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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일본 센다이…] 흐르는 눈물 꾹 참으며 계속 찬송가만

[LA중앙일보] 발행 2011/03/23 종교 1면 기사입력 2011/03/22 15:41

낮에는 교민 대피 돕고 밤엔 교회 정리
교인들 터전 무너져 한인교회도 위기

지진 발생 나흘 뒤인 지난 15일 폐허가 된 센다이지역 해변 마을을 다시 찾은 주민이 합장을 한 채 사망자들의 명복을 빌고 있다.[AP]

지진 발생 나흘 뒤인 지난 15일 폐허가 된 센다이지역 해변 마을을 다시 찾은 주민이 합장을 한 채 사망자들의 명복을 빌고 있다.[AP]

최수일 목사

최수일 목사

서동일 목사

서동일 목사

일본 현지시각 3월11일 오후 2시46분. 동북부 해저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대지진이 열도를 삼켰다. 지진 발생 열흘을 넘겼지만 아직 정확한 인명 피해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진 충격은 일본 열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주류 교계에서는 또 다시 마지막 때가 거론되고 있고 한인 교계에서는 '각성'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가장 피해가 컸던 미야기현의 센다이시에 파송된 3명의 한인 선교사들과 전화로 인터뷰했다. 선교사들의 고충과 현지 사정을 전한다.

지진 피해의 한복판인 동북 6현을 관할구역으로 두고 있는 주 센다이총영사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지역내 주요 한인교회는 13개다. 이들 모두가 피해를 입었지만 정확한 규모는 아직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중 센다이시내에 위치한 센다이순복음교회 최수일 목사 센다이교회의 서동일 목사 센다이침례교회 구현영 선교사와 18일과 19일 이틀에 걸쳐 인터뷰했다.

3개 교회 모두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들의 첫마디에서는 공포가 여과없이 뭍어나왔다. "칠흙속 공포" "내복만 입고 밖에서 떨었다" "이대로 순교하는 구나"하고 충격을 쉽게 삭이지 못했다. 지진 발생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이들에게 지진은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통화 감도도 위태로웠다. 끊기면 다시 거는 식으로 어렵게 전화로 인터뷰했다.

-지진 당시를 설명해달라.

▶최수일 목사(이하 최)=
처음에는 '아 또 지진이 왔구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강도가 심했고 아주 길었다. 당시 13층 아파트의 10층 우리집에 가족과 함께 있었다. 그 공포가 어땠겠나. 흔들렸던 3분이 3년 같았다. 아파트가 무너진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서동일 목사(이하 서)= 당시 교회에 있었다. 지진 직후가 더 무서웠다. 여진이 밤새도록 계속됐다. 전기 가스 통신이 두절된 답답한 상황에서 주변에서는 도와달라는 고함소리만 들렸다.

-가장 위협을 느낀 순간은.

▶최=
아직도 무섭다. 지진이 멎자마자 아파트에서 내복차림으로 뛰어나갔다. 공황상태에 빠진 주민들이 울면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날 밖은 영하의 날씨였다. 지진과 추위를 견뎠지만 당일 밤에는 눈보라까지 쳤다. 여진으로 유리창이 계속 깨지고 건물이 흔들거려 거리를 걷기도 위험했다. 외곽으로 가는 도로도 막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구현영 선교사(이하 구)= 센다이 공항의 참혹한 모습을 본 뒤다. 교회서 15분 거리에 있다. 지진 다음날인가 시신 수백구가 물에 찬 공항에 떠다니는 장면을 봤다. 언제 여진이 다시 닥칠 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가장 겁났다.

-교회 피해는.

▶서=
교회는 건물 외벽에 금이 가고 기물이 파손된 정도지만 교인들 피해가 크다. 집터만 남은 가정 생계수단인 논과 밭이 흙더미에 덮힌 가정도 있다. 아직 연락이 닿지 않는 교인(행방불명)도 있다. 현재까지 대피시킨 교인이 60여명이다. 더 자세한 것은 한달은 지나야 파악될 것 같다.

▶구= 우리 교회는 하나님이 살리셨다. 해변에서 차로 15분 거리인데도 해변과 교회 사이 고속도로 제방이 밀려오던 쓰나미를 막는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천행이다.

-현재 교인들 상황은.

▶서=
낮에는 영사관 대피소에서 교민 대피를 돕고 밤에는 교회를 정리하고 있다. 아내와 둘이서 함께 새벽기도를 하면서 이것이 꿈인가 싶어 계속해서 눈물이 흐르지만 꾹꾹 참으면서 계속 찬송가만 불렀다. 아내는 영사관에 대피한 한인들을 위해 식사 준비를 돕고 있다. 매일 매일 교인들과 교민들이 영사관에서 대절한 차를 통해 이곳을 빠져나가고 있다.

-현지 분위기는.

▶구=
원전 폭발사고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센다이는 원전이 있는 후쿠시마에서 100km 떨어져 있지만, 방사능 우려로 ‘지모토(토박이)’를 제외하고 모두 외부로 대피했다. 기자들 조차 없다.

▶서= 미야기현내 수많은 시신들을 화장하지 못해 대기하고 있다고 한다. 시신 오염 때문에 전염병이 돌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일본 지진이 우상숭배 때문이라는 한국 대형교회 목사의 발언이 논란이 됐다.

▶구=
일본인들의 마음을 열어야 하는 선교사들의 입장에서는 지혜로운 처세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일본은 선교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곳이다. 일본내 기독교인수는 전체 1%도 되지 않는다. 저명하신 목사님께서 본인의 말 한마디로 일본내 비 기독교인들이 교회를 어떻게 바라볼 지 먼저 생각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현재 가장 절실한 것은.

▶최=
구호품은 며칠전부터 공급되기 시작했다. 이번 지진으로 센다이의 한인교회들은 존립위기에 처했다. 유학생들도 떠나고 관광객도 없고, 굴 양식 같은 현지 교인들의 생활터전도 무너진 상황이다. 교회의 재정이 생기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물가가 비싼 곳이다. 건물은 무너졌어도 월세와 공과금은 계속 내야한다. 만약 미주 한인교계가 지원을 생각하고 있다면, 물품보다는 현지 한인 교회에 재정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달라.

-이번 참사를 통해 느낀바가 있다면.

▶최=
그래도 일본에 소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큰 지진에도 나라가 흔들림 없이 함께 보듬고 앞으로 나가고 있다. 놀라운 에너지를 가진 일본 국민들에게 복음이 전해진다면 세계 선교에서 일본은 가장 큰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정구현 기자 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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