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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숟가락조차 스토리가 있다

한미박물관 2.4배 규모 면적
전시관 3개·커뮤니티 룸 8개
유물 10만점 '사람이야기' 가득

일미박물관은 가깝고도 멀다. 한미박물관 건립계획이 공개된 다음날인 22일 LA다운타운 리틀도쿄에 있는 박물관을 찾아갔다. 개관 23주년을 맞는 그들에게서 박물관에 대한 경험을 듣기 위해서였다.

4500만달러를 들여 1999년 개관한 신관 '파빌리언'은 2층 건물로 8만5000스퀘어피트 면적에 3개의 전시관 8개의 커뮤니티룸 일본식 정원 등이 꾸며져있다.

프로그램 담당 부회장인 코지 사카이(38)씨가 정문에서 반갑게 맞았다. 2층의 상설 전시관으로 먼저 안내했다. '공감의 장: 커뮤니티의 중심'이라는 상설 전시관에는 2차 세계대전 전후의 일본인들의 애환이 담긴 1000여장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의 표정은 전쟁 전후로 확연히 나뉜다. 행복했던 일본계 미국인들은 진주만 공습 이후 수용소로 강제 이주됐다. 무려 12만 명에 달하는 민간인들이 10여개 캠프로 옮겨갔다.



"당시 일본계 미국인들은 2세 3세들이었습니다. 대부분 미국화되서 영어가 편한 분들이었죠. 단지 출신국가 국적이 일본이라는 이유로 한순간에 재산과 삶의 터전을 빼앗겨야 했죠. 그 '트라우마(정신적 충격)'는 아직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욘세(일본인 4세)인 사카이 부회장의 부모도 강제수용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의 팔뚝엔 알파벳과 숫자 조합의 문신이 있다. 'OH129E'. 그의 아버지 수용자번호다. 뿌리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라고 했다.

사진 외에 유물들은 언뜻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안경 기모노 책 고가구 등등이다. 그들이 전시한 것은 겉모습이 아니었다. "우리가 보유한 유물은 10만여점입니다. 모두 기증받은 것들인데 우리가 받을 때엔 원칙이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느냐죠."

부러진 녹슨 숟가락과 깨진 질그릇 조차 전시하고 있는 이유다. 그중에서도 17세 소년 스탠리 하야미의 일기는 일본인들의 '안네 프랑크의 일기'라고 할 수 있다. 고교생인 하야미는 일기에 1941~1944년 수용소 생활을 빼곡히 적었고 1945년 19세에 미군으로 전쟁에 참전해 전사할 때까지 일상을 기록했다. 특별전으로 소개돼 큰 호응을 얻었다.

특별전도 한창이었다. 하버드 대학 교수였던 이토 박사가 2차 대전 참전에서 몰래 찍은 사진 200장이 전시중이다. 또 하와이의 일본인들의 삶을 담은 전시전도 진행중이다.

일미박물관은 최근 수년간 '진화'하고 있다. 이민사에 뿌리를 두되 아시아 전체 커뮤니티를 아우르는 전시를 연달아 선보였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개최한 '헬로키티쇼'가 대표 사례다. 한마디로 대박이었다. 8만 여명인 연평균 방문객이 올해 벌써 15만 명을 넘겼다. 일본계 미국인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아시안'들을 껴안는 실험이 성공을 거둔 셈이다.

이동중에 곳곳에서 이름들이 발견됐다. 벽 창문틀 바닥 계단 어디서나 기부자들의 이름이 박혀있다. "운영 기금의 90%가 개인 후원자들입니다. 사람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하면 사람들이 보러오고 사람들이 기부하게 되죠." 일미박물관 직원 50명중 기부자와 후원자 담당팀은 6명으로 가장 많다.

투어를 마치고 한미박물관의 청사진을 보여주면서 조언을 구했다. "아파트로 운영 예산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하지만 아파트만 강조된 듯 보입니다. 어디에서도 박물관 수장고는 보이지 않네요. 또 외양은 전통양식이 아니라 컨템포러리 박물관이라 특징을 찾기 어렵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박물관의 철학이 뭐죠?"

한미박물관이 어떤 이야기를 소개했으면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LA폭동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일미박물관이 세계 2차대전을 기준으로 그들의 삶을 나눴듯 한인 이민사를 1992년을 기준점으로 삼으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다.

일미박물관측은 한미박물관을 기꺼이 돕겠다고 했다. 중미박물관 프로젝트도 선배인 그들이 지원했다. "불러만 달라"는 그에게 대답하지 못했다. 한인 커뮤니티가 도움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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