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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개심사 꽃구경

홍효진/자유기고가·뉴욕 거주

서울에 사는 벗이 서산에 있는 개심사는 왕벚꽃과 청벚꽃, 홍매화로 우리나라에서 유명하다는 글과 함께 꽃구경을 가서 박은 사진을 보내왔다. 덕분에 봄꽃이 만개한 고국 사진에 흠뻑 취할 수 있었음을 벗에게 고마워한다.

이민 온지 스물해가 넘어서인지 고국 사진 가운데에도 빌딩이 숲을 이룬 도회지보다는 기와 담장을 넘어 만개한 왕벚꽃이나 단청을 비집고 하늘로 솟은 듯 빨갛게 피어 있는 홍매화의 시골 향기 나는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뉴욕과 워싱턴을 오가며 이미 봄꽃 잔치를 한 나에게 개심사 꽃구경은 진부하게 느껴질 법하나 벗이 보낸 사진을 보며 웃음이 떠나지 않는 것은 이민 생활에 묻혀 하루하루 보내다 어느새 잊고 지내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터져서인가.

사진 가운데 연등이 보인다. 5월은 부처님 오신 날이 있어 절마다 연등을 달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올해는 윤3월이 있어서 부처님이 늦게 오시는지 사진 속 조용한 절 풍경이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진다.



21세기 들어 세계 중심 국가 대열에 들어선 한·중·일 3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대승불교 전통을 가장 잘 지켜오고 있는 나라인데, 그와 같은 위상에 비해 세계 속에서 한국 불교 위치는 참 초라하다. 뉴욕에도 한국 절이 있어요? 하는 소리를 아직도 들을 만큼 초파일이 다가와도 뉴욕에서는 이렇다 할 티 나는 행사가 보이지 않는다.

종교가 있는 이유는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종교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기에 있다. 그러니 부처님 오신 날이라 울긋불긋 거리를 장식하고 퍼레이드를 포함한 각종 행사를 해야만 그게 잘 보낸 것이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으리라.

나 역시 실속 없이 겉만 화려한 행사에는 고개를 젖는다. 그런 가운데 하고픈 말은 불교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고 있다면 그 빛은 자연스럽게 이웃에 보일 것이니 차차로 소문이 날 수 밖에 없으련만 뉴욕에 한국불교가 뿌리를 내린 게 50여 년이 된다는 데 어찌 이다지 조용하느냐 것이다.

마음을 연다는 이름을 갖고 있는 개심사(開心寺). 불교는 마음을 여는 종교란 한다.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마음을 열면 어떤 이득이 있을까. 세상을, 남을 탓하는 원망이 작아진다.

그것은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에너지를 꽃피운다. 따라서 그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쌓이면 쌓일수록 그 사회는 긍정적인 힘이 파도 치는 건강한 사회가 되리라.

개심사 청벚꽃의 은은함도 좋지만 홍매화는 강렬하고 찬란함을 보여주듯, 5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해 뉴욕의 불교는 심신이 고단해진 한인들의 마음을 힘차게 업그레이드시켜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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