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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 부부 싸움 -오요한

임창현/시인·문학평론가

우리 집 뒤 숲 속
부부 싸움 났나보다
미쳐, 미쳐, 미쳐

저쪽에서도
미쳐, 미쳐, 미쳐, 미쳐

바람을 피웠는지


먹을 것이 모자라는지
서로 울화통 터지나 보다

한쪽에선 왜- 왜- 왜 묻고 있다
세 들어 사는 이웃인지

고난 없는 가정 어디 있겠니
집 뒤 숲속
한국말 하는 저 새들.

 각양각색(各樣各色)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가만 들어보면 그들의 소리 또한 각양각성(各樣各聲)이다. 새들 지줄대는 소리, 미쳐, 미쳐, 왜, 왜, 이 모두다 한국말이다. 하늘은 높고 맑고, 이 좋은 추수의 계절, 먹을 것 모두 익어 널려 있는 먹거리에 신명이 났는지, 먹세 다툼이 났는지, 아무튼 그 소리 의인화해서 듣는 시인의 감성 재미있다. 시인의 농원엔 온갖 과수(果樹) 그득하다. 하느님이 이미 허락하셨으니 농사짓지 않아도 되는 새들 많이 찾아오리라. 우리네 삶 속 툭하면 하기 쉬운 부부싸움처럼 새들에게서도 그 소리 부부싸움으로 듣는 시인의 귀 마냥 한가롭다. 그나마도 한국말로 싸운단다. 이 한국사람, 한국시인, 그의 귄들 어디 가랴. ‘한국말 하는 저 새들’이란 끝 연, 마음에 많은 것 맺히게 한다. 시인에게서만 들을 수 있는 이 발음, 이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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