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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맥 세상] 데이비드 류의 '코리아타운 스피릿'

이원영/편집국장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은 더 짜릿한 것인가. 데이비드 류 후보가 165년 LA시의회 역사상 최초의 한인 시의원으로 당선된 것이 바로 그렇다.

지난 3월 초 예비선거에서 2등으로 통과했을 때만 해도 백인 유권자가 62%나 되는 선거구에서 이름을 훨씬 많이 알린 백인 후보를 꺾는다는 것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견됐다. 한인들은 온 힘을 다해 응원은 했지만 설마하는 마음이 더 강했다. 매일 선거판을 관찰해온 기자들도 투표 당일 "40대 60"이라며 패배 쪽에 무게를 둘 정도였다.

그런 분위기였는데 막상 개표가 시작되니 처음부터 류 후보가 현저한 리드를 보였다.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된 우편투표함을 먼저 개봉한 결과여서 뒤집힐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류 후보는 줄곧 7%포인트 이상의 득표율 격차를 유지하면서 완승을 거두었다.

개표 상황을 지켜보던 기자들은 "대단하네"를 연발했다. 아무도 낙승을 예상치 못했지만 류 후보는 달렸고 완벽한 승리를 일궈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기적'을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개표 현장에서 류 후보와 기쁨을 나눴던 강석희 전 어바인 시장은 "기적이 아니다. 필연적인 결과다"고 했다. 그 역시 백인 지역에서 발품을 팔아 극적으로 시장에 당선되었던 때가 오버랩되었을 것이다. 뚝심, 자신감, 열정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다는 것을 두 사람은 이심전심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류 당선인에게 오늘의 극적 승리를 안겨준 키포인트를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코리아타운 스피릿'이라고 말하고 싶다. 올해 39세인 류 당선인은 6살 때 LA코리아타운으로 이민을 왔다. 코리아타운에서 살고, 학교 다니고, 라티노 친구들과 어울리며 청년기를 보냈다. 대부분 한인 부모들이 코리아타운의 교육환경이 열악하다며 자녀 교육을 이유로 외곽지역으로 이사를 하는데 류의 집안은 그럴 형편이 되지 못했다. 2베드룸 아파트에서 부모와 동생 둘, 외할머니 이렇게 여섯 식구가 복닥복닥 살았다.

부모도 여느 맞벌이 부부처럼 고달프게 일했다. 이런 험한 '바닥 생활'은 류 당선인의 살이 되고 피가 됐다. 시끌벅적하고, 치안 불안감이 상시 감돌고, 마약과 술판의 냄새가 가득했던 코리아타운. 류는 이런 척박한 환경에 익숙해졌고, 가정 환경이 좋지 않은 친구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고충과 아픔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부모가 원했던 의대 진학을 포기한 뒤 학생회장, 한미연합회, 시민권 수수료 인상 반대 시위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쪽으로 열정을 보이게 된 것도 그가 살았던 환경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류 당선인은 여느 1.5세들보다 한국말을 훨씬 유창하게 잘 한다. 선거 캠페인 때도 만나는 한인들마다 두 손으로 악수를 하고 허리를 크게 굽히며 또렷한 한국말로 인사를 했다. 그를 처음 접한 한인들은 "젊은 친구가 대단히 한국식"이라며 대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면모들은 그에게 '코리아타운 스피릿'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만약 류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환경 좋다는 지역, 무슨무슨 학교에서 곱상한 친구들과 사귀며 다양한 스펙을 다져 세칭 초일류 대학을 다녔다면 그는 단순히 많은 봉급에만 만족하는 소시민에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류는 큰 정치인이 될 자질을 두루 갖췄다. 한인 특유의 친화력, 스피치, 낮은 곳을 살피는 배려심, 친근감 주는 소탈한 외모 등이 모두 큰 정치인으로 도약할 수 있게 해 줄 자산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가 '터프한' 환경에서 들풀처럼 자라면서 몸에 담은 '코리아타운 스피릿'은 가장 귀중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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