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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창] 세종, 사이비 리더에게 묻다

이종호/논설위원

무릇 백성은 지도자를 잘 만나야 한다. 지도자 한 사람에 따라 삶의 질이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옛 왕조시대에는 더 그랬다.

1392년 태조 이성계가 건국한 조선은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1910년까지 518년간 27명의 왕이 있었다. 그 중 나름 치적을 남기며 잘 다스렸다는 소리를 듣는 임금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태종, 세종, 세조, 성종, 숙종, 영조, 정조 7명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세종이다. 한글 창제 하나만으로도 말할 수 없는 업적을 남겼지만 그것 말고도 세종 때만큼 민생이 안정되고 과학과 문화가 두루 발달했던 때도 없었기 때문이다.

세종과 관련해 요즘 새삼 주목받는 것이 그의 리더십이다. 세종의 리더십 요체는 다음 3가지였다.

첫째는 공부다. 세종(충녕)은 뒤늦게 세자가 됐다. 원래 세자는 태종의 큰 아들 양녕이었다. 하지만 경거망동으로 아버지를 실망시키고 조정의 신뢰도 잃었다. 결국 양녕은 폐위됐고 충녕이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그리고 세자 책봉 52일 만에 보위에 올랐다. 세자 수업을 제대로 받을 틈도 없이 왕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세종은 조선 최고의 성군이 되었다. 비결이 무엇이었을까? 답은 끊임없는 학습이었다.



세종은 어릴 때부터 책벌레였다. 시간이 아까워 식사 중에도 책을 곁에 두었다. 하도 글을 많이 읽어 나중엔 눈이 거의 안 보일 지경까지 됐다. 늘 명민한 신하들을 가까이 했고 토론과 경연으로 학문 수양을 게을리 하지 않았음도 물론이다.

둘째는 솔선수범이다. 나라에 7년 대가뭄이 들었다. 백성들의 생활은 참혹했다. 세종은 궐 밖에 큰 솥을 내걸어 굶주린 백성들에게 죽을 쑤어 먹이게 했다. 그러면서 백성의 고통을 함께 하겠다며 경회루 동쪽에 허름한 초가를 짓게 하고 그 곳에서 잠을 잤다. 정승 판서들이 연일 엎드려 침전으로 들 것을 고했지만 어찌 나만 편히 잘 수 있겠느냐며 듣지 않았다. 나라에 금주령이 내려졌을 때는 "나는 술을 마시면서 백성이 술 마시는 것을 어찌 금할 수 있겠는가"라며 먼저 술을 멀리 했다.

셋째는 애민정신이다. 세종 시대 무수한 정책과 발명들은 대부분 백성의 불편을 덜어주겠다는 데서 나왔다. 오랜 세월 밤잠 설쳐가며 힘겹게 만든 글자, 한글은 그런 애민 정신의 절정이었다. 당시만 해도 글자를 안다는 것은 소수 양반들의 특권이었다. 일반 백성은 글을 배우기도 힘들었을 뿐 아니라 글을 아는 것이 오히려 우환이 되던 때였다. 한글 창제는 그런 사회적 상식을 깨트리며 백성들의 읽고 쓸 권리를 찾아준 혁명적 사건이었다.

우리 시대에도 리더는 많다. 국가, 사회, 기업, 단체, 교회 등에서 저마다 리더인 양 행동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그렇다고 다 같은 리더일까? 공동체를 살리는 리더가 있고 망치는 리더가 있다. 살리는 리더는 공통점이 있다. 공부하고, 솔선수범하고, 무엇보다 구성원들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세종이 그랬던 것처럼.

조직을 멍들게 하는 리더 역시 공통점이 있다. 이와는 철저히 거꾸로라는 점이다. 거기다 잘 되면 자기 탓, 못 되면 남 탓이다. 어려움이 닥치면 저 살기에 급급할 뿐 공동체의 아픔과 눈물은 안중에 없다. 무엇보다 상황인식 능력이 모자라 배가 산으로 가는지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세종의 꿈은 '생생지락(生生之樂)의 나라'였다. 이는 서경(書經)에 나오는 말로 모든 백성이 즐겁게 일하며 즐겁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말한다. 리더를 자처한다면 마땅히 꾸어야 할 꿈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사이비 리더'가 판치고 그에 대한 한탄 또한 끊이질 않는 요즘이다. 곧 10월 9일 한글날이 며칠 안남았다. 때 맞춰 세종께서 우리에게 묻는 것만 같다. "그대는 어떤 리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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