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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슬람 왕국' 터키의 기독교인들

장열/문화특집부·종교담당

터키는 지금 21세기형 이슬람 국가를 꿈꾼다. 현대적 체제와 종교의 양립은 터키의 야심이다. 아직 이슬람권에서 민주주의가 온전하게 정착한 사례는 없다. 대신 터키는 유럽과 아시아, 중동이 맞닿은 지정학상의 이점을 안고 있다. 이는 두 이념이 공존하기에 적합한 배경이 된다.

문명과 역사의 교차로 터키를 다녀왔다. 터키는 현재 공존의 가능성을 바탕으로 이슬람권의 맹주를 노린다. 패권을 쥐려는 낌새는 취재 내내 감지됐다.

터키는 국가발전 프로젝트(2023 비전)를 시행하고 있다. 건국 100주년(2023년)까지 세계 10대 경제국, 유럽연합 가입, 세계 5대 관광국 진입 등의 목표를 내걸었다. 최신 브랜드 광고와 미묘한 아잔 소리가 도시 한복판에서 자연스레 엉기는 이유다.

종교는 터키를 견인하는 힘이다. 터번을 벗고 시대에 맞게 세련된 이슬람으로 탈바꿈 중이다. 전세계 학자들을 모아 이슬람의 글로벌화를 시도하는 '하디스 프로젝트', 젊은층을 위한 신이슬람 지성주의 운동, 터키인 디아스포라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모스크 설립 프로젝트를 주도한다.



이스탄불 내 '예니 자미(yeni camii)'라는 이슬람 사원에서 그들의 속내를 엿보았다. '예니 자미'는 '새로운 모스크(new mosque)'란 뜻이다. 이름에는 의미가 실린다. 무슬림에게 모스크는 단순히 신을 위한 기도처가 아니다. 정체성을 담은 표상이다.

모스크는 방향이다. 그들은 정착지, 이동지마다 반드시 사원을 세운다. 잠식 또는 개척의 의도다.

유럽 내 교회가 이슬람 사원으로 바뀌고 무슬림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건 그들의 정신이 스며들고 있다는 방증이다. 터키는 얼마 전 문호를 개방한 쿠바에 모스크 건설을 제안했다. 최근 한국 이태원 이슬람 사원의 재건축까지 도맡은 건 지향하는 바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반면 이슬람 국가인 터키에도 기독교가 존재한다. 비율로는 0.0075%(약 6000명)의 극소수다. 취재 중 현지 한인 선교사들을 여럿 만났다.

이슬람의 신념 체계가 깊이 뿌리 내린 터키에서 선교 활동은 어렵다. 터키는 대외적으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정서는 타종교를 배척한다. 주민증엔 신념(종교)이 표시되고, 경찰은 종교 활동을 감시한다.

선교사들은 "아직 씨앗을 뿌리고 땅을 일구는 과정"으로 빗댔다. 하지만 "외부에선 당장 눈에 보이는 열매(결과)를 요구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국 기독교의 선교 성과주의, 현장에 대한 인식 부재, 맹목성 등도 꼬집었다.

'형제의 나라' 또는 한류에만 국한된 시각이 터키의 현실을 가린 걸까. 기독교는 단순한 잣대로 이슬람을 재서는 안 된다.

무슬림에게 종교는 역사이자 민족의 정신이다. 그들이 타종교를 수용한다는 건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터키 땅엔 동서고금의 오랜 시간이 녹아있다. 그들의 꿈은 총체적이다. 실현을 위해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종교를 비롯한 정치, 사회, 역사 등 총 4차례에 걸쳐 터키를 심층보도했다. 현실을 다각도로 보기 위해서다.

현재는 역사에서 태생했고, 오늘은 어제의 실존 아닌가. 미래는 그 지점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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