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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열 기자의 취재 그 후] 동성결혼 반대할 자격 없는 사람들

때론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기독교가 무섭다.

반대 주장을 표출하는 '태도' 때문이다.

최근 기독교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에는 스타벅스 하워드 슐츠 회장의 발언("전통결혼을 지지하는 당신과 거래하지 않겠다")이 논란이 됐다. 이는 보수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일파만파 퍼져 나갔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이는 한 언론사의 오보였다.



이 때문에 지난주 스타벅스 직원 오창호 씨의 글을 싣었다. 그는 성경에 근거해 동성애를 '죄'로 여기는 기독교인이다. 동성결혼도 반대한다.

다만, 동성결혼 이슈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무작정 퍼뜨리고, 기독교의 극단적 반응과 공격적인 행태 등을 자제하자는 의견을 글에 담았다.

역시 '동성결혼' 이슈는 민감했다. 글을 본 일부 기독교인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대개 주장은 이렇다.

"설령 회장이 그런 말을 안 했어도 스타벅스는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반성경적 기업이다" "하나님을 따르는 기독교인이 어떻게 스타벅스에서 일할 수 있나" "앞으로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지 않겠다".

종교담당 기자로서 너무 안타까웠다. '반대를 해도 태도만큼은 바르게 하자'는 메시지는 무시하고, 무조건 반대만 했다.

보수 기독교 진영이 내부에서 제기된 자성의 목소리조차 수용할 수 없다면, 실제 대척점에 있는 동성애자 또는 동성결혼 지지자에 대한 태도가 어떨지 짐작된다.

세상의 중심은 절대 기독교가 아니다. 그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생각해보자. 만약 타종교가 그들의 종교적 신념대로 사회를 움직이겠다면 기독교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소를 신성시하는 힌두교인들이 종교적 신념을 내세워 사회에 소고기 판매 금지를 주장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기독교가 무조건 악법을 따라야 한다거나, 비성경적 이슈에 침묵하라는 게 아니다. 다만, 선거 투표, 시민 운동, 사회적 캠페인, 민주적 시위, 교육 세미나 등 다양한 채널을 적극 활용하면서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도 많다.

기독교가 내부적으로는 성경 적 신념을 공고히 할 수 있다. 하지만 외부와 소통하겠다면 사회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성숙한 행동도 뒷받침돼야 한다.

과연 예수라면 어찌했을까.

당시 사회가 '죄인'이라며 저주하고 손가락질하던 세리와 창기에게 예수가 욕설을 내뱉었는가. 십자가로 향하던 그가 억울하다고, 시대가 마음에 안 든다고 자신의 힘을 공격적으로 이용했는가. 설령 시류가 기독교를 배척 또는 차별할지라도 기독교가 사회를 향해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는 게 옳을까.

'성경 적 신념'에 따라 동성결혼을 반대한다면, 그 주장을 성숙하게 '성경 적 행동'으로 표출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게 안되면 동성결혼을 반대할 자격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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