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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 존재의 꽃 -김동원

임창현/시인·문학평론가

꽃이 핀다
무명의 꽃이 핀다
꽃도 모르고 꽃이 핀다
한 가지에 어깨를 서로 기대어 피어난
서로 모르면서 피는
서로 모르면서 아름다운 꽃

꽃은 모르면서 진다


모르고 지면서
모르고 산다
지는 줄도 모르면서 지지만
피는 줄도 모르면서 핀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살고 있는 꽃은
아름답고 눈물겹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살고 있는
우리네 목숨 같이
꽃은 피면서 진다

꽃이 피고 질 때
꽃은 서로가 속수무책이다
살지 않을래야 도무지 살지 않을 수도 없고
죽지 않을래야 도무지 죽지 않을 수도 없는
가엾은 목숨처럼

 사람이 산다. 무명의 사람이 산다. 왜 사는지도,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생각도 해보지 않으면서, 산다. 서로 기대서도, 그렇게 서로 모르면서 산다. 사람은 죽는다. 저도 모르면서 죽는다. 죄목도 모르면서, 단지 늙었다는 이유 하나로 사람은 죽는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살다 죽는 꽃은 아름답기라도 하지만, 아무 것도 모르면서 후회만 하다 죽는 사람은 그저 눈물겹다. 꽃이 속수무책으로 피고 지며 죽듯, 한번 낳았다가 도무지 살지 않을 수도 없어 살다, 죽지 않을 수도 없어 죽는 사람, 가엾다. 인생도 그저 한 닢 꽃 같은 존재다. 꽃은 죽어도 울어주는 꽃 없지만, 그래도 사람은 누군가 울어주는 사람이라도 있다. 그래서 사람은 슬픈 꽃이다. 그래 슬픈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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