정이다.

김씨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림 이외에는 다른 일을 생각해 본 적도 없을 정도로 운명적인 화가로 태어났다. 물론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가 잠깐 거주할 때 지독한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었다.

김씨는 “참 많이 힘들었지만 그 시기가 작품의 변화에 있어서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후 작업에만 집중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것을 제외한 나머지 생활하는데 쏟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이자는 자신만의 새로운 철학을 갖게 됐다. 친구들도 덜 만나고 잠도 덜 자고 하면서 대신에 작업실에서 쓸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해 그림에 쏟아 넣는 것이다.

“예전에 방향을 잃고 허송세월을 보냈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1분 1초가 너무나도 소중하고 하루 24시간이 너무나도 짧게 느껴집니다. 이 때문에 일단 작업을 시작하면 쉬지 않고 꼬박 12시간에서 14시간 동안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김씨의 작품은 두루마리 시리즈(Scroll Series)가 많다. 그는 연필과 마커, 수채화 물감 등 누구나 사용하기 쉬운 간단한 도구를 이용해 긴 종이 위에 미묘한 시각적 착시 효과가 있는 이미지를 만든다. 길이가 10야드(30피트)나 되는 종이 두루마리가 벽에서 시작해서 바닥으로까지 깔리기 때문에 평면 작품이자 입체적인 설치 작품이 되기도 한다.

김씨는 이 위에 물과 피와 같은 것에서부터 인체의 생명의 일부를 상징하는 듯한 원형질과 신체 기관의 모습, 자궁과 세포 형상, 쌓이고 겹치는 인체 또는 우주 코스모스의 드러나지 않는 초시각 형태들이 강렬한 색상과 꿈틀대는 형상으로 그려진다. 그렇다면 김씨가 이러한 독특한 형식의 작품에서 보여주려는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씨는 이렇게 말한다.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완전한 형태인 원은 제 작품에서 끊임 없이 진화하는 생명체를 상징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작은 돌멩이 하나를 현미경으로 보면 그 돌의 구성체들이 무수히 살아 움직이면서 끊임 없이 진화를 계속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태아가 엄마의 뱃속에서 9달 동안 조용히 웅크리고 지내면서 세상 밖으로 나오기를 준비하며 쉬지 않고 성장을 계속하는 이러한 우주적 생명 에너지가 제 작품의 중심을 이룹니다.

김씨가 이러한 생명 에너지를 표현의 중심에 끌고 나온 곳은 태어날 때 사망한 쌍둥이 자매에 대한 기억 또는 자의식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자의식은 자신의 작가노트에 문학적 표현으로 자세히 묘사돼 있다. 이를 보면 김씨는 자궁 속에서 함께 지냈던 쌍둥이 자매에 대한 생각과 인식이 자의식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이것이 그 자의식을 초극하는 한 과정으로 형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이러한 내면적인 자신의 세계를 작업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그의 이러한 작업 태도는 종교를 공부하는 수행자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글 쓰는 작가가 한 자 한 자 글을 써나가듯이 나는 10야드 길이의 종이에 그 순간의 시간, 공간, 에너지와 감정을 기록합니다. 관객들이 제 작품 속에 있는 동그라미, 점, 선 하나하나를 눈으로 따라가면서 자신이 어디서부터 온 누구이며, 또 현재 자신의 모습이 진정한 자신인지 살폈으면 합니다. 또 너무 많은 것을 가지려는 욕심 때문에 인간의 삶과 생명이 가진 우주적 본질을 잃은 것은 아닌지 조용히 조명해 볼 기회를 갖게 되었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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