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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열 기자의 취재 그 후] 터키에서 수첩 말미에 적은 한마디

[LA중앙일보] 발행 2015/05/19 미주판 26면 기사입력 2015/05/18 20:33

종교가 뚜렷한 나라, 터키를 다녀왔습니다.

상반된 색채는 대비를 통해 더욱 극명해집니다. 이슬람 속 기독교가 그랬습니다.

하루 다섯 번, 아잔 소리가 온 나라를 뒤덮는 곳에서 기독교는 그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습니다.

시리아 최접경인 안타키아(안디옥)는 IS의 학살과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죽음이란 개념을 실제로 체감한 이들이 생존하는 곳입니다.

거기엔 교회(안디옥개신교회) 하나가 있습니다. 때마침 그곳에서 세례식(4월26일)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슬람 위험 지역에서 기독교 세례식은 흔치 않은 광경이라 곧바로 펜과 취재수첩을 들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무슬림인 그들이 기독교로 개종한다는 것은 사실상 사회적으로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는 겁니다. 심지어 목숨도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그날 4명의 무슬림이 기독교인이 되기 위해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들 역시 세례가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신앙을 고백하는데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그건 고백의 무게를 그 누구보다 스스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그 진지하고도 숙연한 분위기 속에 잠시 상념에 잠겼습니다.

기독교가 정식 종교로 공인받은 건 콘스탄티누스 때(313년)입니다. 그전까지 핍박과 박해에 시달리며 남몰래 신앙을 유지하던 기독교는 더 이상 숨어지낼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이는 기독교를 보호하고 장려하는 계기가 됐지만 한편으론 교회가 힘을 갖는 계기가 됐습니다.

기독교는 곧 주류가 됐습니다. 영향력이 생기자 자연스레 권력과 결탁했습니다. 손엔 부와 명예가 쥐여졌습니다. 교회 십자가는 점점 높은 곳에 내걸렸습니다. 표면적으로 자유를 얻었지만 되레 세상의 가치와 굴레에 속박되는 역설을 낳았습니다. 기독교는 그렇게 서서히 희석됐습니다.

본래 기독교인이 된다는 건 목숨을 내걸고 신앙을 좇겠다는 결심이었습니다. 세례는 신앙에 대한 결연한 의지와 믿음을 대외적으로 고백하고 확증하는 의식이었습니다.

문득 오늘날 기독교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그건 지금 어떤 의미가 됐습니까.

신앙과 생명은 별개가 됐습니다. 기독교인으로서의 구별은 희미해졌습니다. 낮아져야 할 성직자는 이젠 상석을 익숙해 합니다.

교회 건물은 점점 커지는데 영향력은 되레 줄어들고 있습니다.

기독교는 화려해졌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빛깔을 잃었습니다. 그 어디에도 예수는 보이지 않습니다.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취재 수첩 말미에 적은 한마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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