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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론] 지주만이 이득을 본다

오명호/HSC 대표

데이빗 리카도(David Ricardo)는 1772년에 태어난 유대계 영국인이다. 그가 생존하고 활동을 한 시기의 영국은 산업혁명이 시작되어 새롭게 등장한 신흥계급, 즉 산업자본가가 전통적인 세습 부자인 지주와 어느 정도 힘을 겨룰 수 있었던 시대였다.

그는 지주이면서 또한 산업자본가였다. 일찍 장사에 뛰어들어 큰 성공을 이루고 44세에 은퇴해서 영국 하원의원까지 당선된 그야말로 부와 명성을 함께 거머쥔 사람이었다. 장사로 부를 이루는 과정에서도 그는 언제나 현실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는 사람이었다.

그는 경제이론에 더욱 관심을 갖고 현실 문제를 통찰하기 시작해 1817년 ‘정치 경제학과 과세의 원리(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 and taxation)’라는 명저를 남긴다.

영국 등 유럽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아는 사실이지만, 유난히 유럽에는 성(castle)이 많다. 주재원 시절 주말이면 언제나 찾아갔던 곳도 영국의 성들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 성안에 사는 사람들은 세습 지주계급이었고 성밖에서 성안에 사는 지주(귀족)의 생필품을 생산 조달하던 사람들은 농노였다.



흔히 알고 있는 두 계급, 즉 칼 마르크스가 저주했던 지주계급과 노동자 계급을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라 부르는 이유는 프랑스말로 ‘성안에 사는 사람’과 '성밖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성밖에 사는 사람들은 산업혁명이 일어나자 일자리가 있는 도시로 몰려나와 노동자로 신분을 전환하고 노동자 계급을 형성한다.

어쨌든 리카도가 생존했던 그 시기의 영국의 최대 정치·경제 쟁점은 바로 그 유명한 곡물법(Corn Law)을 둘러싼 찬반 양론이었다. 이 법의 취지는 해외의 싼 곡물이 영국으로 수입되면 영국 내 곡물생산업자는 손해를 보므로, 이를 보호하기 위해서 영국 내 곡물의 안정적인 공급과 곡물가격의 변동을 막기 위해 외국 수입곡물에 관세를 부과하는 법이었다.

취지는 좋았으나 신흥 자본가들이 보기에는 곡물을 영국 내에서 생산하는 지주들만 득을 보는 법이므로 반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격렬하게 반대한 자본가 계급의 이유는 바로 자신들의 이익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당시 노동자 계급의 임금은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는 수준인데, 만일 주식인 곡물 가격이 오르면 임금을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자본가 계급들은 생산원가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이 곡물법을 반대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자신들의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당시 곡물법으로 인해 해외의 값싼 밀 수입이 금지되고, 설상가상 흉작과 프랑스의 야심가 나폴레옹과의 전쟁으로 피해가 가중되자 곡물은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가격이 오르자 일반 노동자들은 식량을 구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 채 지주들이 추가 곡물가격을 인상하는 내용의 '신 곡물법' 제정을 꺼내자, 리카도는 지주들의 탐욕을 비판하고 신흥자본가들을 옹호하는 입장에 서게 된다. 본인도 지주이면서 신흥자본가였지만 세습으로 놀고먹으면서 배만 불리는 지주계급들의 자기보호는 잘못된 생각, 즉 사회정의에 비추어 옳지 않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리카도는 사회가 약간 평화로워지면 노동자들은 자식을 많이 낳는다. 그 결과 인구가 증가하고 식품가격이 오르며 비옥한 토지를 가진 지주의 땅값은 자연히 올라간다. 결국 외국에서 값싼 곡물을 수입하지 않으면 지주만 돈을 벌고 자본가와 노동자는 손해를 볼 뿐이다.

시대적인 상황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리카도는 아담 스미스와는 달리 장밋빛 세상이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즉 자본가들은 경쟁과 경쟁으로 지쳐가고 노동자들은 계속 빠듯한 임금으로 입에 풀칠하는 정도로 살아갈 뿐이라고 240여 년 전에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날 세상은 어떠한가. 240여 년 동안 자본주의 내지는 인간 사회가 어떤 형태로 점진적인 발전을 해왔는지 생각을 해보자. 피터 드러커의 말대로 21세기의 가장 힘있는 자본가는 바로 노동자 계급이 주인인 연금기금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지주계급들은 지금도 존재할까. 독자들은 왜 생산요소가 토지, 자본, 노동력이었는지 한 번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전략가인 겐니치 오마에는 생산 요소를 자본(Money), 노동력(Manpower), 원자재(Material) ‘3M’으로 정의했다. 여기에는 토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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