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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하버드의 '성전환' 한인 혼혈 수영선수

장 연 화/문화특집부 부장

지난 달 주류 교육계를 강타한 뉴스가 있다. 하버드대학이 남자 수영팀 선수로 성전환자인 트랜스젠더를 영입했다는 이야기다. 하버드는 현재 여성 수영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슈일러 베일러(19)가 올 가을부터 남자 수영팀 선수로 뛰게 된다고 밝혔다.

지난 달 23일 기사를 보도한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베일러는 '성전환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입학하는 최초의 하버드생'이다. 또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기록에도 '최초의 성전환 수영 선수'로 이름을 올린다.

농구 등 다른 스포츠 종목에선 성전환 선수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남자가 여자로 변신한 케이스다. 그래서 스포츠계와 대학 교육계에서는 베일러를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꿀 롤모델이자 개척자로 보고 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베일러는 하버드 여자 수영팀으로 합격됐지만 입학을 1년 늦췄다. 그리고 그 사이에 여자에서 남자로 변신하기 위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베일러는 하버드대 교지 '더 하버드 크림슨'과의 인터뷰에서 "수영을 계속 해야 하나, 아니면 그만두고 성전환 수술을 받아야 하나를 계속 고민했다"고 밝혔다.



버지니아에서 성장한 베일러는 한동안 자해, 우울증, 자살충동, 섭식장애 등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미국 여자수영선수 간판인 케이티 레데키 선수가 포함된 팀에서 전국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지만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다고 했다.

좋아하는 수영을 포기하기 싫었지만 여자로 살아갈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단은 가슴(유방) 절제 수술만 받고 여자팀에서 뛰기 위해 이같은 사정을 수영 코치에게 털어놓았다. 베일러의 이야기를 들은 코치는 "남자 수영팀에서 수영을 계속 하라"며 격려를 보냈다. 소식을 들은 남자 수영팀도 베일러가 편안하게 연습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남자팀 수영 코치인 테일러 타이렐은 한 스포츠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베일러를 영입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베일러를 내 팀에서 뛰게 하려는 이유는 다른 선수들에게 원하는 것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나는 그가 학업과 운동에 최선을 다하기를 바랄 뿐이다."

베일러의 주 종목은 100미터 평영. 베일러가 만일 여자팀에서 뛴다면 아이비리그(동부 8개 명문대) 수영대회에서 챔피언이 될 수 있겠지만 남자팀으로 뛸 경우 중간 순위를 면치 못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베일러는 인터뷰에서 전했다.

"나의 수영은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하루하루 더 나아지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겉만 바뀐 것 뿐이고 속은 그대로 입니다. 저는 저일 뿐입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한인 혼혈아인 베일러는 테리 홍씨와 그레고 베일러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가 한인 외할머니에게 성전환을 고백하자 할머니는 "알고 있었다"며 따뜻하게 품어줬다고 했다.

성전환 선수를 수영팀 선수로 받아들인 하버드대의 결정은 동성결혼을 합법화시킨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못지않은 진보적인 결정이다. 그러나 이는 그만큼 베일러같은 케이스는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고 가지 않는 길을 걸어가는 것은 힘들고 어렵다. 그래서 혹시라도 그런 이들을 볼 때 성적인 기준을 들이대며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르다고 구별하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라고 격려해주는 부모가 되어주자. 벌어지는 세대차이를 좁힐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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