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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소년의 좌충우돌 '엄마 찾아 삼만리'

브로드웨이 집중조명 <9>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

토니상 '최고 연극상' 수상한 화제의 작품
연기력·연출력·기술력 삼박자 모두 갖춰


뮤지컬·연극계의 아카데미상, 토니상 시상식이 지난 7일 열렸다. 이날 선정된 최고의 연극 작품은 바로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이었다. 최고 연극상 이외에도 연극 부문 남우주연상, 무대디자인상, 조명디자인상, 연출상 등 5개 부문에서 상을 거머쥐었다.

'연극'이라 하면 영어 알아듣기 어려울 것 같고 내용도 잘 모를 것 같고… 걱정이 앞서는지. 기왕 연극 공연 관람에 도전해볼 생각이라면 이 작품을 강력 추천한다.

원작은 영국 소설가 마크 해던의 2003년 작품. 출간 당시 엄청난 화제몰이를 하며 순식간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책을 한번 펴면 단숨에 읽어내려갈 정도로 흡인력이 있는 이야기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한글로 번역된 소설을 읽고 가면 연극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자폐아가 바라보는 세상

작품의 주인공은 15세 자폐 소년인 크리스토퍼. 아빠와 단 둘이 사는 크리스토퍼에겐 남다른 특징이 몇가지 있다. 우선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장소를 싫어한다. 이유는 사람들과의 접촉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 그리고 머리가 비상하다. 특히 수학을 잘 한다. 그래서 크리스토퍼는 스스로를 수학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날 크리스토퍼에게 충격을 안겨다준 사건이 발생한다. 앞집에 사는 시어스 아주머니의 개 '웰링턴'이 죽었다. 거대한 포크를 연상시키는 정원용 쇠스랑(Garden Fork)에 찔려 죽은 것을 크리스토퍼가 발견한 것이다.

이때부터 크리스토퍼는 팔을 걷어붙이고 범인을 찾기 위해 나선다. 사람들과의 접촉도 대화도 꺼리는 크리스토퍼가 이웃집을 돌면서 질문공세를 한다. 불편함을 무릅쓰고 이런저런 정보를 모은 크리스토퍼는 이 모든 내용을 노트에 적는다. 그러나 크리스토퍼의 아버지는 화를 내며 탐정놀이는 그만두라고 하며 노트를 숨겨버린다.

아버지 몰래 노트를 찾아 집안 구석구석을 뒤지던 크리스토퍼는 또 한번의 충격을 받는다. 죽은줄로만 알았던 엄마로부터 온 편지 뭉치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이제 크리스토퍼는 이 편지에 적힌 주소를 찾아서 런던으로 홀로 여행을 떠난다. 누군가의 손길이 닿는 순간 괴성을 지르며 온 몸을 웅크리는 크리스토퍼가 과연 이 여행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비주얼의 승리

책 속에서 크리스토퍼가 겪는 혼란 사건 모험이 눈 앞에 펼쳐지는 '비주얼의 승리'가 바로 이 연극 작품이다. 아니나다를까 토니상을 수상한 부문들도 모두 비주얼을 담당한 파트였다. 특히 알렉스 샤프라는 줄리아드대학을 갓 졸업한 신인 배우를 통해 살아난 '크리스토퍼'라는 캐릭터는 압도적이다. 말더듬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 누군가의 손길이 닿았을 때 즉각적으로 오는 히스테리컬한 반응 지치지 않는 움직임 그리고 엄마와의 교감 등 디테일한 연기로 관객들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이 역할로 샤프는 토니상 연극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무대와 조명 또한 괄목할만하다. 평평했던 무대뒷벽이 사다리가 되고 계단이 되고 영국 시골에서 런던 대도시로 여정을 떠나는 크리스토퍼를 따라 '무대'라는 제한된 공간이 무제한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다. 이것만 구경해도 시공간을 뛰어넘는 제작자들의 아이디어에 거듭 놀랄 것. 비디오 프로젝션을 잘 활용한 점도 똑똑하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다듬어간 연출력이 감탄할만하다. 그 어느 것 하나가 튀게 되면 전체적인 균형이 깨지기 십상인 작품 속에서 밸런스를 맞춘 연출가 매리언 엘리엇의 실력이 그저 놀랍다. 엘리엇은 앞서 연극 '워 호스(War Horse)'에서도 탁월한 연출 감각으로 극찬받은 바 있다. 엘리엇은 주인공 크리스토퍼가 느끼는 감각 하나하나를 무대 위에서 끄집어내어 관객들에게 깨달음을 준다. 평소 스쳐지나갔던 소리에 다시 집중해보게 만들고 평소 스쳐지나갔던 디테일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다. '극장'과 '무대'라는 예술이 가지고 있는 힘을 여실히 드러내는 작품이다.

이주사랑 기자

이 장면을 눈여겨 보세요

◆영국 시골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여정. 무대가 기차로 변하고 이내 런던 지하철로 변하는 장면은 천재적이다. 특히 지하철 장면에서 선로에 빠진 햄스터를 구출하기 위해 무턱대고 선로로 뛰어든 크리스토퍼, 그리고 다가오는 열차…. 긴장감이 극에 달한다.

◆극이 끝나고 돌아가려는 찰나에도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길. 복잡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크리스토퍼의 비상한 머리가 관객들 앞에서 짧은 시간 안에 복잡한 수학 문제를 깔끔하게 풀어내보이면서 공연은 완벽하게 마무리된다. 수학에 자신있는 사람이라면 같이 풀어봐도 좋을 것.

공연정보

▶공연장: 배리모어 극장(Barrymore Theatre, 243 W 47th St)

▶일반 티켓: 155달러(오케스트라 기준)

▶할인 티켓: 99달러(www.ohshow.net 212-842-9311 한국어 가능)

▶웹사이트: www.curiousonbroadw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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