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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목사 박사학위 논문 표절 논란

한인교계 "잘잘못은 가리되 마녀사냥은 안돼"

대형 교회로 손꼽히는 서울 사랑의교회 오정현 담임목사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으로 한국 기독교계가 시끄럽다. 이는 2200억이란 건축비용과 함께 특혜 의혹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사랑의교회 건축 문제와 함께 맞물려 사회적으로도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 내 한인 교계 역시 이 문제를 주목하고 있다. 오 목사는 지난 2003년까지 애너하임 지역 남가주사랑의교회 1대 담임을 역임하면서 한인 교계에 두루 영향력을 미쳤던 인물이다.

◆사건의 전말은

오 목사는 1998년 남가주사랑의교회 재직 당시 남아프리카공화국 포체프스트룸 대학(현 노스웨스트대)에서 '신약성경에 비춰 본 제자 훈련 설교'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해 초 이 논문에 대한 대필 의혹이 제기되면서 서울 사랑의교회 당회는 지난해 6월 조사위원회(위원장 권영준 경희대 교수)를 발족시켜 사실 확인에 나섰다. 조사위는 한 달 후 "대필 증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서 논란이 마무리되는 듯 싶었으나 지난해 8월 김진규 교수(백석대)가 오 목사의 논문이 라미라다 지역 바이올라 대학의 마이클 윌킨스 교수의 책(Following the Master)을 표절했다는 증거를 조사위에 정식 제출했다.



당시 오 목사는 "어떤 부정직한 증거라도 나온다면 사랑의교회 담임 목사직에서 사퇴하겠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결국 장기간 조사 끝에 지난달 31일 조사위 권영준 위원장은 당회원에게 배포한 조사 보고서를 통해 "오 목사의 박사학위 논문이 표절이라는 증거가 무수히 발견됐는데도 은폐와 거짓 부정직한 언행이 있었다"고 밝혔다.

◆미주 한인 교계의 반응

미주 한인 교계는 대체로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남가주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을 역임했던 변영익 목사는 "같은 목회자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앞으로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기도하면서 이 문제를 모두가 함께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주장신대 이상명 총장은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은 충격이지만 거기까지만 다뤄져야지 그 이상의 해석은 금물"이라며 "이곳에서 대표되는 교회에 계시다가 한국으로 가신 분이라 더욱 가슴 아픈 일이며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부 목회자들은 이에 대해 인터뷰를 거절하거나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가명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남가주사랑의교회 한 교인은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잘못할 수 있는데 이를 '마녀사냥'식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며 "다만 오 목사님이 기독교계에 주는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공적으로 논란에 대한 시시비비는 확실하게 가리되 내부적으로는 권면과 위로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표절 확실한가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올라 대학 마이클 윌킨스 교수는 논문 표절 소식을 듣고 이메일을 보내 "오 목사의 논문을 보니 내 책과 놀랄 만큼 유사하다. 나는 오 목사에게 내 책을 인용해도 좋다는 어떠한 허락도 해준 적이 없다"고 전했다.

조사위는 오 목사의 논문이 32쪽에 걸쳐 마이클 윌킨스 교수를 비롯한 외국 신학자의 저서 4권을 그대로 베끼거나 짜깁기 했다고 주장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지난 3일 사랑의교회는 당회를 긴급 소집했다. 이날 당회는 회의 끝에 조사위원회가 제출한 보고서를 공식 보고서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논란이 불거진 만큼 별도 위원회를 다시 꾸리고 진상 규명을 위한 사후 처리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10일 오 목사는 주일 예배에서 "참고 문헌을 인용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일부 미흡했던 점이 있었던 것 같다. 당회를 신뢰해주고 하나님의 뜻대로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전했다. 현재 오 목사는 거취를 포함한 모든 사안을 당회에 일임한 상태다.

◆미국에선 '표절' 어떻게 보나

미국 학계에서 표절(plagiarism)은 각 지침 문서 등을 통해 'theft(절도)' 또는 'burglary(강도)'라는 표현까지 쓰며 매우 엄격하게 이 문제를 다룬다.

바이올라 대학 마이클 윌킨스 교수는 "표절은 학계에서는 암(cancer)과 같다"며 "많은 학생들과 학자들이 이 문제에 많이 부딪힌다"고 말했다.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 탈봇 신학대학원 골든게이트 신학대학원 풀러 신학교 등 미국내 유명 신학교들은 학생 지침 등을 통해 표절에 대해 매우 엄격한 방침을 내세운다. 보통 '한 문장'만 같아도 표절 행위로 간주되는데 인용구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야 한다. 심지어 문서가 아닌 타인의 아이디어를 논문에 쓰는 경우에도 반드시 아이디어 제공자까지 밝혀야 한다.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측은 "표절은 성경에 대한 심각한 위반 행위로 간주한다"며 "표절은 학생의 부주의 가운데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의도적이던 의도적이지 않던 간에 표절이 발생하면 퇴학 또는 학위 박탈 등을 통해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다룬다"고 전했다.

일반 대학 역시 표절을 매우 엄중히 다룬다. UCLA측에 문의한 결과 "표절에 있어 의도가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표절 문장' 자체가 명백한 증거다. 그래서 어떤 학생들은 페이퍼를 내기 전에 혹시 모를 표절에 대비해 학생 센터 등에서 미리 점검까지 받는다"고 전했다.

각국의 표절 사례
독일선 장관 사임


표절은 어느 국가나 단체에서도 심심치 않게 문제로 불거진다. 다른 나라는 ‘표절’을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최근 발생한 각국의 표절 시비 등을 요약해봤다.

▶독일

지난 9일 독일의 아네테 샤반 교육부 장관이 박사학위 논문 표절 판정으로 장관직을 사임했다. 지난 1980년 뒤셀도르프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을 때의 논문에서 60여 개 문장에서 표절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적절한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물론 박사학위도 박탈당했다. 지난해 3월에는 칼테오도르 쿠텐베르크 국방장관 역시 박사학위 표절이 드러나면서 장관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헝가리

표절 논란이 대통령직 사임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4월 헝가리 슈미트 팔 대통령은 지난 1992년 발표한 논문의 상당 부분이 다른 2개의 논문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젬멜와이스 대학으로부터 박사 학위를 박탈당했다. 이유는 타논문을 일부 번역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는 국회 사임연설에서 “내 문제가 통합이 아닌 분열의 상징이 된 상황에서는 물러나는 게 나의 책임을 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한국에서는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 김병준 교육부 총리가 논문표절 문제로 취임한 지 13일 만에 사퇴했다. 또 이필상 교수는 평교수 시절 쓴 논문 5편이 표절로 판명되면서 고려대학교 총장 취임 56일 만에 물러났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숙명여대 교수 출신의 박미석 사회정책수석이 논문 표절 의혹으로 물러난 바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스포츠계에서도 표절은 중대 사안으로 다뤄진다. 13일 자크 로케 IOC 위원장은 문대성 IOC위원의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대학 측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IOC는 지난해 한국 총선에서 문 위원이 국민대학교로부터 받은 박사 학위에 대한 논문 표절 의혹이 일자 대한체육회(KOC)에 경위 설명을 요청한 상태였다. 문 위원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 리스트다.

장열 기자 ry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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