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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으로 변신한 안젤리나 졸리…"인간 의지의 숭고한 힘 관객에게 전하고 싶어"

'배우'가 아닌 '감독' 안젤리나 졸리의 신작 '언브로큰(Unbroken)'이 어제(25일)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실존인물인 루이 잠페르니의 삶을 그린다. 작품 속엔 19살 나이에 최연소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됐다 2차 대전에 참전, 공군에서 활약하지만 바다 위에서 추락해 47일간 표류하다 일본군에게 구조돼 850여 일간 혹독한 포로생활을 해야 했던 주인공의 굴곡진 인생이 화려한 스케일로 담겨있다. 감독으로서 졸리가 주목한 부분은 잠페르니의 삶이 웅변하는 희망의 메시지다. 최근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언브로큰'의 기자 간담회자리에서 만난 졸리는 "루이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의지의 크나큰 힘에 대해 전하고 싶었다"고 이번 영화를 연출하게 된 계기를 털어놓았다. 다음은 안젤리나 졸리와의 일문일답.

베벌리힐스=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 루이 잠페르니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가장 큰 이유는.

"원작을 읽고 전율이 일었다. 허락만 된다면, 그가 지나온 여정을 따라 걸어보면서 역사와 인생, 그리고 인간의 강인함에 대해 배우고 싶었다. 그럼으로써 나 자신도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으리란 확신이 있었다. 루이는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가난하고 어두운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올바른 선택을 통해 크고 작은 삶의 기적들을 이뤄왔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얼마나 특출난 사람인가를 자랑하기 보단, 우리 모두가 얼마나 위대한 존재일 수 있는가를 이야기했다. 루이는 인간 의지의 강인함과 숭고함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그 의지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안에 자리하고 있어 언제든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단 사실을 보여줬다. 자신의 삶을 내보임으로써 모든 이들에게 영감을 준 것이다. 바로 이것이 영화 '언브로큰'을 통해 내 아이들과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다."



- 감독으로서 힘들었던 점은.

"이 작품을 맡기 위해 영화사에 감독으로서의 내 능력을 증명하고 확신시켜줘야 했던 점이다. 단순히 작품을 맡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영화의 규모와 조건, 캐스팅에 대한 내 요구를 관철하는 것도 중요했다. 배우로서 쌓아온 커리어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스토리를 부분별로 나눠 그에 맞게 구상한 그림을 10여 개의 보드에 적어 큰 쓰레기봉투에 담은 채 영화사 미팅에서부터 촬영장까지 어딜가든 계속 들고다니며 내 비전을 설명하곤 했다. 두 번의 비행기 폭파 장면, 포로 수용소 세트, 바다에서의 표류기를 찍는 과정 등 촬영중에도 힘든 일이 많았지만, 스태프들부터 엑스트라 한 명 한 명까지 모두가 최선을 다해줬다. 고된 과정이었지만, 그만큼 그 과정을 즐겼다."

- 캐스팅이 꽤 파격적인데.

"유명한 스타를 캐스팅해 제작을 더 쉽게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각 역할에 꼭 들어맞는 배우를 찾고 싶었다. 역사 속의 한 시대를 대표할 수 있을 만한 배우인지,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배우인지도 중요했다. 잭(잭 오코너, 루이 잠페르니 역)과 미야비(포로 수용소 감시관 와타나베 역)는 그런 면에서 최적의 선택이었다. 잭은 남자 중의 남자이자, 루이처럼 내면에 엄청난 불길을 품고 있는 배우다. 잭도 루이처럼 힘들었던 시기를 헤쳐 온 경험이 있어 진실된 감정을 끌어내는 것도 쉽겠다는 생각도 있었다.미야비의 경우 연기 경험은 전혀 없지만 지적이고 존재감도 있고 전형적 일본 포로수용소 감시관의 이미지와는 다른 특별함이 있었다. 특히 어두운 배역일수록 좋은 사람이 연기해야 한다는 나만의 캐스팅 신조가 있는데, 미야비는 최고의 아빠이자 남편이고 아름다운 삶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사람이란 점이 마음에 들었다."

- 지난 7월 세상을 떠난 루이 잠페르니와의 추억이 있다면.

"자주 방문했었다. 중환자실로 옮기기 하루 전까지도 노트북에 후반작업중인 영상을 담아가 함께 보곤 했다. 그는 자신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영화에도 명확히 담겨 있는지를 몇 번이고 확인했다. 잭이 연기하는 자신의 삶을 지켜보며 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루이의 모습이 평화롭고도 놀랍게 느껴졌다. 곧 돌아가신 어머니 아버지를 뵐 수 있을 것 같다며 잔잔한 미소를 짓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혼수상태에 빠져 중환자실로 옮긴 후에도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병마와의 싸움을 계속해 몇 번이나 의식을 되찾았다. 말은 못했지만 '예스, 노'정도의 의사 표시는 할 수 있었고 손으로 빅토리 사인을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임종 때는 가족들과 함께 모여 우리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얘기해 드렸다. 장례식 역시 정말 아름다웠다. 그가 떠난 후 유난히 벌새를 자주 봤다. 하늘나라의 루이가 벌새가 돼 내 곁을 지켜주고 있는 것 같다."

- 스스로가 루이처럼 강인한 사람이라고 느꼈던 적이 있다면.

"엄마가 됐을 때다. 첫 아이를 입양해 공항에서 데리고 오는 순간, 더 이상 내 인생이 나만의 것이 아니란 걸 깨닫게 됐다. 내가 무슨 일을 하건 이 소중한 생명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단 생각이 들고 나니, '최고의 사람'이 돼야 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더다. 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이를 위해 어떻게든 그 일을 해결해 낼 거라는 확신이 들자 만사에 담대해졌다. 아이들이 넘어지거나 다쳐서 울 때 아무렇지도 않게 '괜찮아 일어나' 라고 말하는 나 자신을 보면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싶어 가끔 스스로도 낯설다. 더 이상 나는 주저앉아 울고만 있을 수는 없는 존재다."

- 돈, 명예, 아카데미 트로피, 멋진 남편, 행복한 가정까지 모든 걸 가졌는데, 따로 더 하고 싶은 일이 있나. 어디서 동기부여를 받나.

"돈이나 명예, 상 같은 것은 내게 또 다른 일거리를 가져다 줄지는 몰라도 날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는 걸 진작에 깨달았다. 난 올바른 길 위에서 좋은 일로 쓰임을 받고 있을 때 행복을 느낀다. 내 신념에 맞는 자선 활동이나 정치 활동을 하면서 내게 어떤 능력이 있는지, 세상을 위해 어떻게 일할 수 있을지를 배워 나가는 과정이 훨씬 큰 의미가 있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이제 막 13살이 된 큰 아들을 비롯, 여섯 아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나는 게 가장 큰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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