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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창] 일본, 고약한 이웃(1)

이종호/논설위원

일본, 참 고약한 이웃이다. 오랜 세월 너무 많은 상처를 입었다. 길게는 몇백 년, 짧게는 70년 밖에 안됐지만 지금도 불쾌와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크고 깊은 상처들이다.

첫째는 왜구(倭寇)다. 왜구란 13~16세기 한반도와 중국 연안에서 약탈을 일삼던 일본 해적떼를 말한다. 고려 말·조선 초는 노략질 일삼던 왜구 때문에 나라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고려 멸망의 한 원인이 왜구였다는 학자도 있다.

둘째는 16세기 임진왜란이다. 일본을 통일한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야심으로 발발된 7년 전쟁이자 명나라까지 가세한 '동북아 세계대전'이었다. 조선 전역이 황폐화됐고 민생은 도탄에 빠졌으며 수많은 문화재가 소실되고 약탈됐다. 희생된 사람만 최대 100만 명에 이른다는 연구도 있다(당시 조선 인구가 약1000~1100만 명이었다).

셋째는 구한말 침탈이다. 청일전쟁, 러일전쟁, 명성황후(민비) 시해사건인 을미사변 등 남의 땅에 들어와 국정을 농단하고 이권을 독차지하며 강토를 유린한 것이 부지기수였다. 이때의 민족사는 일본에 대한 울분과 통한의 저항사 그 자체다.



넷째는 식민지 지배다. 그 폐해는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아직도 진행형이다.

이렇듯 승냥이같이 약한 틈만 보이면 달려들었던 일본이다. 그런 일본이 다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 11개 안보 관련 법률이 통과되던 날 일본 극우 보수들은 만세를 불렀다. 2차 대전 종전 70년 만에 '패전국가'에서 다시 '보통국가'로 돌아간 것에 대한 환호였다. 그들에게 이젠 평화헌법에서 '평화'를 들어내는 일만 남았다.

평화헌법은 점령국 미국에 의해 만들어졌다. 전력(戰力)보유·무력행사·전쟁 금지 조항 때문에 평화헌법이라 불린다. 극우 보수 세력들은 처음부터 이 헌법 개정을 시도해 왔다. 천황의 지위를 회복하고 전쟁 금지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영광'을 부활시키겠다는 것이다. 지금 아베 신조 내각의 속내도 결국은 이것이다.

이번에 통과된 안보 법안의 핵심은 ①미국 등 동맹국이 공격당했을 때 일본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대신 반격할 수 있게 했다는 것 ②한반도에서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도 미군의 장비나 무기를 방호할 수 있게 했다는 것 ③자위대의 해외 활동 범위와 정도를 크게 넓혀 세계 분쟁지역에 상시 파견 가능하게 했다는 것 등이다. 내건 명분은 국제 평화 유지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말고 이를 믿는 나라는 거의 없다. 일본 내 여론도 싸늘하다. 평화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 어떻게 평화냐며 연일 법안 무효를 주장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일본에 이런 양심세력이 있다는 게 그래도 희망이다).

과거 침략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반성 한 번 한 적 없는 일본의 극보수들이다. 그런 이들이 '국제평화'를 운운하다니. 이제 드러내놓고 군사대국화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됐으니 그 자체로 국제평화에 대한 위협이자 도전이다(일본은 지금도 세계 10위권 군사대국이다).

이번 일이 미국의 적극적인 지지 하에 이뤄진 것이라는 점도 더욱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지금 미국은 동북아에서 중국과 패권경쟁을 벌이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일본의 재무장 용인은 그 부담을 나눠지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군비증강은 필연적으로 동북아 긴장고조로 이어질 것이다. 중국, 북한이 그냥 보고만 앉아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날뛰는 승냥이는 우리에 가두는 게 상책이다. 그런데 가둬놓은 승냥이가 걸어 잠근 빗장을 거의 다 풀었다. 그럼에도 관리인은 못 본 체하고 있다. 우리라도 방책을 서둘러야 한다. 안에서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니다. 안 그래도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19세기말 국권침탈 때와 흡사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경고를 듣고도 또 당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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