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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방 뒤 더 꼬이는 '킴 데이비스 논란'…동성결혼 증명서 발급 거부 서기

[LA중앙일보] 발행 2015/09/14 미주판 6면 기사입력 2015/09/13 19:19

일부 기독교계 '민권운동 아이콘' 부각 시도
극우 민병대 조직선 "신변보호 하겠다" 나서
인권단체들 "정치적 악용 말라" 비판 쏟아져

지난 8일 킴 데이비스가 수감중이던 카터 카운티 교도소에서 출감해 기다리고 있던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마이클 허커비 공화당 대선 후보, 킴데이비스, 맷스태버변호사, 남편인 조데이비스. [AP]

지난 8일 킴 데이비스가 수감중이던 카터 카운티 교도소에서 출감해 기다리고 있던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마이클 허커비 공화당 대선 후보, 킴데이비스, 맷스태버변호사, 남편인 조데이비스. [AP]

최근 미국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인물은 도널드 트럼프도, 힐러리 클린턴도 아니다. 미 북동부 켄터키주 로완카운티의 서기(clerk)인 킴 데이비스다.

그녀는 지난 6월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에도 불구하고 동성결혼 커플의 결혼 증명서 발급을 거부해 논란이 된 인물이다. 본인의 신앙이 거부의 이유였다. 동성커풀을 위한 결혼 증명서에 본인의 이름이 기재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열렬한 환호를 받았고, 반대측으로 부터는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켄터키주 연방지법은 '법원 모독죄' 등을 적용해 그녀를 수감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8일 결혼 증명서 발급 업무에 관여하지 말 것과 2주마다 결혼 증명서 발급 현황 보고를 조건으로 수감 5일만에 그녀를 석방했다. 법과 신앙의 자유 문제에 대한 논란까지 불러왔던 '킴 데이비스 사태'는 이렇게 일단락 되는 듯 싶었다.

하지만 제 3의 세력들이 이번 사태에 개입하고 나서면서 '총성없는 전쟁'은 또 다른 방향으로 번지고 있다.

보수적 기독교계 인물이나 극우성향의 단체들이 공개적으로 킴 데이비스 지지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치적 의도설'까지 더해지면서 사태는 더 복잡한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까지 보이고 있다.

당장 최대 규모의 극우성향 민병대 조직으로 알려진 '오스 키퍼(Oath Keeper)'는 그녀의 신변보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거창하게 '데이비스 작전'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만약 킴 데이비스가 법원의 명령을 어겨 재수감되는 사태가 발생하면 이를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막겠다는 것이다. 이 조직은 '헌법정신 수호'를 모토로 하고 있으며 전국에 조직원이 수 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직의 창설자인 스튜어트 로드스는 "이미 킴 데이비스의 변호인과 접촉을 했다"며 " '데이비스 작전'을 위해 군인과 경관 출신의 조직원들로 파견 계획도 끝냈다"고 밝혔다. 만약 그녀가 법원의 명령을 어기고 재수감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자칫 공권력과 민병대 조직 간의 충돌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로드스는 "우리가 킴 데이비스를 지지하는 것은 동성결혼과는 관계가 없고 그녀가 연방판사에 의해 불법적으로 수감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성결혼 합법화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연방법원 판사의 과도한 권한 행사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보수적 기독교인인 브라이언 피셔라는 칼럼니스트는 '미국가족협회'라는 단체의 웹사이트에 '킴 데이비스는 우리에게 로자 팍스같은 인물'이라는 내용을 글을 게재해 또 다른 논란을 빚고 있다. 로자 팍스는 흑백 인종차별이 존재하던 1960년대 초 버스 내 백인 전용 좌석에 앉았다 자리를 옮기라는 요구를 거부해 흑인 민권운동에 불을 지핀 인물. 피셔는 이 글에서 "팍스와 데이비스 모두 시민에 대한 부당한 복종 요구에 맞섰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킴 데이비스는 로자 팍스와 다르다'는 반론이 쏟아졌다.

팍스는 평범한 시민으로서 부당한 요구에 맞선 것이지만 데이비스는 법을 준수해야 할 공직자의 신분이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억지 주장을 하는 것은 데이비스를 동성결혼 반대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주장이다.

동성결혼 반대 운동 확산에 새로운 아이콘의 등장은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권단체인 '리빌드 더 드림'의 설립자인 밴 존스는 "추한 것을 아름답게 포장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며 "이런 주장은 편협함과 화합의 기준을 헷갈리게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정치적 의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지도가 낮은 일부 공화당 대선 후보들이 이번 사태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8일 킴 데이비스의 석방 현장에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마이크 허커비와 테드 크루즈 후보가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권단체인 '컬러 오브 체인지'의 라사드 로빈슨은 "데이비스를 팍스와 비교하는 것은 일부 공화당 후보들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라며 "이는 정치적 이익을 위해 역사를 악용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로빈슨은 "공화당이 지지층을 확대하려면 로자 팍스 같은 민권운동가의 명예를 더럽혀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김동필 선임기자

◇킴 데이비스는

킴 데이비스(49)는 로완카운티 서기국에서 20여년 근무했다. 지난해 선거에서 처음으로 서기에 당선돼 올 1월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로완카운티는 거주 인구 2만3655명의 작은 카운티. 데이비스는 지난해 선거에서 3909표, 득표율 53%로 당선됐다. 특이한 것은 카운티 서기국에서의 일을 3대째 이어가고 있다는 것. 킴 데이비스의 모친도 37년간 서기로 일했고, 그녀의 아들도 현재 서기국 직원으로 근무중이다.

민주당원인 데이비스는 4년 반 전 종교적 윤리를 강조하는 사도기독교회(Apostolic Christian) 신자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변호인에 따르면 데이비스는 사도기독교회 신자가 된 후 “오랫동안 사탄의 세계에 있었다. 사도기독교회 신자가 된 후 많은 것이 변했다”고 말했다는 것.

그녀는 4번의 결혼을 했으며, 그중 2번은 동일한 인물과의 결혼이었다.

데이비스는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하나님을 경배하며 하나님의 말씀에 복종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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