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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류 신분' 불안한 1.5세들 "취업할 자리가 없어요"

취업비자 스폰서 구하기 '하늘의 별따기'
다양한 경력.명문대 졸업장도 소용없어

'실업자'라는 꼬리표가 또 다른 벽되기도

미국의 실직자는 1400만 명. 전체 실업률은 9%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취업시장이라는 평가 속에서 20~30대 한인들의 '청년실업'이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중 고등학교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온 한인 1.5세들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먼저 '신분'이 문제다. 대학 졸업 때까지는 체류 신분에 대한 고민 없이 '온실' 속에서 성장했지만 성인이 돼 사회로 나오니 신분이 당장 걸림돌이 된다. 시민권이나 영주권 없이 미국 기업에 취직을 하려면 H-1 취업비자를 받아야 한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미국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취업비자'라는 용어를 생소해 하는 경우도 많다.

끌어줄 네트워크도 마땅치 않다. 혈연 지연 학연이 한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미국에서도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것을 '취업시장'에서 절실히 느끼게 된다. 한 번 밀려나게 되면 다시 직장을 잡기가 쉽지 않다.



요즘 한인 대형 교회의 주보를 봐도 청년 실업 문제를 엿볼 수 있다. 남가주사랑의교회 나성영락교회 주님의영광교회 등 LA인근 대형 교회 청년부에는 구직문제 등을 이유로 '한국행'을 택하는 청년들에 대한 작별 소식을 매주 쉽게 접할 수 있다. '감원폭풍'과 '고용불안' 속에 방황하고 있는 3명의 한인 1.5세들을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저기…아직 자리 난 거 없나요?"

지난 22일 김은정(30.미시간대 조경학 졸업)씨가 이력서를 낸 회사에 마지막 전화를 걸었다.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죄송합니다. 지금은 없네요."

한 달 전 다니던 회사에서 인력감원으로 인해 갑작스레 해고를 당한 김씨는 결국 한국행 비행기표를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 취업비자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더 이상 미국에 머무를 수 없기 때문이다.

8년 전 미국에 온 김씨는 "미국인들도 취업이 안돼 난리인 요즘은 취업비자 스폰서를 구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며 "현대판 노예도 아니고 인터뷰를 볼 때마다 비자 때문에 눈치를 보는데 이제는 더 이상 신분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 한국행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대니얼 이(27.UC버클리 엔지니어링 졸업)씨 또한 졸업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취직에 실패하면서 좌절감이 쌓이고 있다. 다양한 경력과 명문대 졸업장을 갖춘 실업자 인재들이 주위에 너무 많았다.

이씨는 "지난 여름 졸업 후 실리콘 밸리는 물론 각 지역 회사에 이력서만 100장 넘게 뿌렸지만 취업의 문은 너무나 좁았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유학생 친구들로부터 많은 얘기를 들었지만 직접 구직시장에 나와보니 불경기에 구직이 이 정도로 어려울 줄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지금 이씨는 유명 IT 회사에 미리 입사한 학교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이력서 작성부터 인터뷰시 말투와 방법까지 새롭게 가다듬으며 기회를 노리고 있지만 한 자리에 수백 명씩 지원자가 몰리는 입사 경쟁을 뚫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실업이 장기화되면서 구직이 더욱 힘들어지는 '악순환'도 예전에는 없던 새로운 현상이다. '실업자'라는 현재 상태가 직업을 구하는데 보이지 않는 벽이 되고 있는 것.

영주권자인 백아현(28.아트센터 그래픽 디자인 졸업)씨는 직장을 떠난 지 1년째가 돼간다.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아 어쩔 수 없이 쉬게 됐다.

백씨는 수년 전만 해도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으며 회사를 옮겨다녔던 업계의 '실력자'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인터뷰를 할 때 마다 채용 담당자들은 "1년 가까이 쉬고 계시네요?" "혹시 전에 다니던 회사가 무슨 문제가 있었나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백씨는 "1년 가까이 오래 쉬다 보니까 채용 담당자들이 오히려 색안경을 끼고 본다는 느낌을 상당히 많이 받는다"며 "예전에는 회사를 그만둬도 별 두려움이 없었는데 지금은 '장기실업자'라는 이미지 때문에 재취업에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장열 기자 ry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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