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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창] 일본, 고약한 이웃(2)

이종호/논설위원

꽤 오래 전이긴 하지만 일본엔 모두 네 번을 가 봤다. 도쿄, 나고야, 삿포로, 후쿠오카 등이다. 갈 때마다 좋은 인상을 받았다. 사람들은 친절했고 거리는 깨끗했으며 문화 음식 등 많은 것들이 신선했다. 미국에 와서도 일본 사람과 교유한 적이 몇 번 있었다. 뉴욕 살 때 아이 친구의 부모, 그리고 LA로 이사 오면서 살던 집을 잠시 세놓으면서 알게 된 일본 주재원이었다. 모두 예의 바르고 겸손하고 선량한 사람들이었다.

의외로 많은 이들이 이와 비슷한 경험을 말한다. 하지만 집단 이야기가 되면 사정은 180도 달라진다. 특히 국가 차원에서 우리에게 각인된 일본은 흉폭하고 잔인하기 그지없다. 임진왜란 때의 잔혹상, 일제 때의 만행은 물론, 중국 난징대학살이나 관동대지진 때의 조선인 학살 등 그들이 자행한 집단 광기와 폭력은 너무나 많아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왜, 왜 그럴까.

'나의 문화 유산답사기' 저자 유홍준 교수는 답사기 일본편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문화유산을 봐도 일본미술에는 극단적으로 상반된 두 개념 즉 극대와 극소, 화려함과 검박함, 호방함과 검소함이 항상 공존한다. 그것은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따로따로 독립적 가치로 존재한다."

개인의 친절, 온유, 다감함과 별개로 집단으로서의 폭력과 잔혹함이 아무렇지 않게 공존할 수 있는 나라가 일본이라는 말이다. 말 그대로 두 얼굴이다. 그래서 일본 하면 으레 떠오르는 단어가 표리부동(表裏不同.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말), 양두구육(羊頭狗肉.양 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 면종복배(面從腹背.겉으로 따르는 듯해도 뒤로는 딴 생각을 품는다는 의미), 구밀복검(口蜜腹劍.입엔 꿀을 머금었지만 뱃속엔 칼을 품고 있음) 같은 사자성어들이다.



그렇다면 이 골치 아픈 이웃을 어떻게 해야 하나. 물론 선린우호가 답이긴 하다. 경제적, 문화적으로 얽힌 이해관계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개인 차원에서도 가능하면 잘 지내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국가적으로는 결코 틈을 보이거나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될 이유가 있다.

일본은 한반도에 대해 묘한 향수를 갖고 있다. 일본인과 일본 문화의 원류가 고대 한반도였다는 것은 거의 굳어진 정설이다. 그렇게 보면 한반도를 향한 끊임없는 기웃거림은 그들 뼛속 깊이 각인된 회귀본능일지도 모른다. 고려 이후 왜구들의 수백 년 강토 유린, 임진왜란 때의 조선 침탈, 그리고 제국주의 시대의 한반도 점령 등 우리가 약할 때면 어김없이 들이닥친 침략의 역사가 바로 그 증거다. 최근 일본을 다시 전쟁 가능국가로 만든 안보법 통과 역시 그런 점에서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거두절미하고 핵심만 말하자면 여차하면 다시 한반도에 일본군이 들이닥칠 수도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번에 그 속내가 드러났다. 지난 20일 한일 국방장관이 만났을 때다. 우리 측 한민구 장관이 말했다. "북한도 헌법상 대한민국 영토다. 따라서 일본 자위대가 북한 지역에 들어가려면 한국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이 대답했다. "그런데 일부에선 대한민국의 유효 지배는 휴전선 이남만이라고도 하던데요."

이 무슨 어깃장인가. 물론 이런 저런 전제는 달았다. 하지만 그 말 속엔 유사시 미일동맹을 등에 업고 미국의 묵인 내지 방조 하에 얼마든지 북한에 자위대를 파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담겨있다. 군의 최종 지휘권(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군에 의탁하고 있는 한국으로선 심히 불쾌하고 불안하며 자존심 상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세계는 지금 경제전쟁, 문화전쟁에 더해 신제국주의 기운까지 더해지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기류는 19세기 말 국권침탈 때보다 더 살벌하게 돌아간다. 그 중심에 다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일본이 있다. 범을 뒤에 두고 한가하게 집안싸움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마침 내달 초 박근혜 정부의 첫 한일정상회담이 성사될 수도 있다는 소식이다. 회담이 이뤄진다면 일본 자위대의 유사시 한반도 진출 문제도 반드시 짚어 불필요한 논란에 쇄기를 박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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