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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 눈眼 -천양희

임창현/시인·문학평론가

바람 소리 더 잘 들으려고 눈을 감는다
어둠 속을 더 잘 보려고 눈을 감는다

눈은 얼마나 많이 보아버렸는가

사는 것에 대해 말하려다 눈을 감는다
사람인 것에 대하여 말하려다 눈을 감는다



눈은 얼마나 많이 잘 못 보아버렸는가

눈을 감는다는 것은, 육감으로 오는 우리들의 주관적 이지적 욕망의 과격성과 오독성을 넘어 사물과 인생 혹은 인간이 지닌 본연의 자리에 더 깊이 내려가 보겠다는 숙연한 자세일 것입니다. 결국 더 자세하게 더 확실하게 마음(心眼)으로 보겠다는 뜻일 것입니다. 우리의 내면에 무아에 가까운 빈터를 마련하고 그곳으로 사물이 들어오게 하려는 자세라 하겠습니다. 그때 사물은 왜곡되지 않은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과거도 미래도 눈 감으면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의 눈은 이미 얼마나 많은 것을 보아버렸습니까. 좋은 것도 보았겠지만 나쁜 것도 수없이 보아버렸을 것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사는 것이나 사람에 대해서도 말하려다가 눈을 감습니다.

오독을 피하고 싶어서입니다. 이는 사려 깊음이요, 겸허함이요, 지혜로움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눈을 감음으로써 눈과 입에 깃든 우리들의 자기중심성과 무책임한 해석과 언어행위에 대해서도 반성적 성찰을 하게 됩니다. 눈도 눈이지만 귀도 감아야할 때는 감아야할 것 같습니다. 눈을 잘 감는 사람이 생각 더 깊은 사람일 것입니다. 귀를 잘 감는 사람이 사려 깊은 주견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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